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존중 받는 유통산업 전환" 마트산업노조, 체인스토어協에 산별교섭 제안
이호영 기자
eesoar@naver.com | 2022-11-08 12:47:51
[소셜밸류=이호영 기자] 코로나를 계기로 비대면 온라인 유통이 급성장하면서 유통산업이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대형마트 등 유통산업 전반에 걸쳐 외형은 성장했지만 비정규직이 만연하고 열악하고 불합리한 근로 환경과 처우 등 산적한 문제는 여전한 상태다. 이젠 온라인 장보기 등 온라인까지 아우르며 이런 근로 문제도 더 다양한 양상으로 확대되고 있다.
8일 마트산업노동조합 소속 대형마트 3사 이외 코스트코, 이케아, 롯데하이마트 등 전문점, 중소유통사 직영·협력사 등 1만여명의 근로자들은 체인스토어협회에 "산업 전환기에 있는 만큼 고질적인 저임금, 육체 노동, 감정 노동, 모든 갑질과 고용 불안의 고리를 끊고 일하고 싶어하는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며 산별교섭을 촉구했다.
이어 "노동이 존중 받는 산업 전환을 위해 논의해야 할 때"라며 "근로자 일요일과 휴식, 안전, 감정마저 뺏는 구시대적 방식은 버려야 한다"고도 했다.
이날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현장 근로자들에 따르면 현재 대형마트 근로자들은 중년 여성이라는 이유로 잉여 인력 취급 받아가며 고된 일을 하고도 최저임금 받는 게 당연시돼 있다. 각종 행사에 시달리며 20kg 넘는 중량의 노동으로 골병 들고 온갖 진상 고객 응대 스트레스까지 견뎌야 한다. 여기에 아줌마라는 무시와 천대, 정규직과 비정규직 차별, 직영 관리자 갑질, 단시간 근로와 근무 시간 쪼개기 등으로 불안정한 생활을 지속하고 있다. 최근 들어선 셀프 계산대 도입과 온라인 센터 확대 및 일방적 폐쇄로 인해 인력 감축이 일상이 돼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지금 유통 서비스 현장은 나쁜 일자리"라며 "최저임금 말고 생활임금을 보장해달라는 게 그렇게 무리한 요구냐"고 했다. 이어 "안전하게,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해달라는 게 잘못된 요구냐"고도 했다.
이달 12일 출범 5년을 맞는 마트산업노동조합은 첫 산별교섭을 한국체인스토어협회에 요구한 것이다. 마트산업노조는 2017년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 노동조합이 통합 출범한 것이다.
이날 마트산업노조가 기자 회견 후 한국체인스토어협회에 건넨 산별교섭 요구안은 유통산업을 누구나 일하고 싶은 좋은 일자리로 만들고 노동이 존중받는 산업 전환과 고객 만족과 직결된 근로자 건강을 위한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좋은 일자리를 위해 ▲비정규직 없는 일자리(상시 업무 외주화·단시간·비정규직 채용 금지) ▲계약형태·고용규모 상관없이 유통근로자 노동3권 보장 ▲원청 사용자 책임성 강화(원하청 공동교섭·안전한 일터) ▲배송 근로자 근로환경 개선(표준계약서·쉴 권리 보장·중량물 제한·운송료 현실화) ▲산별 최저임금 도입(최저 기준 설정) ▲생활임금 보장(적정 임금 보장) ▲유통근로자도 일요일·공휴일 적용(휴일수당 지급) 등을 요구했다.
이외 노동이 존중 받는 산업 전환을 위해서도 ▲일과 삶 균형 위한 일상적인 노사 교섭 ▲온오프라인 사업 간 노동 조건 저하 없는 일자리 전환 ▲근로자 일자리 위협하지 않는 신기술 도입, 업무 시스템 변화 ▲산업 전환 관련 숙련 형성 위한 교육 훈련 ▲일방적 폐점·매각·구조조정 중단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탄소 배출량 감소 동참 등이 필요하단 입장이다.
무엇보다 근로자 건강을 위해서는 ▲근골격계 질환 예방 위한 적정 인력 충원 ▲상자 손잡이 설치 이행, 작업 환경 개선 ▲일과 가정 양립 위한 저녁·휴일 보장 ▲안전·생명 위협하는 야간 근로 중단 ▲감정 근로자 보호 위해 매뉴얼 등 현실화 ▲감염병 대응 제도화 ▲갑질 없는 평등한 일터도 요청했다.
특히 코로나 사태 기간 온라인 물량 급증으로 온라인 배송 기사들 근로환경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수함 온라인배송지회장은 "많은 분들이 마트 노동자로 생각하는 온라인 배송 기사들은 마트에 소속돼있지 않다"며 "계약 안 했다고 책임 회피하는 대형마트와 권한이 없다는 운송사 사이에서 배송 기사들 근로 환경은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매일 열 시간씩 일하고 일주일 하루 쉬면서 바빠서 끼니도 거르기 일쑤고 휴게 공간이 없어 차에서 컵라면으로 허기를 채운다"며 "비 오면 비 맞고 눈 오면 눈을 맞는 배송 근로자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무엇보다 이 지회장은 중량물 제한 없는 게 가장 견기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 지회장은 "매출에 앞서 배송 근로자가 건강하게 일하도록 중량물을 제한해야 한다"고 했다. 이외 장시간 근로로 내모는 낮은 운송료, 자의적인 감축으로 인한 고용 불안 등을 꼽았다. 쉴 때 대체 기사를 구할 때 드는 과도한 용차비(하루 일당 2~3배)는 가장 비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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