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서 트럼프·빅테크 CEO 만찬…“투자 약속”에 정치·경제 파장
저커버그 6천억달러·팀 쿡 투자 의지…트럼프, 제조업 리쇼어링 압박 카드로 활용
최성호 기자
choisungho119@naver.com | 2025-09-05 15:02:01
[소셜밸류=최성호 기자] 미국 빅테크 CEO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앞다퉈 대규모 미국 내 투자 계획을 약속했다. 단순한 기업 차원의 결정이 아니라, 정치·경제적 의미를 지닌 ‘투자 쇼케이스’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마크 저커버그(메타), 팀 쿡(애플), 순다 피차이(구글), 샘 올트먼(오픈AI) 등 글로벌 IT·AI 기업 CEO들을 불러 만찬을 열었다.
그는 만찬 자리에서 “전력과 인허가를 정부가 보장하고 있다”며 각 CEO에게 차례대로 투자 계획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미국 내 제조업 확대를 대선 국면의 핵심 치적으로 부각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첫 발언자로 지목된 메타 CEO 저커버그는 “2028년까지 최소 6천억 달러(약 840조 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혀 현장을 술렁이게 했다.
팀 쿡 애플 CEO는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줘 감사하다”며 대규모 투자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 트럼프는 즉석에서 “애플은 관세 폭탄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하며 ‘투자와 규제 완화 간 거래’를 시사했다.
트럼프는 특히 반도체 기업들을 향해 “미국에 공장을 짓지 않으면 상당한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해온 ‘CHIPS법 보조금’과 달리, 관세라는 강경 수단을 동원한 제조업 리쇼어링 압박 전략으로 평가된다.
블룸버그는 이번 만찬을 단순한 투자 약속 자리가 아닌, 트럼프의 정치적 이벤트로 해석했다. 내년 중간선거와 재집권 기반 마련을 앞두고 거대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 서약을 끌어내 ‘경제 대통령’ 이미지를 강화하려는 의도가 뚜렷하다는 것이다.
빅테크 CEO들이 트럼프 집권기에 대규모 정치자금을 기부해왔다는 점도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한다. 정치적 효과를 넘어 경제적 파장도 크다. 저커버그가 언급한 수천억 달러 규모의 데이터센터·전력 인프라 투자는 AI 시대의 핵심 기반 시설로, 지역 경제와 고용에 직접적 효과를 낼 전망이다.
애플·구글·MS 등도 미국 내 반도체 공급망 확대와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낼 경우, 글로벌 IT·제조업 지형이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는 초청은 받았으나 불참했다. 트럼프와 갈등을 빚어온 머스크가 빠진 자리에서, 빅테크와 트럼프 간 ‘투자-규제 완화’ 연대가 강화됐다는 점은 향후 산업 정책 및 정치적 균형에 의미 있는 신호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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