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효성·LS, 대구산단 입찰 짬짜미…공공입찰 신뢰 또 무너졌다
낙찰자 내정에 들러리 동원까지…공정위 “입찰 방해, 중대 위법”
최성호 기자
choisungho119@naver.com | 2025-07-02 14:09:38
[소셜밸류=최성호 기자] 효성과 LS일렉트릭이 대구염색산업단지의 배전반 교체 공사 입찰에서 담합 혐의로 적발됐다. 두 회사는 사전에 낙찰자와 투찰 가격을 합의하고, 형식적 입찰을 진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일, 효성에 1억400만원, LS일렉트릭에 4천800만원 등 총 1억5천2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해당 사건은 이미 형사 재판으로도 진행 중이며, 발주처 관계자와 기업 임직원 8명 모두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상태다. 낙찰자는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 해당 입찰은 2016년 대구염색산단관리공단이 발주한 36억 원 규모의 배전반 패널 교체 공사다.
공정위에 따르면 효성은 입찰 5개월 전부터 발주처와 접촉, 미리 시공사로 내정된 상태였으며, 유찰과 저가 수주를 막기 위해 지명경쟁입찰 방식을 유도했다.
이 과정에서 효성은 LS일렉트릭을 들러리 업체로 추천했고, 입찰서류 작성까지 대신하며 형식적인 경쟁 입찰을 꾸몄다. 즉, 경쟁은 없었고,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공공기관·민간기업 ‘삼각 공모’…관행이 범죄가 됐다
문제는 단순한 담합을 넘어, 공공 발주처와 기업 간의 공모가 있었다는 점이다.공정위는 이를 “입찰제도의 근간을 훼손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강도 높은 제재에 나섰다. 현재 해당 사건은 검찰 수사와 별개로 진행 중이며, 효성과 LS 관계자는 형사법상 입찰방해죄로도 유죄 판결을 받고 있다.
기업뿐 아니라 공단 임직원까지도 공모에 가담한 사실은 공공기관 입찰 시스템 전반에 대한 신뢰성 위기를 불러일으킨다.
◇ ‘형식적 입찰’이라는 구조적 문제
이번 사건은 입찰 담합의 전형적 수법을 보여준다. 낙찰 예정업체가 먼저 지정되고 들러리 업체는 투찰 가격만 맞춘다 형식적 경쟁을 위장한 뒤, 실제 수주업체는 정해진 곳으로 낙찰된다.
특히 공정위는 “입찰 참여사가 발주처와 공모해 수주를 사전에 조율한 사례로, 구조적 담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는 사실상 ‘경쟁 없는 입찰’이며, 조달 예산의 효율성과 공정성을 해치는 중대 범죄다.
◇제재는 약하다? 과징금보다 큰 파장은?
이번 사건에 대한 공정위 과징금 규모는 1억5천만 원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실제 피해는 그보다 훨씬 크다. 형식적인 경쟁으로 인해 조달 예산의 낭비가 발생했고, 진입을 시도한 중소업체의 기회조차 차단됐다.
또한 효성·LS는 전력·자동화 분야에서 국내 시장점유율 상위를 차지하는 기업들이다. 이런 업체들이 공공 입찰에서 담합과 공모를 일삼았다는 점에서 시장의 도덕적 해이를 촉발할 수 있다.
◇제도 개선 없이 반복될 담합 구조
입찰 담합은 수차례 공정위의 단속과 제재에도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고질적 문제다. 특히 공공기관 담당자와의 유착, 지명경쟁입찰의 제한성, 투명한 정보공개 미비 등이 문제의 구조적 배경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지명입찰이 아닌 완전 개방형 경쟁입찰 확대, 발주자와 입찰자 간 접촉 차단장치 강화, 입찰 전후 정보공개 제도 등을 통해 구조를 손질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입찰은 ‘거래’가 아니다…공정성 회복 시급
입찰제도는 경쟁을 전제로 한다. 납세자의 세금이 투입되는 공공사업에서 ‘짬짜미’가 허용될 수는 없다. 공공기관도, 대기업도, 중소기업도 같은 출발선에서 경쟁해야 한다는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국가 예산의 낭비는 물론, 산업의 신뢰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과징금 처벌로 끝나서는 안 된다. 공정위와 검찰은 물론, 기획재정부와 조달청 등 정부 차원의 입찰시스템 전면 점검과 재설계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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