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성장 공식 다시 쓴다...본업이 벌고 AI 신사업이 키운다

3분기 누적 영업이익 4조347억원, 전년보다 55.9% 늘어…매출 71조원 돌파
AI 데이터센터(AIDC) 냉각솔루션 수주 3조원, 반년 만에 5배로...미국 생산거점 확보 추진
중동 전쟁 등 악재에도 4개 사업본부 모두 흑자...전장은 3분기 기준 최대 실적

이국열 기자

lkt838@hanmail.net | 2026-10-28 14:45:57

[소셜밸류=이국열 기자] 중동 전쟁과 물류비 상승, 소비심리 위축이 겹친 올해 3분기에도 LG전자의 실적은 오히려 좋아졌다. 생활가전과 전장 사업이 안정적으로 이익을 내고, 부진하던 TV 사업까지 회복하면서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4조원을 넘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55.9% 늘어난 수치다.

 

더 눈여겨볼 대목은 그다음이다. 상반기 6000억원 수준이던 AI 데이터센터 냉각솔루션 누적 수주액은 3분기 들어 3조원을 돌파했다. 본업에서 번 돈이 미래 먹거리로 이어지는 흐름이 숫자로 확인되기 시작한 것이다.

 

◇ 누적 매출 71조원...수익성 ‘퀀텀 점프’

 

LG전자는 연결기준 3분기 누적 매출액 71조3778억원, 영업이익 4조347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9.2%, 영업이익은 55.9% 늘었다. 매출 증가율보다 이익 증가율이 훨씬 높다는 것은 많이 판 것보다 남기는 구조가 더 좋아졌다는 뜻이다.

 

▲LG 여의도 트윈타워 전경/사진=LG 제공

 

3분기만 놓고 보면 매출액은 23조8241억원, 영업이익은 7819억원이다. 전년 같은 분기보다 각각 8.9%, 13.5% 늘었다. 중동 전쟁 등 대외 환경이 좋지 않았지만, 탄탄한 시장 지위와 차별화된 제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주력 사업이 성장을 이끌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새로운 수익원도 꾸준히 자리를 잡고 있다. 제품과 서비스를 아우르는 구독사업 매출은 76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8.6% 늘었다. 기업 간 거래(B2B) 매출도 6조1000억원으로 3.4% 증가했다. 한 번 팔고 끝나는 소비자 가전에서 벗어나 반복 매출과 기업 고객 비중을 늘리는 체질 개선이 실적 방어에 힘을 보탰다.

 

◇ 4개 본부 모두 흑자...전장은 3분기 기준 최대

 

이번 실적에서는 4개 사업본부가 모두 흑자를 냈다.

 

생활가전을 맡은 HS사업본부는 3분기 매출 7조444억원, 영업이익 2592억 원을 기록했다. 2분기 연속 매출 7조원을 넘었다. 프리미엄 제품과 중저가 대중 제품(볼륨존)을 함께 공략하는 '투트랙 전략'이 통했다. 일시적인 물류비 상승과 마케팅비 증가가 있었지만, 운영 효율화로 수익성을 지켰다.

 

가장 크게 달라진 곳은 TV 사업이다. MS사업본부는 매출 5조215억원, 영업이익 1467억원으로 전년 같은 분기보다 매출과 이익 모두 크게 개선됐다. 올레드 등 프리미엄 TV 판매가 늘고 신흥시장 판매가 확대된 결과다. 최근 몇 년간 중국 업체와의 가격 경쟁으로 고전하던 TV 사업이 다시 실적을 받쳐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전장(자동차 부품)을 맡은 VS사업본부는 매출 2조8261억원, 영업이익 1903억원으로 매출과 이익 모두 3분기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앞서 확보한 수주잔고가 꾸준히 매출로 이어지고,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VI) 사업이 성장한 덕분이다.

 

냉난방공조를 맡은 ES사업본부는 해외 상업용 공조 시장을 중심으로 판매를 늘려 매출 2조1736억원, 영업이익 872억원을 냈다. 다만 신사업 수주 확대에 대비한 비용이 늘면서 수익성은 일부 영향을 받았다.

 

◇ AI 데이터센터 냉각, 반년 만에 수주 5배

 

이번 실적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신사업이다. 핵심은 AI 데이터센터(AIDC) 냉각솔루션이다. AI 연산이 늘면서 데이터센터 서버가 내는 열을 식히는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데, LG전자는 가전과 공조 사업에서 쌓은 열관리 기술을 이 시장에 접목하고 있다.

 

성과는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AIDC 냉각솔루션의 3분기 누적 수주액은 3조원을 넘었다. 상반기 6000억원 수준에서 석 달 만에 약 5배로 늘었다. LG전자는 늘어나는 주문에 대응하기 위해 2200억원을 추가로 투자해 미국 내 생산거점 확보를 포함한 국내외 생산능력 확대에 나섰다.

 

로봇 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로봇 데이터팩토리가 부분 가동에 들어갔다. 로봇의 관절 역할을 하는 핵심 부품인 액추에이터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기반도 준비하고 있으며, 해외 잠재 고객을 대상으로 한 수주 활동도 함께 진행 중이다.

 

AI홈 솔루션 분야에서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손잡고 최신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바탕으로 한 AI홈 생태계 구축을 추진한다.

 

◇ 4분기 ‘수요 둔화’ 넘어야...B2B·구독으로 대응

 

남은 과제는 4분기다. 시장 환경은 녹록지 않다. LG전자는 가전 수요 회복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TV는 고유가와 고금리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 탓에 수요가 전년보다 줄고, 메모리와 패널 등 원가 부담도 이어질 전망이다. 완성차 수요 역시 크게 살아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는 B2B, 구독, 온라인 등 성장 전략을 이어가는 한편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운영 효율을 높여 대외 변수에 대응할 계획이다. 사업본부별로는 가전은 수요가 상대적으로 탄탄한 글로벌 사우스(신흥국) 중심으로 판매를 늘리고, TV는 프리미엄 판매 확대로 구조적 경쟁력을 다진다. 전장은 확보한 수주잔고를 바탕으로 매출 성장을 이어가면서 원가 경쟁력을 높이고, 공조는 AIDC 냉각솔루션 대형 프로젝트를 제때 납품하는 데 최우선으로 힘을 쏟는다.

 

주주환원도 이어간다. LG전자는 올해 사들인 자사주 73만주를 계획대로 4분기 안에 모두 소각한다.

 

가전과 TV, 전장이 안정적으로 이익을 내고 그 힘으로 AI 데이터센터와 로봇 같은 새로운 시장에 뛰어드는 구조다. 3조원을 넘어선 냉각솔루션 수주가 실제 매출과 이익으로 얼마나 빨리 이어지느냐가 LG전자의 다음 성장 공식이 완성될지를 가르는 열쇠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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