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모빌리티 손 들어준 법원, 도현이 손자 사망 급발진 소송 1심 소비자 패소
KG모빌리티 "급발진 입증은 벽이었다" 도현이 가족 1심 패소, 소비자 소송 현실만 확인
최성호 기자
choisungho119@naver.com | 2025-05-13 14:18:47
[소셜밸류=최성호 기자] 12살 손자와 함께한 비극적 사고를 놓고 2년 넘게 이어진 법정 싸움은 결국 제조사(KG모빌리티)의 손을 들어주는 1심 판결로 막을 내렸다. 도현이 가족은 패소했고, 법정은 끝까지 '운전자 과실'을 인정했다.
13일 춘천지법 강릉지원 민사2부(박상준 부장판사)는 도현이 가족이 KG모빌리티(옛 쌍용자동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핵심 쟁점은 '페달 오조작' 여부였다. 가족 측은 30초 이상 지속된 급가속과 블랙박스에 남은 "이게 왜 안돼, 도현아"라는 할머니의 다급한 외침을 근거로 "급발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사고기록장치(EDR) 분석과 국과수 감정 결과를 받아들여, '운전자의 조작 실수'를 인정했다.
결국, 소비자가 제조사의 소프트웨어 결함을 입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냉혹한 현실만 재확인한 셈이다.
◇데이터는 모순됐지만…법정은 국과수 분석을 우선했다
도현이 가족은 EDR 기록의 불일치도 지적했다. 가속페달 변위량이 100%인데도 차량 속도는 고작 6㎞ 증가에 그쳤다는 점, AEB(자동 긴급 제동장치)가 작동하지 않은 점 등 여러 과학적 모순을 제기했다.
법원이 지정한 감정인도 "가속 기록과 속도 증가가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진술했지만, 결국 법원은 국과수의 초기 분석을 더 신뢰했다.
제출한 자료 역시 소비자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했다. 시스템 오류 가능성보다 운전자 과실 가능성에 무게를 실은 것이다.
결국 이번 판결은 한국에서 '소비자가 차량 결함을 입증하는 것'이 얼마나 높은 벽인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 자동차 제조사는 EDR 등 데이터를 독점
국과수 등 공적 감정기관은 소프트웨어 분석에 한계가 있다. 법원은 '기존 분석'과 '관행'에 더 무게를 두는 경향이 강하다. 즉, 소비자는 불리한 데이터 구조 안에서, 제조사의 책임을 입증해야 하는 절망적 위치에 놓여 있다.
소비자 보호 체계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입증 책임 완화'나 '독립적 자동차 사고 조사 기관' 등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진실은 어디에 있는가
도현이 가족은 패소했지만, 사건은 끝나지 않았다. 항소를 예고한 만큼, 2심에서는 보다 적극적인 증거 다툼과 소비자 권익 보호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이번 1심 결과는 분명한 교훈을 남겼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급발진 피해를 입은 소비자가 제조사를 상대로 승소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법원은 기록을 본다. 데이터는 제조사가 쥐고 있다. 진실이 법정에서 드러나기 위해서는, 더 높은 차원의 제도 개선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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