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세이긴 한데 '적자'...새벽배송 '딜레마'"
이호영 기자
eesoar@naver.com | 2023-01-31 13:40:10
[소셜밸류=이호영 기자] 대기업·스타트업 불문 신선식품 새벽배송 시장 진입과 퇴거가 빠르게 이뤄지면서 시장 재편은 현재 진행형이다. 시장에서는 올해 12조원대 새벽배송 성장을 예견하고 있다.
새벽배송은 분명 성장세이긴 하지만 출혈 경쟁과 적자를 견디지 못한 기업들로 부침이 심한 모습이다. 승산이 있다고 판단해 남은 기업도 지속해야 하는 투자에 버거워보이긴 마찬가지다.
31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신선식품 새벽배송 경쟁은 대기업과 스타트업 가리지 않고 격화하는 가운데 현재 시장 선두 기업은 기업 규모에 크게 상관 없는 모습이다.
대기업이라고 해서 비용을 더 절감할 수 있다거나 스타트업이라고 해서 비용이 더 든다거나 하는 상황이 아니어서다. 새벽배송에 특화한 시스템 효율화 정도가 기업 비용과 수익 등을 좌우지하는 모습이다.
신선식품 새벽배송 사업 모델 자체가 고비용 구조여서다. 이커머스 신선 배송 시스템과 물류센터 등이 필수인 새벽배송은 지속적인 투자가 동반돼야 하지만 적자를 안고 이를 지속할 수 있는 기업은 많지 않다.
외려 오프라인 신선 강자로서 온라인 새벽배송에 뛰어들었던 대기업들은 지난해 줄줄이 발을 뺐다. 작년 4월 롯데쇼핑 이커머스 롯데온(롯데마트몰 '새벽에 ON')에 이어 5월 BGF리테일 온라인 푸드마켓 헬로네이처도 신선 새벽배송에서 철수했다. 대신 롯데온은 퀵커머스(바로배송)에 힘을 싣고 신선 부문 이커머스 투자(오카도 등)를 지속하고 있다. BGF리테일은 헬로네이처 사업을 기업 간 거래(B2B) 사업으로 전환했다. 그해 7월 GS리테일 GS프레시몰도 신선 새벽배송을 전면 중단하고 롯데온처럼 퀵커머스(오늘배송)에 힘을 싣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업계는 "심야 작업과 운영은 여러 면에서 비용이 많이 든다. 신선도 유지를 위한 부분에서도 그렇다"며 "기업으로서는 근로, 환경 등 부담 요인이 많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시장 출혈 경쟁은 가속화하는 데다가 물류비까지 상승하면서 비용은 늘지만 투자 대비 성과가 탐탁지 않아서다. 이렇다 할 성과도 없이 재작년 롯데온 적자만 1560억원선이다. 엔데믹으로 접어들고 있어 중장기적 시장 전망도 어둡다고 보이면서다. 실제 정리 이후 작년엔 적자 1323억원으로 손실폭이 줄었다.
시장 점유율 1위 마켓컬리 등 새벽배송 선두 기업이라고 해서 상황이 어렵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더 힘든 것도 아니다. 외려 오아시스마켓(마켓컬리·SSG닷컴 매출 규모 10분의 1 수준) 경우 흑자를 지속하고 있다.
오아시스마켓을 빼면 신선 새벽배송업계 대부분 덩치 불문 적자를 거듭하고 있다. 업계는 매출 외형은 성장 곡선을 그리지만 영업 손실을 지속하고 있다. 또 이런 적자에도 투자를 확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신선 식품 새벽배송 시장 점유율 1위 마켓컬리로 재작년(2021년) 매출 1조5614억원이지만 영업손실은 2000억원대(2177억원) 규모다. SSG닷컴도 2021년 매출 1조4942억원이지만 영업손실 1079억원을 냈다.
실제 컬리·오아시스마켓·쿠팡과 함께 새벽배송 시장을 주도해온 SSG닷컴도 효율성에 방점을 찍고 새벽배송 권역 축소 조정에 나선 상태다.
적자 속에서도 성장세가 강점인 마켓컬리는 새벽배송도 화장품까지 넓히고 배송 권역 확대, 배송 자회사 인력 채용 등 투자를 선택해왔다. 배송 대행 사업이나 테크 기반 사업 확장 등으로 중장기적인 수익성 강화에 방점을 찍고 달려왔다.
시장에서는 이런 컬리 움직임을 상장을 염두에 둔 행보로 봐왔다. 적자를 안고도 지속적인 투자를 위한 돌파구격 상장을 무기한 연기하면서 이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새벽배송 시장엔 주체 진입과 퇴거가 활발하다. 기존 컬리·오아시스마켓 이외 이커머스 선두 네이버 등 새벽배송 확대가 눈에 띈다. 로켓배송 쿠팡도 새벽배송에서는 컬리(2015년) 후발 주자다. 쿠팡은 오아시스마켓(2018년)에 이어 SSG닷컴(2019년)과 엇비슷하게 로켓프레시를 론칭했다.
일찌감치 홈쇼핑업계 롯데홈쇼핑(새롯배송)이나 동원몰(밴드프레시)은 발을 담갔다가 뺐다. 롯데온과 헬로네이처, GS프레시몰까지 철수는 잇따랐지만 시장엔 승산이 있다고 판단하는 크고 작은 신규 사업자 진입도 지속되고 있다.
재작년 말 CJ온스타일·NS홈쇼핑 등 홈쇼핑업계 진출에 이어 이커머스 네이버(쇼핑)와 G마켓·옥션, 인터파크 참전이 이어졌다. 티몬뿐 아니라 정육각도 인수(작년 4월)한 초록마을을 통해 새벽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쿠팡과 업계 선두를 다투는 네이버(쇼핑) 경우 재작년 이마트몰, 트레이더스에 이어 작년 SSG닷컴, hy '프레딧' 제휴로 장보기 새벽배송 시장 서비스를 늘려오고 있다.
네이버(쇼핑)는 일찌감치 국내 1위 물류 기업 CJ대한통운 물류 시스템을 활용해 생활용품 새벽배송 시장에 나서왔다. CJ대한통운은 융합형 풀필먼트와 콜드체인 시스템을 기반으로 제휴사를 늘리며 신선 새벽배송도 확대하는 모습이다.
신선 새벽배송 '로켓프레시'(로켓와우 회원 대상)도 운영 중인 쿠팡이야말로 이커머스업계 적자 대명사격일 정도로 적자에 아랑곳하지 않고(계획된 적자) 익일 '로켓배송' 물류 투자(신선 '로켓프레시' 풀필먼트 경우 약 2배 확대)에 전념해왔다. 작년 3분기 쿠팡은 적자 주범으로 지적돼온 로켓배송 사업 이후 첫 흑자 전환하며 전기를 마련한 상태다.
다만 문제는 상장도 그렇고 흑자 전환도 그렇고 쿠팡의 뒤를 이을 수 있는 새벽배송 사업자는 많지 않아보인다는 점이다. 새벽배송 주자들이 이런 전쟁에서 어떻게 살아남을지 이목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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