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LG생건-무신사 뛰어든 ‘초저가 전쟁’…K-뷰티 시장 판도 흔든다
다이소발 가성비 열풍, 업계 전반으로 확산
LG생활건강·아모레퍼시픽도 저가 라인 강화
프리미엄·세컨드 브랜드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 가속
한시은 기자
sehan24@naver.com | 2025-10-01 15:44:00
[소셜밸류=한시은 기자] K-뷰티 업계가 ‘가격 전쟁’에 돌입했다. 다이소발 초저가 화장품 열풍이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자,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 등 K-뷰티 대표 기업에 이어 온라인 플랫폼인 무신사까지 가세하며 본격적인 가격 경쟁 국면에 접어든 모습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무신사가 전개하는 ‘무신사 스탠다드 뷰티’가 초저가 스킨케어 라인을 새롭게 선보이며 ‘가성비’ 뷰티 시장 공략에 나선다.
무신사가 새롭게 선보이는 스킨케어 라인은 클렌징폼·크림·토너·세럼 등 총 8종의 기초 제품으로, 판매가는 3900원에서 5900원 수준이다. ▲퍼펙트 클리어 클렌징 폼(3900원) ▲히알루론산 밸런싱 토너(4900원) ▲트리플 시카 카밍 세럼(5900원) 등 전 제품이 5000원대 이하로 책정됐다.
특히 이달에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전 품목 1000원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해 최대 할인 금액 2900원에 구매할 수 있다. 무신사 스탠다드 관계자는 “고물가 상황 속에서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고객을 위해 가격은 낮추고 품질은 높인 초저가 제품을 선보인다”고 말했다.
뷰티업계가 이처럼 ‘초저가’ 전략을 강화하는 데는 다이소의 성공 경험이 큰 영향을 미쳤다.
다이소는 고물가 상황 속 3000~5000원대 화장품을 전면에 내세워 뷰티 카테고리에서 빠르게 입지를 넓혔다. 다이소의 뷰티 부문 매출은 2023년 85%, 2024년 144% 증가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110% 늘며 고성장을 이어갔다.
입점 브랜드와 제품 수도 급격히 확대됐다. 올해 상반기 다이소 입점 뷰티 브랜드는 100여 개로, 지난해 말(60개)보다 66% 늘었고, 제품 수 역시 500여 종에서 800여 종으로 확대됐다.
대표적으로 아모레퍼시픽(미모 바이 마몽드·프렙바이비레디)과 LG생활건강(바이 오디-티디), 애경산업(투에딧·포인트) 등이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싸지만 품질은 생각보다 괜찮다”는 입소문을 타며 ‘가성비 화장품’ 이미지를 굳혔다.
이 같은 흐름에는 K-뷰티 대표 기업들도 동참했다. LG생활건강은 이마트와 협업해 합리적인 가격대를 내세운 ‘글로우:업 바이 비욘드’를 내놨고, 아모레퍼시픽은 다이소 전용 브랜드 ‘미모 바이 마몽드’를 선보이며 생활밀착형 채널을 적극 공략했다.
‘글로우:업 바이 비욘드’는 LG생활건강의 클린뷰티 브랜드 ‘비욘드(BEYOND)’를 기반으로 한 이마트 전용 라인으로, 고효능 성분과 4950원의 저렴한 가격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4월 첫 출시 당시 8개 제품으로 시작해 현재까지 총 18개 품목으로 확대됐고, 이마트 초저가 화장품 브랜드 가운데 판매 1위로 자리매김했다. 누적 판매량은 10만개를 넘어섰다.
이마트 관계자는 “‘글로우:업 바이 비욘드’가 지난 4월 첫 출시된 이후 저가 화장품 카테고리 매출이 전년 대비 100% 이상 늘었다”며 “다른 협업 브랜드도 있지만, 전체 품목 가운데 약 5분의 2가 해당 시리즈로 구성돼 있다. 라인업별 누적 판매량 기준으로도 규모가 커 초저가 화장품 카테고리 매출을 견인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스킨케어 브랜드 ‘미모 바이 마몽드’를 다이소에 입점해 젊은 세대를 공략하고 있다. 마몽드의 세컨드 브랜드 성격을 지닌 이 라인은 3000~5000원대 가격에 15종 이상의 제품을 갖췄다.
이와 함께 에뛰드의 ‘플레이101’, 남성 화장품 브랜드 비레디의 ‘프렙 바이 비레디’ 등 다이소 전용 브랜드를 선보이며 새로운 판매 채널로 활용하고 있다. 다이소 저가 라인을 통해 세컨드 브랜드를 처음 경험한 소비자가 이후 원 브랜드 제품으로 이동하는 ‘체험형 경로’로도 작동한다는 설명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다이소 채널은 가격 메리트가 커서 10·20대 고객층이 많이 찾는다. 이들이 ‘미모 바이 마몽드’를 통해 브랜드를 처음 접한 뒤, 나이가 들면서 더 다양한 성분을 찾게 되면 자연스럽게 마몽드의 다른 제품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저렴한 가격에도 품질이 유지되는 것은 패키징과 처방을 달리하고, 다이소 전용 포장재를 적용하는 등 불필요한 비용을 줄였다. 다이소 채널에 집중되다 보니 여러 물류비용 측면에서 다른 유통망과는 차이가 있어 가격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초저가 전략이 일시적 유행에 그치지 않고 K-뷰티 시장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고 본다. 고물가 시대 합리적 소비 트렌드가 장기화되는 만큼, 브랜드들은 프리미엄 라인과 더불어 ‘실속형 세컨드 브랜드’를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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