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계약 더 가까워진 흑석2구역...벌써 두 번째 ‘공공의 뒤통수’

GS건설, 대우건설, 현대건설 등 8개 건설사 입찰 자격 얻었지만
시공사 입찰서 건설사 집단 보이콧...”기울어진 운동장 못 참아”
한 번 더 유찰 땐 '수의계약'...주민들에 불리한 사업조건 예상

소민영 기자

somy@socialvalue.kr | 2022-04-23 14:04:53

▲ 흑석2구역 조감도/사진=주민대표회의 제공

 

 

[소셜밸류=소민영 기자] 공공재개발 1호 사업지로 관심을 모았던 서울 동작구 흑석2구역 시공사 선정 1차 입찰이 삼성물산의 단독 응찰로 유찰되면서 수주전 흥행에 빨간불이 켜졌다.

 

게다가 2차 입찰에서도 유찰되면 백사마을 재개발에 이어 공공주도 재개발에서 벌써 두 번째 수의계약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 같은 상황을 놓고 정비업계는 “공공의 뒤통수”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사업성 개선 등 공사의 약속을 믿고 공공재개발을 시작했는데, 경쟁입찰보다 제반조건이 나쁜 수의계약을 맺어야만 하는 상황이 연거푸 빚어진 때문이다.


ㅇ 결국 수의계약으로 마무리?...“조합원 피해 불 보듯”

 

2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동작구 흑석2구역의 시공사 선정이 결국 ‘수의계약’으로 마무리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의계약은 경쟁입찰 대비 조건이 나쁠 수밖에 없어 주민대표회의 측에 불리하다는 평가다. 그래서 경쟁입찰을 진행하지만 이번에도 수의계약이 예상된다는 지적이다.  

 

지난 19일 흑석2구역 주민대표회의는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진행했지만 삼성물산만 응찰하며 유찰됐다.

 

▲ SH가 주민대표회의에 넘긴 '흑석2구역 건설업자 입찰공고 관련 삼성물산 홍보지침 위반 검토결과' 발췌/사진=업계 제공

 

앞서 열린 현장설명회에는 HDC현대산업개발과 GS건설, 대우건설, 삼성물산, SK에코플랜트, 현대건설, DL이앤씨, 롯데건설 등 8개 건설사가 참여해 입찰 자격을 획득했지만 최종 입찰에는 삼성물산을 제외하고는 모두 불참한 점을 감안하면 수주전 흥행에 참패한 셈이다. 

 

1차 입찰이 유찰된 흑석2구역의 시공사 선정 일정은 다음 주민대표회의를 거쳐 정해질 예정이다. 2차 입찰에서도 경쟁입찰이 성사되지 않으면 흑석2구역은 수의계약으로 시공사를 선정해야 한다. 

 

문제는 수의계약이 건설사 입장에서는 호재인 반면, 주민들 입장에서는 악재라는 점이다. 굳이 경쟁할 필요가 없는 건설사로서는 최소한의 조건만 제시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지만, 이 때문에 주민들의 분담금은 늘어날 수 있다. 건설사가 특화설계를 제안할 유인도 없어 단지 고급화 역시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지 집행부의 역량을 판가름하는 요소 중 하나는 경쟁입찰 성사 여부다. 경쟁입찰이 성사돼야만 조합원 분담금을 줄이면서도 단지 고급화를 노릴 수 있기 때문"이라며 "경쟁입찰을 성사시키려면 집행부가 특정 건설사의 편을 들어 주기보다는 공정한 경쟁 환경을 마련해 최대한 많은 건설사가 참여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ㅇ 흥행참패 원인은 SH...삼성물산 편들기에 타사 심기불편

 

이처럼 주민 측에 불리한 구도가 짜여지고 있는 상황을 두고,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김헌동)의 불공정한 관리감독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주민대표회의와 공동으로 사업을 시행하는 SH가 다른 건설사들에는 정황만으로 경고 처분을 내리는 등 제재를 남발하면서도 삼성물산의 사전홍보에 대해서는 눈감아 주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다. 

 

앞서 SH는 삼성물산이 현장설명회 이전 홍보관을 설치하고 홍보관 외부에 현수막을 게시해 홍보지침을 어겼다는 제보를 받았으나 어떤 경고 조치도 내리지 않았다.  

 

반면 GS건설과 대우건설 등에는 증거가 불충분한 데도 경고를 남발했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건설사들의 소명자료 제출도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 

 

경고 공문이 주민대표회의 의결조차 거치지 않고 내려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기울어진 운동장에 대한 건설사들의 불만이 극에 달했다. 누적된 불만은 입찰 집단 보이콧으로 이어졌다.

 

대우건설은 입찰 포기를 알리기 위해 흑석2구역 주민들에게 발신한 문자 메시지에서 "의결기구를 거치지 않은 일방적인 경고 조치와 특정 시공사의 입장만을 대변하는 집행부의 편중된 방향에 입찰 후 리스크가 감당할 수 없는 범위라고 판단했다"며 "입찰지침이 개정되고 주민대표회의가 공정하게 운영돼야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백사마을 재개발에 이어 흑석2구역까지 수의계약으로 종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쯤되면 SH가 지속적으로 강조한 ‘공정한 경쟁’이 과연 실체가 있는 구호인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라며 “특정사의 독주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조합의 몫으로 돌아간다는 점에서, SH는 그간의 운영실태를 점검하고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SH와 함께 삼성물산의 수의계약 수주 전략도 비판받는 모양새다. 삼성물산이 사전에 정비사업지 조합 집행부와 접촉, 이들을 회유해 사실상 정상적인 경쟁이 불가능한 환경을 만든 후 다른 건설사의 입찰을 포기시키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2년간 삼성물산은 재건축, 리모델링 사업지 여섯 곳을 경쟁상대 없는 수의계약으로 수주했다. 흑석2구역까지 수의계약으로 따낼 경우 일곱 번째 수의계약 성사로 기록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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