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영 부회장 떠난 현대캐피탈, 영업이익 부풀리기 의혹...금감원 "조사하겠다"

지분 없는 해외법인을 자회사로 둔갑시켜 8000억 이상 끌어올린 의혹
비상장사라지만 지분 0% 자회사 포함해 최대실적 포장은 명백한 잘못

소민영 기자

somy@socialvalue.kr | 2022-03-21 13:21:31

▲정태영 부회장 

[소셜밸류=소민영 기자] 비상장회사인 현대캐피탈이 고무줄 셈법을 적용해 영업이익을 부풀렸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어 관심이다. 그것도 부풀려진 영업이익이 8000억원을 넘는다. 

 

지분이 전혀 없는 해외법인을 자회사로 둔갑시켜 회사 영업이익을 끌어올렸다는 의혹으로, 금융감독원이 나서 조사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지난해 현대캐피탈 대표이사에서 물러난다고 발표한 이후 벌어진 일이어서 더욱 눈길을 모은다.

지난해 9월 30일부로 정태영 부회장은 자동차금융서비스 회사인 현대캐피탈의 대표이사와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21일 업계가 제기한 의혹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17일 지난해 해외사업 부문에서 9월 말 기준 1조5000억원 영업이익(세전이익)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년 영업이익 8500억원의 거의 2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특히 이는 국내 금융업계에서도 비교 대상을 찾기 어려울 정도라고 홍보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장기화와 자동차 반도체 수급난에도 불구하고 현대캐피탈이 해외사업에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전체 해외사업 실적 상당수가 자신의 자회사가 아닌 '현대캐피탈 아메리카(HCA)'에서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현대캐피탈은 HCA가 지난해 9월 말 기준 약 8720억원 영업이익(세전이익)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25% 이상 성장하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확인한 결과 해당 해외법인인 HCA는 현대캐피탈 지분이 전혀 없었고 대신에 기아 자회사인 기아 모터스 아메리카 주식회사가 100%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 이는 명백히 HCA가 현대캐피탈의 자회사가 아니라 기아의 자회사라는 이야기다. 다만 현대캐피탈은 HCA에 경영 자문을 하고 수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서도 현대캐피탈의 HCA의 지분은 확인되지 않아 의혹을 키우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캐피탈이 비상장회사지만 다른 회사 자회사의 실적을 자신의 계열사에 포함시켜 계산한 것은 명백하게 잘못된 행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지분을 1%도 가지지 않은 회사를 자회사로 포함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는 발표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면서 “해당 내용이 사실이라면 지배구조법상 문제가 될 소지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권의 이 같은 의혹 제기에 금감원도 현대캐피탈의 실적 보고서를 들여다본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해 3분기 보고서를 보면 HCA의 경우 현대캐피탈 지분이 없고, 현대·기아차가 미국 법인을 통해 회사 지분 100%를 보유하는 구조”라면서 “관련 내용에 대해 금감원 차원에서도 문제 소지가 있는지 살펴볼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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