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민간인 몰카' 아직도…끝나지 않은 사찰의 역사...이번엔 조합원과 경쟁사가 타깃

삼성물산, 흑석2 조합원-경쟁사 무차별 사찰...흑석2와 무관한 민간인도
준법감시위 출범, 이재용 부회장‘클린 경영' 외쳤지만 구태 그대로
흑석2구역 시공사 홍보지침에는“타사를 가장한 불법행위 자격 박탈 요건"

소민영 기자

somy@socialvalue.kr | 2022-03-29 16:00:30

▲오세철 삼성물산 사장/사진=삼성물산 제공

 

[소셜밸류=소민영 기자] 삼성물산이 서울의 한 재개발 현장에서 조합원과 경쟁사 직원 등을 불법으로 미행하며 사찰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 동작구 흑석2구역 재개발 현장에서의 일로 조합원 및 경쟁사 직원을 무차별 사찰하고 재개발 사업과 무관한 민간인도 타깃이 되었다. 삼성에서는 준법감시위원회가 만들어져 ESG 경영을 강화하고 과거에 자행했던 구태의연한 불법행위를 엄단해 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아울러 이재용 부회장은 과거의 잘못된 경영관행을 쇄신하기 위한 혁신적이며 실질적인 변화를 주문하고 있다. 이를 통해 새로운 삼성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인데, 지주사라 할 수 있는 삼성물산에서는 여전히 구태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는 먹음직스런 공급물량이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수주하겠다는 경영층의 집착이 자아낸 일탈로 풀이된다. 이에 끝나지 않은 사찰의 흑역사가 반복되고 클린 경영을 하겠다는 이재용 부회장의 구호도 물거품으로 끝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동작구 흑석2구역 재개발 현장에서 삼성물산은 경쟁사 직원과 조합원들을 몰래 뒤쫓고 촬영까지 해 주민대표회의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자 ”이번에도 삼성이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앞서 삼성물산이 노조 관계자나 고객 등 민간인을 조직적으로 미행하거나 사찰해온 전과가 많기 때문이다. 

 

▲삼성물산 측 OS요원이 미행 후 촬영한 사진들. 삼성물산은 경쟁사가 타 구역 조합원 행사를 하거나 자체 직원 교육을 위한 랜드마크 단지 투어에 따라 붙어 몰래 촬영하고 이 파일을 흑석2구역 조합에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이 조합에 제출한 파일 중에는 가족 단위로 단지내 공원을 산책중인 입주민까지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사진=조합 제공

 

업계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재개발 현장 관계자들을 미행하거나 사찰한 것은 이들의 동향을 살피고 불법홍보 정황이 발견되면 즉시 고발하겠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방식이 ‘몰래카메라’에 가까운 불법사찰이라는 점에서 파문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 측의 불법사찰은 비단 흑석2구역 주민만을 향하지 않았다는 게 구역 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경쟁사가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또는 임직원 교육용으로 마련한 입주단지 관람행사마저도 삼성물산의 레이더망에 있었다는 것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흑석2구역 주민대표회의로 들어온 제보사진 가운데 대다수는 일반 고객이나 임직원이 참여한 입주단지 투어 장면“이라며 ”흑석2구역과는 전혀 무관한 사람들이 순수한 의도로 가진 행사마저도 불법으로 미행하고 사찰한 삼성물산이 과연 제정신인지 묻고 싶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한 조합원이 제공한 흑석2구역 시공사 홍보지침에는 “타사를 가장하여 고의로 자격 박탈 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경우 입찰 자격을 박탈한다"고 규정돼 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삼성물산은 불법사찰 과정에서 타사의 OS요원을 동원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는 명백한 입찰제재 사유“라며 ”흑석2구역 홍보지침에 따르면 타사를 가장해 고의로 자격박탈 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를 할 경우 입찰 참여자격을 박탈당할 수 있다“고 했다.

 

▲사진=삼성물산 제공

 

ㅇ 반복되는 ‘삼성의 민간인 사찰’ 흑역사

 

흑석2구역 안팎에서는 삼성이 이전에도 반복적인 불법사찰로 뭇매를 맞은 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년이 지나 준법감시위원회가 출범한 후 지금까지도 이런 관행과 구태가 이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준법감시위원회를 만들고 클린수주를 주창한 것은 반성의 의미가 아니라 ‘보여주기’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지난 2018년 삼성 계열사 에버랜드는 경찰에게 노조원 불법사찰을 사주해 논란을 일으켰다. 경찰은 삼성의 손발이 돼 노조원을 미행하고 표적수사를 벌였다. 

 

삼성은 노조원이 형사처벌을 받도록 하기 위해 회사 차원의 사찰도 서슴지 않았다. 노조원의 차량을 강제로 열어 차대번호를 확인한 후 대포차량이 의심된다며 경찰에 넘기기도 했다. 

 

지난 2015년에 삼성은 본사에 강성 민원을 넣은 고객과 노조 간부를 실시간으로 사찰해온 사실을 들켰다. 이들의 이동과정을 미행하고 인상착의나 동정을 단체 대화방에서 공유한 증거가 드러나면서다. 

 

이 사건은 검찰의 기소중지로 규명되지는 못했지만, 전현직 노조원의 휴대폰을 불법복제해 약 1년간 위치추적을 벌였다는 의혹을 받은 적도 있다. 지난 2004년 삼성SDI에서 벌어진 이야기다. 

 

경쟁사 간부를 미행한 전과도 있다. 2012년 삼성물산 감사팀 소속 직원 다섯명은 선불폰과 렌터카를 이용해 CJ그룹 이재현 회장 일행을 미행하다 발각됐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시대는 바뀌었는데, 삼성물산은 예전 그대로다. 불법사찰 대상도, 방식도 똑같다“면서 ”일말의 반성 없이 과오를 되풀이하는 까닭은 최초 범죄 당시에 제대로 된 처벌이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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