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값이 더 무섭다”…중동발 나프타 쇼크에 외식업 ‘직격탄’

나프타 가격 한 달 새 2배 급등…중동 의존도 높아 공급 불안 확산
종량제 봉투 사재기·포장재 품귀 조짐…현장선 가격 인상 압박도
용기값 상승→외식물가 인상→수요 위축…외식업 ‘악순환’ 우려

한시은 기자

sehan24@naver.com | 2026-03-31 07:00:15

[소셜밸류=한시은 기자] 이란 전쟁 여파로 석유화학 원료인 나프타(납사) 공급망에 비상이 걸리면서 외식업계 전반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최근 나프타 가격 급등과 물량 불안이 맞물리며 비닐·플라스틱 등 포장재 수급 차질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배달·포장 중심으로 운영되는 외식업계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 간 충돌 여파로 주요 해상 물류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이어지면서 나프타 수급 불안이 현실화되고 있다. 

 

▲ 한 편의점에 종량제 봉투가 없다는 문구가 적힌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사진=한시은 기자

 

나프타 국제 가격은 이란에 대한 공습 전인 2월27일 배럴당 68.9달러에서 지난 27일 기준 133달러까지 오르며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나프타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생산되는 기초 원료로, 폴리프로필렌(PP)·폴리에틸렌(PE)·페트(PET) 등 식품 포장재의 주요 소재로 활용된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에 따르면 2024년 국내 중소기업이 수입한 나프타의 82.8%는 쿠웨이트·아랍에미리트(UAE)·카타르 등 중동 지역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역시 중동 의존도가 60% 수준에 달한다.

소비자 불안 심리도 빠르게 확산되는 모습이다. 폴리에틸렌으로 만드는 종량제 봉투의 품절 우려가 제기되면서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사재기 움직임이 나타났고, 대형마트와 편의점 일부 점포에서는 일시적인 품절 현상도 발생했다.

실제로 편의점 GS25의 이달 22~26일 종량제 봉투 매출이 직전 동기(3월15~19일) 대비 일반용은 325.2%, 음식물용은 277.7% 증가했다. CU 역시 이달 23~29일 종량제 봉투 매출이 전주(3월 16~22일) 대비 일반용은 177%, 음식물용은 167.6% 늘어났다.

라면 봉지와 과자 포장지, 음료·생수 페트병 등을 사용하는 식품업계도 비상이다. 현재 1~2개월 수준의 재고를 확보하고 있으나,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일부 제품 생산에 차질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분위기다.

◇ 포장재 품귀 조짐에 사재기까지…외식업 현장 ‘긴장 고조’

외식업계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외식업 특성상 식품 포장재와 비닐장갑, 랩, 용기 등은 사실상 필수 소모재로 꼽힌다. 탕·면·밥 등 메뉴별로 다양한 형태의 용기와 실링 포장재가 사용되는데, 최근 들어 수급 불안으로 인한 가격 상승세가 시작됐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경기도 성남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는 “이달 들어 플라스틱 포장 용기 가격이 평균 10%가량 올랐고, 다음달부터는 납품 단가를 25~30% 인상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현재 비닐봉투는 구매 수량까지 제한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배달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자영업자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포장재 수급 불안에 대한 언급이 최근 들어 크게 늘고 있다. 업주들이 물량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지만 보관 공간 등의 한계도 있어 우려가 적지 않은 상황”이라며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최대한 물량을 확보하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최근 포장재 수급 불안과 관련해 사재기 우려와 장기화 가능성에 대한 문의가 현장에서 크게 늘고 있다”며 “업종별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2~3개월 수준의 물량을 확보하고 있어 당장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변동성이 큰 상황인 만큼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고, 필요할 경우 신규 공급처 발굴 등 대응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용기값이 밀어올린 외식 물가…소비 위축에 이중 압박

포장재 비용 상승은 외식 물가 전반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비닐장갑을 대체해 니트릴 장갑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거론되지만, 가격이 통상 2.5배에서 많게는 4배까지 높은 수준이어서 이 같은 비용 부담은 결국 배달 음식 가격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 경우 소비자의 실질 구매력 저하와 수요 위축으로 이어지면서 외식업계 수익성이 악화되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외식업체 영업이익률은 2020년 12.1%에서 2023년 8.9%로 낮아진 데 이어 2024년에는 8.7%까지 떨어졌다.

송치영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이미 한계에 다다른 소상공인들에게 포장재 가격 폭등은 또 다른 근심을 더하고 있다”며 “정부와 플랫폼 업계가 이번 사태를 엄중히 인식하고 소상공인 위기 극복을 위해 총력을 다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석유화학 산업은 나프타를 플라스틱 등 다운스트림 산업의 원료로 전환하는 중간 가공 역할을 맡아왔으나, 지난해 업황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나프타분해시설(NCC) 생산능력 25% 감축을 골자로 한 구조개편이 추진되고 있다.

당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과잉설비 감축과 근본적 경쟁력 제고만이 살 길”이라며 최대 370만톤(t) 규모의 NCC 감축 목표를 제시했다. 이는 전체 나프타 생산량(1470만t)의 18~25%에 해당하는 양이다.

업계에서는 원료 공급 불안에 더해 이를 처리할 생산 기반까지 약화되면서 공급망 충격을 흡수할 여력이 이전보다 줄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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