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칼럼] 거창한 김부장 vs 하찮은 SBS
한지원 기자
kanedu2024@gmail.com | 2026-08-05 11:58:58
'김부장'은 오랜만에 등장한 거창한 드라마다.
여기서 말하는 거창함은 막대한 제작비나 화려한 캐스팅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규모가 아니라, 드라마의 본질인 탄탄한 서사와 끝까지 시청자를 붙잡는 힘을 말한다.
치밀하게 짜인 구성과 입체적인 캐릭터, 배우들의 몰입감 있는 연기, 웃음과 긴장감을 절묘하게 조율한 연출은 회를 거듭할수록 시청자를 화면 속으로 끌어들였다. 자극적인 설정이나 화제성에 기대지 않고도 높은 평가를 이끌어낸, SBS를 대표할 만한 수작이다.
그래서 최근의 논란이 더욱 아쉽다.
드라마 자체의 경쟁력이 충분했음에도 시청자들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린 것은 배우들의 열연이나 전개가 아니라 지나치게 노골적인 PPL(Product Placement)이었다.
PPL은 이제 제작 환경에서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높아진 제작비를 감당하기 위해 기업의 협찬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시청자들도 이해한다. 문제는 PPL의 '존재'가 아니라 '정도'다.
좋은 PPL은 극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반면 과도한 PPL은 흐름을 끊는다.
시청자가 드라마를 보다가 광고를 인식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광고를 보다 다시 극에 집중해야 하는 순간이 반복된다면 몰입은 이미 깨진 것이다.
'김부장'을 둘러싼 논란도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됐다.
맥락과 맞지 않는 제품 노출, 특정 브랜드를 의식한 듯한 대사와 연출은 긴장감을 떨어뜨렸다. 결정적인 장면에서 배우보다 제품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면, 그것은 연출이라기보다 광고에 가깝다.
더 큰 문제는 SBS의 판단이다.
모처럼 탄생한 수작을 스스로 희석시켰다. 방송이 끝난 뒤 온라인을 달군 것은 인상적인 장면보다 "PPL이 너무 심하다"는 반응이었다. 시청자의 기억 속에 남아야 할 것은 드라마였지만, 광고가 그 자리를 대신한 셈이다.
단기적으로는 광고 수익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SBS 드라마는 광고가 지나치다'는 인식이 굳어진다면 그 대가는 결코 가볍지 않다. 눈앞의 수익을 위해 신뢰를 소모하는 선택은 결국 방송사 브랜드에도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김부장'은 분명 거창한 드라마다.
거창한 이유는 화려함이 아니라 탄탄한 서사와 완성도에 있다. 그 자체만으로도 오래 기억될 가치가 충분한 드라마다.
그런데 정작 그 거창한 드라마를 하찮게 만든 것은 드라마가 아니었다.
좋은 드라마는 광고를 품지만, 나쁜 드라마는 광고에 잡아먹힌다.
'김부장'은 끝까지 거창했다.
하찮았던 것은 SBS였다.
▣ 칼럼니스트 한정근 | 아시아브랜드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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