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살리고 소비 늘리는' 5조 중고패션 시장…유통업계 리커머스 각축
국내 중고거래 시장 43조원…패션 리커머스 시장 확대
무신사·LF·현대백화점 중고 거래 서비스 잇따라 도입
“되팔기 소비 늘린다” 중고패션 지속가능성 논쟁도
한시은 기자
sehan24@naver.com | 2026-03-11 16:36:41
[소셜밸류=한시은 기자] 중고 패션 시장이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중고 거래 규모가 빠르게 확대되는 가운데 의류 재사용을 통한 환경 부담 완화 기대까지 더해지면서 유통업계도 리커머스 사업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다만 중고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되팔기’를 전제로 한 소비가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1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국내 중고거래 시장 규모는 2008년 약 4조원에서 2025년 43조원으로 11배 가까이 성장했다. 업계에서는 이 가운데 약 5조원이 중고 의류 거래에서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중고거래 플랫폼 중고나라의 거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전체 거래 중 패션의류·잡화 카테고리 비중은 18.5%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무신사와 LF, 현대백화점 등 국내 유통업계도 중고 패션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무신사는 지난해 8월 패션 중고 거래 서비스 ‘무신사 유즈드(MUSINSA USED)’를 론칭하며 리커머스 시장에 본격 뛰어들었다. 최근에는 롯데몰 은평점에 위치한 무신사 아울렛 매장에서 ‘무신사 유즈드’ 서비스를 선보이며 오프라인 확장에도 나섰다.
오픈 이후 4일간 유즈드 상품은 2300건 이상의 판매가 이뤄지며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매장에서 직접 중고 제품의 상태를 확인하고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무신사 유즈드는 기존 개인 간 중고 거래에서 필요했던 사진 촬영이나 게시물 작성, 세탁·배송 등의 과정을 간소화한 것이 특징이다. 판매할 상품을 담아 집 앞에 내놓기만 하면 무신사가 수거한 상품을 검수·세탁·촬영하는 과정을 거쳐 판매한다. 상품은 택이 포함된 새 상품 수준의 S+ 등급부터 사용감이 있으나 착용에 문제가 없는 B등급까지 5단계로 분류된다.
생활문화기업 LF도 중고 패션 시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LF가 지난해 9월 론칭한 리세일 플랫폼 ‘엘리마켓(L RE:Market)’은 출시 6개월 만에 중고 상품 판매 건수가 약 40배 증가했다. 재판매에 참여한 고객 비중은 30%, 서비스 재이용률은 34%로 나타났다.
엘리마켓은 중고 비즈니스 스타트업 마들렌메모리와 협력해 운영하는 리세일 서비스다. 고객이 중고 의류 판매를 신청하면 수거부터 전문 검수·보관·재판매까지 전 과정을 LF가 일괄 처리한다. 판매 고객에게는 LF몰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엘리워드’를 지급해 자사몰 재구매로 이어지는 구조다.
현재 판매 가능한 브랜드는 헤지스·닥스·바네사브루노 등 150여개다. 판매 보상으로 지급되는 엘리워드의 사용률은 약 73%에 달한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7월 중고 패션 보상 프로그램 ‘바이백(Buy Back)’ 서비스를 론칭했다. 취급 상품은 현대백화점과 더현대닷컴에 입점해 있는 프리미엄 패션 브랜드 130여개다.
정식 론칭 전 시범 운영 기간(2개월)에만 1000여명의 소비자가 참여했다. 지난해 말까지 누적 매입 의류 건수는 1만2000벌을 기록한 가운데, 2회 이상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 비중은 30%로 나타났다.
◇ 패션 산업, 탄소 배출 주범 지목…중고패션이 해소할까
패션 산업은 대표적인 온실가스 고배출 산업으로 꼽힌다. 섬유 소비는 식음료·운송·주택에 이어 네 번째로 환경과 기후변화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분야로 알려져 있다. 생산 과정에서 물과 자원, 화학 물질이 대량 사용되고 폐기되는 의류의 약 70%가 소각되거나 매립돼서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0%가 의류 산업에서 발생한다. 이는 국제 항공 및 해운 운송 부문의 배출량을 합친 것의 약 두배 수준이다. 이처럼 중고 패션이 환경 문제를 줄이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소비를 오히려 늘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글로벌 중고 패션 시장은 2022년 약 1770억달러 규모로 성장했고, 오는 2027년까지 두 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연구진은 중고 의류 소비가 신제품 소비를 대체하기보다는 추가 소비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이를 ‘리바운드 효과(rebound effect)’와 ‘도덕적 라이선싱(moral licensing)’으로 설명했다. 중고 제품 구매로 비용을 절약했다는 인식이나 친환경 소비를 했다는 심리적 만족이 오히려 추가 소비를 정당화해 더 많은 의류 구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중고 패션 시장이 커지면서 오히려 소비 빈도가 늘어난다는 지적도 있지만 패션업계에서도 환경 영향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며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제품 개발과 수선 서비스 확대 등을 통해 의류 사용 기간을 늘리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친환경 패션 브랜드 에코알프(ECOALF)는 바다에서 수거한 플라스틱 폐기물을 재활용해 의류를 생산하고 있다. 해양에서 회수한 폐페트병을 분쇄·세척한 뒤 원사로 재가공해 의류 소재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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