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해외 비밀자금 빼돌린 기업주 줄줄이 적발
해외 유령법인·비밀계좌로 자녀에 거액 준 식품기업 사주
'허수아비' 법인 비밀계좌 자녀에 현지 고가 아파트 취득
하재화 기자
tacit2005@hanmail.net | 2022-02-22 13:02:21
[소셜밸류=하재화 기자]국세청은 국제 거래를 이용해 재산을 불리면서 세금을 내지 않는 자산가나 고의로 세금을 회피한 다국적기업 등 역외탈세 혐의자 44명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들은 세금을 내지 않으려고 국내 고정사업장을 단순 연락사무소 등으로 위장한 다국적기업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유명 식품기업 창업주 A는 해외에 거주하는 자녀 B에게 재산을 물려주기 위해 현지에 아무런 사업기능이 없는 명목상의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A는 기업 내부거래를 통해 현지법인에 빼돌린 돈으로 현지에서 부동산을 사고팔아 막대한 차익을 남기고 이를 B에게 현금 증여해 비밀계좌로 관리했다.
B는 이 돈으로 현지 유명학군의 고가 아파트를 매입해 거주하고 고액의 교육비도 지출했다.
A와 B 모두 해외부동산 양도나 현금 증여, 해외금융계좌 보유 등을 전혀 신고하지 않아 세금은 내지 않았다.
수백억 원대 자산이 있는 소프트웨어(SW) 제작·개발기업 사주 C는 직원 명의로 조세회피처에 '꼭두각시' 법인을 설립했다.
이 법인은 C의 지시에 따라 현지법인에 컨설팅 비용 등의 명목으로 거액을 송금하고 법인자금도 대여했다.
C는 이후 현지법인을 임의 청산해 자신의 회사에 손해를 입힌 뒤, 현지법인의 자금은 신고 없이 해외 계좌에서 비자금으로 관리하며 주식 투자에 썼다.
식음료 기업 사주 D는 해외에 이름뿐인 현지법인을 설립해 운영비 명목으로 자금을 보내며 '비밀 지갑'처럼 썼다.
이 자금은 현지에서 식료품 기업을 운영 중인 D의 자녀 E가 받아 사업자금과 부동산 취득 자금으로 썼다.
D는 또 배우자와 친인척 명의를 빌려 E에게 개인 이전거래 등의 명목으로 수년간 사업자금을 송금하고 증여세 신고를 누락했다.
세 사례 모두 10여 년간 지속적으로 탈세가 이뤄졌으며, 탈루 추정금액은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에 이른다고 국세청은 설명했다.
국세청은 이처럼 현지법인 등을 이용한 자산가의 '부자 탈세' 사례에 해당하는 21명을 확인해 조사할 방침이다.
21명 중 1명은 재산이 500억원 이상이고 2명은 300억원 이상, 3명은 100억원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은 현지법인을 이용한 탈세 수법이 과거에는 일회성 '소극적 재산 은닉'에 그쳤다면, 최근에는 '적극적 자금 세탁'과 자녀 상속·증여 목적으로 장기간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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