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가격인하에 이익 감소 불가피…"해외사업 확대로 돌파"
불닭·신라면·빼빼로 빠진 ‘선별 인하’…“보여주기식” 지적
식품업 영업이익률 한 자릿수…가격 인하에 수익성 부담
중동 리스크에 원가 부담 확대…하반기 실적 ‘먹구름’
한시은 기자
sehan24@naver.com | 2026-03-24 08:49:49
[소셜밸류=한시은 기자] 주요 식품기업들이 다음달부터 라면과 과자, 아이스크림 등 일부 제품의 가격을 내리기로 했다. 다만 가격 인하 품목에 불닭볶음면과 신라면, 빼빼로 등 주요 인기 제품은 빠지면서 소비자 체감도는 제한적일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식품기업들은 원가 부담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맞춘 ‘최선’의 조치라는 입장이다.
◇ 4월부터 라면·과자·빙과 등 주요 품목 가격인하
2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라면·제과·빙과 업체들은 소비자 부담 경감을 위해 일부 제품 가격을 인하한다고 잇따라 발표했다.
이번 가격 조정은 정부가 13개 주요 먹거리 품목(돼지고기·계란·고등어·쌀·밀가루·식용유·가공식품 등)을 지정하고 가격 상승 요인과 유통 구조 전반을 점검하는 ‘민생물가 특별관리’에 나선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 과정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밀가루·전분당 담합을 적발하면서 제당·제분업계는 설탕, 밀가루, 전분당 등의 출고가를 인하했다. 인하 폭은 설탕 4~6%, 밀가루 5~6%, 전분당 3~5% 수준이다.
원재료 가격 하락이 반영되면서 식용유 업체들도 평균 3~6% 수준의 가격 인하에 나섰고, 라면업체 4곳(농심·삼양식품·오뚜기·팔도) 역시 평균 4.6~14.6% 범위에서 일부 제품 가격을 조정했다.
이어 롯데웰푸드·오리온·빙그레·해태제과·SPC삼립 등 제과·빙과·제빵업체들도 가격 인하 대열에 합류했다.
다만 소비자 체감도가 높은 인기 제품이 대부분 제외되면서 ‘보여주기식 인하’라는 비판도 나온다.
라면업계는 신라면(농심), 불닭볶음면(삼양식품), 진라면(오뚜기) 등 주요 제품을 인하 대상에서 제외했고, 제과업계 역시 빼빼로(롯데웰푸드), 초코파이(오리온), 메로나(빙그레), 홈런볼(해태제과) 등 주력 상품 가격을 그대로 유지했다.
서울 양천구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소비자 A씨는 “가격 인하 소식은 반갑지만 평소 먹는 제품이 인하되지 않아 실질적으로 체감은 없다”면서 “정부 기조에 기업들이 동참하는 취지는 알겠으나 실효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비자 B씨는 “인하 대상이 전 품목이 아닌 선별적으로 가격을 낮춘 점에서 보여주기식이라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불닭볶음면처럼 평소 좋아하던 제품은 대체재가 마땅치 않아 지금처럼 계속 구매할 것 같다”고 밝혔다.
◇ 영업이익률 한 자릿수…가격 인하에 업계 부담 가중
식품업계는 원재료 가격과 환율 상승 등으로 원가 부담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물가 안정’을 위해 가격 인하를 단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력 제품은 매출 비중이 큰 만큼 손실 영향이 커 제외하지만, 내수 비중이 높으면서 소비자 체감이 가능한 품목을 중심으로 인하했다는 입장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불닭 브랜드는 전체 매출의 약 70%를 차지한다. 해외 수출 비중이 80% 이상으로, 국내 가격 인하 시 수출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대신 소비량이 높은 스테디셀러인 삼양라면에 집중해 높은 할인율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농심 역시 “내수 판매 비중이 높은 제품 위주로 가격 인하 품목을 선정해 소비자의 실질적인 체감 효과를 높이려 했다”며 “안성탕면은 연간 1000억원 이상 판매되는 주요 브랜드”라고 밝혔다.
식품업은 매출 대비 이익 규모가 크지 않고 원가 비중이 높아 수익성이 제한적인 산업이다. 특히 팜유 등 주요 원료를 수입에 의존하는 만큼 원재료 가격과 환율 변동 등 대내외 환경에 민감하다는 설명이다.
실제 농심은 2023년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맞춰 신라면을 50원, 새우깡을 100원 인하했으나 이후 영업이익률은 6.2%에서 이듬해 4.7%로 하락했다.
한 라면업계 관계자는 “원가가 안정된 상황이라면 부담이 덜하겠지만, 현재는 오히려 상승 요인이 많다”며 “주력 제품 가격까지 낮출 경우 영업이익에 미치는 타격이 커 기업이 최대한 버틸 수 있는 수준으로 선택적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 여건이 녹록지 않은 만큼 향후에는 해외 사업 비중을 더욱 확대하는 방향으로 수익성을 보완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4년 식료품업종 평균 영업이익률은 3.8%로 제조업 평균(5.1%)을 밑돈다. 일부 해외 비중이 높은 기업을 제외하면 대부분 한 자릿수 수준에 머물러 있다.
주요 식품기업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CJ제일제당 4.9%, 대상 3.9%, 롯데웰푸드 2.6%, 롯데칠성 4.2%, 오뚜기 4.8%, 농심 5.2%, 풀무원 2.8%, 빙그레 5.9% 등으로 전반적으로 낮은 수준을 보였다.
반면 해외 매출 비중이 절반을 훌쩍 넘는 오리온(16.8%)과 삼양식품(22.3%)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성을 기록했다.
최근 중동 사태가 터지면서 고유가·고환율 부담도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월 수입물가지수(2020년=100)는 145.39로 전월(143.74)보다 1.1% 상승했고, 전년 동기 대비 1.2% 올랐다.
정세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원가 상승 압박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비용 부담이 하반기 실적에 본격적으로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빙과업계 관계자는 “영업이익률이 낮은 식품업 특성상 가격 인하 압박은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원부자재 부담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향후 투자 여력까지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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