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 다음은 피지컬 AI…삼성SDI, 휴머노이드 ‘심장’ 꽉 잡는다
보스턴다이내믹스 아틀라스 배터리 공급사로 거론
원통형으로 시장 선점...전고체 ‘솔리드스택’ 2027년 양산 ‘투트랙’
이국열 기자
lkt838@hanmail.net | 2026-10-29 07:00:13
[소셜밸류=이국열 기자] 휴머노이드 로봇이 실험실을 벗어나 공장 양산 단계에 들어서면서 삼성SDI가 ‘로봇 심장’ 시장의 핵심 공급자로 떠오르고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가 휴머노이드 ‘아틀라스’의 부품 공급망을 한국 기업 중심으로 꾸리면서 삼성SDI도 배터리 공급사로 이름을 올렸다.
삼성SDI는 이미 고출력 원통형 배터리를 글로벌 휴머노이드 업체 5곳 이상에 납품하고 있다. 내년에는 로봇용 전고체 배터리 양산에도 나선다. 전기차 수요가 주춤한 사이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이어 ‘피지컬 AI(인공지능)’가 새로운 성장축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 아틀라스 1만대분 발주 임박...배터리는 ‘K배터리 투톱’
29일 업계에 따르면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아틀라스 양산을 앞두고 국내 부품사들에 내년 말까지 1만대 분량의 부품 생산을 준비해 달라고 요청했다. 구매주문(PO)도 조만간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두뇌 역할을 하는 엔비디아 칩셋을 제외한 부품은 모두 한국 기업이 맡는다. 로봇 부품 원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관절 액추에이터와 로봇 손(그리퍼)은 현대모비스가, 배터리는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이 공급한다.
물량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이 이르면 2028년부터 아틀라스 등 로봇을 연간 3만대 생산할 계획이어서 배터리 추가 발주 가능성도 크다.
◇ 미국, 중국산 로봇 견제...K-배터리엔 기회
공급망에서 중국산을 뺀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올해 상반기 전 세계 휴머노이드 출하량 약 2만2000대 가운데 중국산 비중은 86.6%에 달했다.
이에 미국 의회는 지난 3월 적성국 로봇의 정부 조달을 막는 ‘미국 안보 로보틱스법’을, 6월에는 수입까지 겨냥한 ‘적성국 로봇 확산 방지법’을 잇따라 발의했다. 미국 시장에서 로봇을 팔려면 중국산 부품을 걷어낼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 셈이다.
원가 부담은 풀어야 할 과제다. 시장이 예상하는 아틀라스 가격은 대당 약 13만달러로, 테슬라 옵티머스(2만~3만달러)보다 4~6배 비싸다. 수십 년간 완성차에 부품을 공급하며 품질과 양산 능력을 검증받은 국내 협력사가 공급망 중심에 선 이유다. 셀 대량생산 경험이 풍부한 국내 배터리사에도 유리한 환경이다.
◇ 21700 원통형, 이미 5곳 이상 납품...‘고출력·안전성’ 동시에
삼성SDI는 로봇 배터리 시장에서 이미 실적을 쌓고 있다. 삼성SDI 관계자는 “지름 21㎜, 높이 70㎜ 규격의 21700 고출력 원통형 배터리를 현재 중국 업체를 포함한 글로벌 휴머노이드 기업 5곳 이상에 납품하고 있다”고 말했다.
휴머노이드는 갑자기 뛰어오르거나 무거운 물체를 들어 올릴 때 순간적으로 큰 출력이 필요하다.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움직이는 만큼 안전성도 필수다. 이에 삼성SDI는 로봇용 전극을 전기차용보다 얇게 만들고, 자기장으로 전극 소재를 정렬해 리튬이온의 이동 거리를 줄였다.
음극에는 이론 용량이 흑연의 10배를 웃도는 실리콘 기반 복합소재를 적용했다. 이상이 감지되면 먼저 전류를 차단하고 이어 내부 가스를 배출하는 2단계 안전장치도 갖췄다.
현대차그룹과의 협력도 이미 진행 중이다. 삼성SDI는 지난해 2월 현대차·기아와 ‘로봇 전용 배터리 공동 개발’ 업무협약을 맺었다. 삼성SDI는 고용량 소재 개발과 설계 최적화를,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은 로봇 적용 평가와 성능 고도화를 맡는다.
◇ 전고체 ‘솔리드스택’....전기차보다 로봇에 먼저
차세대 무기는 전고체 배터리다. 삼성SDI는 지난 3월 ‘인터배터리 2026’에서 피지컬 AI용 파우치형 전고체 배터리 ‘솔리드스택’ 샘플을 처음 일반에 공개했다.
양산 목표 시점은 2027년 하반기다. 전기차용 각형 전고체에 파우치형을 더해 휴머노이드와 각종 로봇, 항공 시스템, 차세대 웨어러블로 적용처를 넓힌다는 전략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현재 휴머노이드는 한 번 충전으로 4~5시간 움직이는 것이 한계”라며 “전고체 배터리는 안전성을 확실히 담보하면서도 무게는 줄이고 용량은 키울 수 있어, 로봇이 하루 8시간 꼬박 일할 수 있는 수준까지 가동시간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가 4.5V 안팎에서 한계에 부딪히는 반면, 삼성SDI 전고체 배터리는 10V가 넘는 과충전 상황에서도 버틴다“고 덧붙였다.
기술 장벽도 높게 쌓았다. 삼성SDI는 전고체 분야에서 특허 출원 약 1000건, 등록 500건 이상을 확보했다. 회사 측은 ”전고체 배터리 특허 보유 규모로 보면 글로벌 시장에서 도요타에 이어 두 번째“라고 설명했다.
◇ 2030년 휴머노이드 100만대...‘2027~2028년’이 승부처
삼성SDI는 지난해 약 50만대였던 서비스 로봇 수요가 2030년 204만대로 늘고, 이 가운데 휴머노이드가 약 100만대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평균 성장률은 약 32%다.
업계는 삼성SDI의 로봇 전략을 ‘투트랙’으로 본다. 지금은 검증된 원통형 배터리로 시장을 잡고, 다음 단계에서는 전고체로 주도권을 선점하겠다는 것이다. 휴머노이드 양산 시점과 전고체 양산 일정이 맞물리는 2027~2028년이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AI가 로봇의 두뇌라면 배터리는 심장“이라며 ”양산 단계에서는 결국 고출력과 안전성, 원가를 동시에 잡는 배터리사가 주도권을 쥐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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