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현장조사 3주차, 커지는 논란...실마리 못찾고 장기화 조짐
공정위 현장 조사 장기화…가로채기 의혹 점검
김범석 의장 동일인 지정 여부 올해 재검토
미 투자사, 한국 정부 상대 압박 수위 높여
한시은 기자
sehan24@naver.com | 2026-01-26 15:54:54
[소셜밸류=한시은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의 쿠팡 현장 조사가 당초 예상보다 길어지며 3주차에 접어들었다. 공정위는 쿠팡의 시장지배력 남용 여부와 함께 김범석 쿠팡Inc 의장의 동일인(총수) 지정 가능성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하지만 이와 관련 정부의 실효적 해법이 나오지 않고 있고, 미국과의 갈등 국면까지 연출 되고 있어 이번 쿠팡 사태가 자칫 장기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13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에서 시작한 현장 조사를 당분간 이어갈 계획이다. 이번 조사는 시장감시국·기업집단감시국·기업거래결합심사국 등 조사관리관 산하 3국이 실시 중이고, 30명 이상이 투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2주 안팎으로 예상됐던 조사 기간이 늘어난 것은 쿠팡의 불법 의혹과 쟁점 사안이 많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쿠팡은 입점업체의 인기 상품을 PB(자체 브랜드) 상품으로 출시하거나 직매입 방식으로 전환하도록 강요해 사실상 ‘가로채기’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사안은 지난해 말 국회에서 열린 쿠팡 청문회에서도 핵심 쟁점으로 다뤄졌다.
앞서 청문회에서는 쿠팡이 판매자들의 영업 데이터를 활용해 잘 팔리는 상품을 PB로 내놓거나, 마진율이 큰 직매입 상품으로 판매 방식을 바꾸도록 부당한 압력을 가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공정위는 이 같은 행위가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위 남용에 해당하는지를 검토할 방침이다.
◇ 김범석 동일인 지정 재검토
김범석 의장의 동일인 지정 여부도 주요 조사 대상이다. 동일인은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로, 원칙적으로 자연인을 지정하지만 자연인이 없는 경우 예외적으로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수 있다. 현재 쿠팡은 예외 조건이 인정돼 법인이 동일인으로 지정돼 있다.
공정위는 김 의장이 실질적으로 쿠팡을 지배하고 있는지 여부를 올해 다시 면밀히 검토할 계획이다. 관건은 김 의장의 친동생인 김유석 부사장의 경영 참여 여부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국회 청문회에서 “과거에는 경영 참여하고 있지 않다고 판단해서 동일인 지정에서 예외 조건을 만족한다고 봤는데 이번에 다시 한번 조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쿠팡과 김 의장은 과거 동일인 지정과 관련한 자료 제출 과정에서 제재를 받은 전력도 있다. 공정위가 2021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을 위해 자료 제출을 요구했을 당시, 김 의장 측은 친족 15명을 누락해 제출했다. 이 가운데 7명은 정당한 누락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돼 소회의를 거쳐 경고 처분을 받았다.
공정위는 당시 사안이 경미하다고 보고 고발 조치는 하지 않았지만, 동일인 지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큰 만큼 허위 자료 제출이 반복될 경우 고발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동일인 지정 결과는 오는 5월 발표된다.
◇ 와우 멤버십 끼워팔기·최혜대우 강요 의혹
또 공정위는 쿠팡이 쿠팡이츠 등을 끼워팔았다는 혐의와 입점 업체가 자사를 가장 유리한 조건으로 대하도록 최혜 대우를 강요한 혐의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공정위는 쿠팡이 와우 멤버십 이용자들에게 쿠팡이츠 알뜰 배달 서비스와 OTT 쿠팡 플레이를 무료 제공해 결과적으로 끼워 팔고, 쿠팡이츠의 음식 가격을 경쟁업체보다 같거나 더 낮게 설정하도록 요구하는 등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위를 남용했다는 판단이다.
시장지배적사업자가 지위를 남용하면 관련 매출액의 최대 6%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정액 과징금 한도는 시장지배적 사업자는 20억원이다.
◇ 미 투자사 대응 수위↑
이런 가운데 쿠팡의 주요 미국 투자사들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국제투자분쟁(ISDS)을 제기한다며 대응에 나섰다. 쿠팡 투자사인 그린옥스와 알티미터는 최근 한국 정부에 ISDS 중재의향서를 제출하고,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무역법 301조에 따른 조사와 무역 구제 조치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무역법 301조는 외국 정부가 미국과의 무역 협정을 위반하거나 부당·차별적 정책으로 미국의 무역을 제한한다고 판단될 경우, 행정부가 보복 관세 등 제재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다. 이번 요청에 따라 USTR은 45일 이내에 공식 조사 착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법무부에 따르면 청구인들은 중재의향서에서 “지난해 12월1일 발생한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국회와 행정부가 전방위적으로 쿠팡을 겨냥한 진상조사와 각종 행정 조치를 진행했다”며 차별적 처우를 주장했다.
이들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규정된 공정·공평 대우 의무, 내국민 대우 및 최혜국 대우 의무, 포괄적 보호 의무 등이 위반됐고, 이로 인해 수십억달러 규모의 손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재의향서는 정식 중재 제기에 앞서 상대국에 의사를 통보하는 절차로, 제출 이후 90일이 지나면 실제 중재를 제기할 수 있다.
법무부는 “국제투자분쟁대응단을 중심으로 관계 기관과 합동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법률적 쟁점을 면밀히 검토하겠다”며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며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경찰은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규모가 현재까지 계정 기준 3000만건 이상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로 밝힌 약 3000건과 큰 차이를 보이는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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