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압구정 포기 대형사들 ‘손발 묶인 입찰’ 우려”(2부)
압구정2구역 조합, 이례적 금융 제한조건…“사실상 대출 시장 역행” 비판
최성호 기자
choisungho119@naver.com | 2025-06-20 15:49:27
[소셜밸류=최성호 기자] 압구정2구역 재건축조합이 내건 입찰조건이 건설업계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CD(양도성예금증서)+가산금리 고정’ 조항은 최근 시공사 간 차별화 포인트였던 금융 제안 자체를 원천 봉쇄한 것으로, 업계에선 "사실상 경쟁을 포기하라는 것"이란 비판이 터져 나오고 있다.
삼성물산의 전격 불참 결정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회사는 조합 조건이 “글로벌 수준의 금융 전략 제안 자체를 차단했다”며 입찰 포기를 공식화했다. 건설업계는 조합의 요구가 현실성과 금융 유연성을 떨어뜨렸다고 지적한다.
◇“변동금리 시대에 CD+금리 고정? 조합 스스로 손해 볼 수 있어”
입찰 지침 중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금융제안 항목이다. 조합은 ▲모든 금리를 CD+가산금리 방식으로만 제안할 것 ▲LTV(담보인정비율) 100% 이상 불가 ▲추가 이주비 불가 ▲기타 금융기법 활용 금지 등을 명시했다.
이는 사실상 ‘고정 조건’만 허용하겠다는 의미다. 문제는 CD금리 자체가 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성이 크고, 일반 주택금융 시장에선 기준금리나 금융채 금리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건설사들이 조달금리를 낮춰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금융 설계 방안은 원천 차단된다.
부동산 금융 전문가 A씨는 “조합이 CD금리에만 집착하는 것은 금융 이해가 떨어진다는 방증”이라며 “이러한 조건은 되려 조합 측이 더 높은 이주비 이자를 부담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주비 경쟁도 금지”…조합원 선택권까지 제한?
조합은 또 ‘이주비 LTV 100% 이상 제안 금지’, ‘추가지원 금리 제안 금지’ 등도 포함했다. 이는 시공사의 대표적인 수주 전략이었던 이주비 지원 경쟁을 원천 차단한 것이다.
기존 대형 재건축 수주전에서는 LTV 120~130%, 금리 할인, 추가 금융 지원 패키지 등이 조합원들 사이에서 중요한 결정 요소였다. 하지만 이번 압구정2구역은 이를 모두 금지하면서, 사실상 ‘조건 없는 수주전’을 강요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합원들은 수천만 원대 이주비 이자 차이도 민감하게 본다”며 “이런 제한은 결국 조합원 선택권을 침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 금융설계도, 대안설계도 차단…“기술도 전략도 빼고 싸우라는 말”
삼성물산은 입찰 불참의 두 번째 이유로 ‘대안설계 제한’을 들었다. 이는 설계 차별화도 할 수 없다는 의미다. 최근 대형 건설사들은 초고급화 전략을 바탕으로 외관·커뮤니티·조경 등을 특화 설계하며 수주 경쟁을 펼쳐왔다.
그러나 이번 입찰 조건에서는 설계변경 범위도 최소화해, 사실상 건설사의 독자적 비전을 담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당사가 보유한 월드클래스 디자인과 기술력으로는 글로벌 랜드마크를 구현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입장을 밝혔다.
◇“조합의 과도한 통제…건설사 자율성 훼손”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단순한 입찰 조건 논란이 아닌, ‘조합 주도의 과도한 통제’로 보고 있다. 재건축 사업은 본래 조합과 시공사 간 상호 협력 관계로 이뤄져야 하지만, 최근 일부 대형 단지에서 조합이 과도한 권한을 행사하면서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건설사에게 경쟁 기회를 박탈하고 조합이 정해준 테두리 안에서만 경쟁하라는 건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장기적으로 사업 리스크만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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