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협력사 美 동반 진출, '반도체 생태계 내재화' 선도

텍사스 테일러를 중심으로 반도체 클러스터 형성… 韓 공급망, 미국으로 이동 중

최성호 기자

choisungho119@naver.com | 2025-04-17 13:15:06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모습/사진=연합뉴스 제공

 

[소셜밸류=최성호 기자]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 테일러시(Taylor)에 조성 중인 첨단 반도체 공장을 기점으로 한국 부품·소재·설비 기업들이 미국행에 나서고 있다.


이는 단순한 해외 진출이 아니라 ‘한국형 반도체 공급망’의 미국 현지화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삼성과 그 협력업체들은 이제 미국 반도체 산업 지형을 바꾸는 실질적인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삼성 중심 '생태계 이전'…韓 반도체 중소기업, 미국으로 간다

삼성전자가 미국 반도체 투자에 나선 것은 2021년 말. 당시 17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선언하며 텍사스 테일러시를 새로운 파운드리 거점으로 지정했다. 이후 상황은 빠르게 전개됐다.

삼성은 단독 진출이 아닌, 공정 전·후방 핵심 협력사들과 함께 ‘생태계 전체’를 옮겨오는 방식을 택했다.

실제로 화학소재 기업 소울브레인은 1억7,500만 달러를 들여 인근에 반도체용 정밀화학소재 공장을 건설 중이다.

설비·배관 전문업체 한양ENG USA는 시더파크에 북미 본사를 설립하며 삼성 파운드리와의 공정 설계 및 유지보수 협업을 준비 중이다.

이외에도 원익, 피엔티, 제이티 등 다수의 장비·소재 기업들이 미국 현지 투자를 타진하고 있다. 이 같은 구조는 삼성전자가 단순히 공장을 짓는 것이 아닌, 반도체 생산의 '풀 밸류체인'을 미국 현지에서 재구성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 미국이 원하는 바로 그 모델…‘CHIPS 법’ 취지에 정면 부합

미국 정부는 ‘CHIPS and Science Act’를 통해 자국 내 반도체 공급망의 안정성과 기술주권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단순 조립 공장 유치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

반도체 원재료부터 공정 장비, 엔지니어링, 인프라까지 전체 가치사슬(Value Chain)이 함께 이동해야 정부 보조금 및 정책적 혜택의 우선순위가 주어진다.

이 점에서 삼성전자와 협력사들이 집단으로 이동해 생태계를 구성하는 방식은 미국 정부가 지향하는 ‘현지화된 기술 주권’ 모델과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최근 미국 상무부가 삼성전자에게 47억4,500만 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한 배경에도, 삼성 단독이 아닌, 전체 생태계를 이끌고 왔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 미국 산업지형 바꾼다…‘삼성 클러스터’ → 현지 고용·도시 구조 변화로 확산

삼성과 협력사의 미국 진출은 단순히 기술 산업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이미 텍사스 윌리엄슨 카운티, 시더파크, 파플러빌 등 삼성 공장 인근 지역에는 신규 주택단지 건설, 교육기관 유치, 도로·통신망 정비 등 도시 단위의 구조 변화가 진행 중이다.

삼성 협력사 직원과 가족을 위한 학교·의료 인프라 확충 요구가 커지고 있으며, 현지 주민들의 ‘고용 사다리’에 삼성 및 협력사의 기술직 기회가 포함되고 있다.

이른바 ‘삼성 클러스터’가 도시의 경제·인프라 체계를 바꾸는 새로운 성장축이 되고 있는 셈이다. 경제학적으로 보면, 이는 '선도기업(Anchor Firm)' 효과다. 한 글로벌 기업의 진출이 지역 전체 산업구조, 인구이동, 고용구조를 바꿀 수 있음을 보여준다.

◇'탈중국' 시대의 공급망 본보기 될까

삼성전자의 미국 반도체 생태계 이전 전략은 향후 '탈중국 공급망 모델'의 선례로 기능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미중 기술 분쟁,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수로 작용하는 현재 상황에서,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미국 시장과 긴밀히 연결되는 구조는 국가 단위의 전략적 자산 이전으로도 평가받을 수 있다.

한편 삼성 협력사 입장에서도 현지 진출은 단기적 위험을 동반하지만, 미국 정부의 정책 수혜, 고객사 확대, 기술 고도화 유인 등 장기적 관점에서 기회 요소가 더 크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산업연구원(KIET)은 "삼성전자의 美 반도체 공장 인근 지역은 향후 10년간 가장 빠른 IT 제조 클러스터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며, "한국의 부품·소재·장비 기업들도 현지에서 핵심적 위치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사회가치 공유 언론-소셜밸류.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