[취재수첩] C커머스 대항마 쿠팡에 대한 공정위의 유별난 규제에 대한 불편한 시각

공정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과징금 1400억 원 부과
C커머스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서 공정위의 무리한 조치 아니냐
소상공인-중소기업과 상생으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진출까지 도와야

소민영 기자

somy@socialvalue.kr | 2024-06-18 10:00:34

▲건물 외벽에 있는 쿠팡 로고/사진=연합뉴스 제공

 

[소셜밸류=소민영 기자] 쿠팡이 PB(자체브랜드) 상품 진열을 우대했다는 공정거래위원회의(이하 공정위) 지적에 근거 있는 반박을 했음에도 공정위로부터 1400억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과징금을 부과받아 충격을 안겼다.

 

공정위는 ‘알고리즘 조작’을 문제 삼았다. 쿠팡 임직원들이 작성한 후기에 의해 PB 상품이 상단에 노출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통해 PB 상품을 우대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질타다. 하지만 이에 대해 쿠팡은 조목조목 반박에 나서 관심을 끈다.

쿠팡은 자사 PB상품 비중이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매출의 5% 수준으로 미미하다고 밝혔다. PB상품은 쿠팡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대형마트나 편의점에서도 골든존(170cm 이하 매대) 눈높이에 배치해 소비자들 눈에 띄게 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아울러 다른 온라인 플랫폼도 PB상품을 상단에 노출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공정위가 ‘고려 사항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조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쿠팡은 "이는 차별적인 조치이며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EU 경쟁당국이 아마존에 자기 상품(직매입상품 및 PB상품)을 Buy Box에 우선 노출한 행위가 동의의결을 통해 시정 요청을 한 사례를 들면서 쿠팡을 문제 삼았다.

이 같은 사항에도 쿠팡은 “EU 동의의결에서 아마존 Buy Box는 상품 검색 결과에서 소비자가 제품을 선택하면 그 다음 단계에서 나오는 해당 상품에 대한 상세페이지에서 상품 노출 순서인 상품 검색 결과를 보여준 것에 문제를 삼았던 것”이라며 쟁점이 다른 사건을 쿠팡과 동일 사건인 것처럼 연관을 짓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쿠팡은 공정위가 PB상품을 규제하면 가성비 있는 제품 노출이 제한되면서 소비자 역시 상품을 선택하는 데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 그동안 쿠팡은 중소 제조업체들과의 PB상품 협업을 통해 시장 판로 개척은 물론 해외 진출을 도모하면서 중소제조업체들과의 원활한 소통을 이어왔다는 평가다.

쿠팡은 “힘든 상황에 내몰렸던 중소기업들이 PB상품 협업을 통해 좋은 성과를 내는 경우를 다수 눈으로 직접 봤다”며 “공정위는 중소 제조업체들이 어려워질 리 없다는 근거 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공정위가 어려운 중소기업들의 상황을 제대로 적시하지 못하고 회피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쿠팡이 공정위로부터 감시와 지적을 받는 동안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들인 C커머스는 제재받지 않고 물량공세를 펼치면서 그 규모를 급속도로 불리고 있다. 안 그래도 글로벌 시장에서 C커머스는 그 세를 강력하게 불려가고 있는데, 안방에서 공정위와 업계의 자중지란은 그들의 파워를 키워주는 역할만 할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사실 쿠팡 이외에도 11번가나 G마켓 등 다른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도 C커머스 공세에 속수무책인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최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이 공개한 ‘최근 5년간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5년 전인 2018년 당시에 2조9천억달러 규모였던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이 지난해 5조7천억달러까지 크게 증가했다. 5년 새 두 배 가까운 규모로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이 크게 성장한 셈이다.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이 이같이 크게 성장하게 된 데에는 징동닷컴, 알리바바, 핀둬둬 등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 기업들의 성장률이 최근 5년간 연평균 41%에 달했던 것이 큰 몫을 담당했다. 이들 중국 플랫폼 기업의 성장세는 국내에서도 무서운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특히 지난해 1월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 순위가 쿠팡이 1위, 11번가 2위, G마켓 3위, 티몬 4위, 알리익스프레스 5위로 되어 있었는데, 지난 5월엔 쿠팡 1위, 알리익스프레스 2위, 11번가 3위, 테무 4위, G마켓 5위의 순으로 완전히 뒤바뀌었다. C커머스가 단숨에 2위로 올라서는가 하면 5위 안에도 복수의 C커머스 업체가 들어오면서 공세가 만만치 않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같이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의 성장은 매우 더디고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데도 공정위는 엄격한 잣대를 국내 기업들을 위주로 행사하고 있어 누구를 위한 규제 조치인가 하는 의문이 드는 게 현실이다.

실제로 테무의 모기업인 핀둬둬(拼多多)는 매서운 성장세로 지난 1분기 매출액은 868억위안(약 16조31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31% 증가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275%, 246% 증가하면서 엄청난 속도로 성장했음을 입증한다. 호실적을 보인 핀둬둬의 주가가 7%가량 급등하면서 시가총액은 2150억달러를 기록해 알리바바를 추월하기도 했다.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와 핀둬둬가 한국 법인을 세우면서 국내 소비자들과 적극 소통에 나서는 형국이다. 이에 유통 및 이커머스 기업들의 긴장도가 매우 높아졌다. 국내에선 들이밀 수도 없는 가격 경쟁력으로 소비자들을 공략하는데, 실제로 알라바바와 테무에서 구매한 제품에 하자가 있어도, 개인정보 관리가 소홀해도, 소비자 피해가 높아져도 사실 공정위나 한국 당국에서 제재가 어려운 현실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 쿠팡이 지속적으로 규제 대상에 속하게 된다면 국내 유통 업계가 더욱 흔들릴 것이란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공정위가 국내 이커머스, 유통, 플랫폼 기업들을 규제 일변도로 대응하는 것보다는 C커머스에 처지지 않고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글로벌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쿠팡이 문제를 일으켰다면 문제를 무조건 덮어줘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지금 시점에서 꼭 천문학적인 제재 조치를 실행해야 하는 사안이었나에 대한 시각이 아쉬울 따름이다. 전 세계적으로 C커머스가 장악하고 있는 현실에서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의 성장을 독려하며 외국 기업들의 성장에 대응할 수 있도록 경쟁력을 키워줘야 할 때라는 판단이다.

한 켠에서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대로 국내 기업들이 설 자리가 없어지고 난 뒤에 다른 조치들을 한들 소용이 없을 테니 지금 상황을 엄중히 돌아보며 현명한 조치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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