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또 인상? "정부는 살아남은 사람마저 내몬다”

100만 자영업자 무너졌다…소상공인들 집단 반발

최성호 기자

choisungho119@naver.com | 2025-07-11 14:08:27

▲소상공인연합회 소속 회원들이 최저임금위원회 7차 전원회의가 열리고 있는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동결을 촉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자료/최성호기자

 

[소셜밸류=최성호 기자] “이미 망한 가게가 100만 곳입니다. 이젠 살아남은 가게마저 문을 닫게 생겼습니다.”


정부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간당 1만320원으로 확정한 가운데, 소상공인들의 반발이 폭발 직전으로 치닫고 있다. “일방통행식 정책으로 결국 남은 사람들마저 고사시킬 셈이냐”는 날 선 비판이 터져나오고 있다.

내년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290원(2.9%) 인상됐다. 역대 정부의 첫해 인상률 중 가장 낮다는 평가지만, 이미 허리가 휘는 소상공인들에게는 ‘최소의 인상’이 아니라 ‘최후의 타격’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생존권 잃은 현장… “남은 건 폐업뿐”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는 11일 성명을 통해 “외환위기보다 심각한 수준의 구조적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사실상 소상공인에게 사망 선고와 같다”며 “당장 인건비 감당이 안 돼 문을 닫는 자영업자가 속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내년도 최저임금은 주 40시간 기준 월급 215만6880원이다. 인건비만으로도 벅찬 현실에서 이 정도 수준은 매출의 절반 이상을 고정비로 잠식하는 수준이다.

편의점, 음식점, 세탁소, 학원 등 인력을 최소화한 업종에선 “사장이 직원 역할까지 도맡다가 쓰러지는 상황”이라는 호소가 곳곳에서 터져나온다.

◇“비상식적인 결정 구조 바꿔야”… 사용자측도 비판

앞서 최저임금 결정 과정도 매끄럽지 않았다. 민주노총 근로자위원 4명이 중도 퇴장하며 노사 합의라기보다는 ‘반쪽짜리 밀실 타결’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0일 제12차 전원회의에서 노동계와 사용자 측의 제10차 수정안을 바탕으로 인상률 2.9%에 해당하는 1만320원을 최종 의결했다.

하지만 사용자 측 관계자는 “강력히 반대했던 소상공인들의 목소리가 묵살됐다”며 “이른바 ‘공익위원 심의촉진구간’이라는 편법을 통해 결국 정부 입맛에 맞춘 타협이 이뤄졌다”고 비판했다.

실제 최저임금 심의촉진구간은 1만210원(1.8%)~1만440원(4.1%)으로 제시됐으며, 민주노총은 “공익위원들이 사회적 약자인 저임금 노동자나 영세 자영업자의 현실을 무시했다”며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 숫자보다 더 깊은 문제는 ‘현실과의 단절’

정부는 “최근 4년 중 가장 낮은 인상률”이라며 방어하고 있지만,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인상률이 아닌 ‘실제 감당 가능성’이 문제다.

소공연은 “대기업·정규직 중심의 노조와 학계가 결정하는 지금의 구조는 소상공인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며 “자영업자의 생존을 실험 대상으로 삼는 구조적 폭력”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른바 ‘소상공인 포함형 최저임금 위원회’ 개편이 필요하다는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실제 일자리를 제공하는 현장의 목소리는 배제한 채, 정치적 정당성과 숫자 맞추기로 결정되는 최저임금은 결국 시장 기능을 무력화시킨다”는 비판이다.

◇생존 대책 없이 또 인상… 정부는 책임질 준비 됐나

현재까지 정부는 인상에 따른 직접적 보완책을 내놓지 않았다. 2020년까지 시행된 일자리안정자금도 폐지된 상태이며, 소공연은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최저임금을 올린다는 것은 보완 없이 가격만 올려놓은 ‘공공요금 폭탄’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국노총 류기섭 사무총장조차 “정부가 저임금 노동자 생계비 부족을 보완할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할 정도로, 이번 결정은 사용자·근로자 양측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한 결과라는 평가다.

소상공인계는 “현장에는 이미 폐업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며 “정부와 국회가 실질적인 지원 없이 물가 반영만 들먹이며 인건비를 올리는 방식은, 남은 1인 자영업자들마저 벼랑 끝으로 밀어낼 뿐”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은 상생의 수단이어야”… 무너진 철학 복원 필요

한 자영업자는 “정말 중요한 건 '임금이 아니라 일자리'”라고 말했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오를수록 가장 먼저 줄어드는 것은 일자리이고, 그 다음이 매출이며, 마지막은 자영업자의 생존이다.

정부가 진정 ‘상생의 경제’를 말하려면, 정책 효과의 수혜자가 누구인지 냉정히 돌아봐야 한다. 현재처럼 물가와 명분을 앞세운 수치 놀음만 반복된다면,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은 “빈사 상태의 자영업에 최후의 비수”로 남을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될 수 있다.

[ⓒ 사회가치 공유 언론-소셜밸류.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