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 직고용한다더니...자회사 AJP, 대놓고 3개월 '고무줄 고용'"
이호영 기자
eesoar@naver.com | 2023-02-20 15:03:38
[소셜밸류=이호영 기자] 애경산업 자회사 AJP 직원들이 3개월 단위 도급 계약 등으로 인한 고용 불안 해소를 요구하며 쟁의에 돌입한다.
이는 16차에 걸친 AJP와의 교섭 결렬에 따른 결정으로 AJP는 변함 없이 3개월 단위 도급 계약과 기간 유지를 주장하고 있다.
5년 전 판촉 사원 직고용을 내세워 '불법 도급' 의혹 여파를 피하면서, 자회사를 통해 필요에 따른 '고무줄 고용'을 합법화한 셈이다.
20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 AJP지회(지회장 한양희)는 이날 오전 홍대 애경타워 앞에서 집회를 열고 교섭 결렬에 따른 쟁의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고용 안정과 처우 개선, 노조할 권리를 위한 것이다.
이선규 서비스연맹 부위원장도 "애경이 불법 도급을 피하기 위해 만든 자회사가 벌이는 쪼개기 계약에 대해 들었다"며 "1년 계약직의 정규직 전환 투쟁은 많이 했고 봐왔지만 3개월을 1년 단위로 계약하자는 투쟁은 처음일 정도"라고 했다.
한양희 AJP지회장은 "애경산업은 저질 일자리로 현장 직원들을 괴롭히는 기업"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AJP도 애경산업 불법 도급이 이슈화하자 이미지 타격을 우려, 잠재우기 위해 만든 자회사"라고 했다.
또 "애경산업은 직고용을 떠들다가 결국 이런 처우를 하는 자회사를 만들어 판촉 사원을 파리 목숨처럼 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애경 AJP지회 수석부지회장도 "회사는 우리를 인건비가 아닌 한 사람의 인격으로 한번이라도 존중해준 적이 없다"고 했다. 트레이더스에서 애경 제품을 판매하는 한 사원은 "AJP는 처우 개선은 커녕 조합 활동조차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앞서 애경산업은 2018년 불법 도급 계약 논란이 일자 판촉 사원 700명 가량을 직고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고 최종 자회사 AJP를 세워 고용하는 형태를 취했다.
문제는 이런 자회사 고용 이후 3개월 단위 도급 계약 형태로 고용 불안정은 심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600~700명 가량이던 직원도 현재는 반토막이 났다.
AJP지회는 노동 조합 활동 보장과 고용 안정 대책 중심의 단체 협약 체결을 위해 작년 3월 지회 설립 이후 16차례에 걸쳐 AJP 측과 교섭을 진행해왔다. 지난 7일 16차 교섭에서 AJP지회는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한양희 지회장은 "16차례 교섭을 진행하면서 회사의 일방적인 태도는 전혀 바뀌지 않았다"며 "오히려 회사 문을 닫을 수도 있다고 협박했다"고 했다.
이어 "최저 임금 받으며 3개월 마다 계약을 걱정해야 하는 근로자들이 계약 기간을 늘려달라는 게 무리한 요구냐"며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불안감을 갖지 않고 일하게 해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AJP는 노조의 최소 1년 계약 기간 요구에 도급 계약 기간대로 계약해야 하고 회사 사정에 따라 기간을 정할 수 있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성익 마트노조 사무처장은 "AJP는 아직까지도 3개월 단위로 계약서를 쓰고 있다"며 "그 계약서를 쓴 달수에도 출근 일수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들쑥날쑥하다"고 했다.
대형마트 등 할인점에서 애경 제품을 판매하는 사원들은 근무 일수 축소를 토로하고 있다. 이마트 애경 제품 한 판촉 사원은 현재 2개 매장을 오가며 일한다. 작년에 업무 일수가 10일로 축소돼 생활이 안 되면서다. 100만원이 안 되는 급여론 생계 유지가 안 돼 퇴사한 경우도 있다.
주로 대형마트에서 애경 제품을 팔아온 한 직원은 한달 20일 근무 중 올해부턴 애경, 바이엘 2개 제품을 판매한다. 8일을 제외한 12일은 바이엘 제품을 팔아야 한다. 이는 애경 직원으로 알았던 단골 고객, 매장 담당자 모두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는 토로다.
해당 직원은 "또 회사가 필요할 땐 근무 시키다가 매출이 빠지고 필요 없어지면 바로 퇴사하라고 한다"며 "이런 비도덕적인 행동을 더 참을 수 없다. 개선될 때까지 싸우며 일터를 지켜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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