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시혁 의장, ‘사기’ 논란의 중심…정말 피해자는 있었나
기망 vs 내부 동기…하이브 초기 투자자, 진짜 피해자인가
가해자-피해자 구도, 법리적 쟁점은 '피해자' 특정 어려워
소민영 기자
somy@socialvalue.kr | 2025-10-02 12:11:52
[소셜밸류=소민영 기자] K팝 성공 신화를 써낸 하이브와 방시혁 의장이 법적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그를 둘러싼 ‘사기적 부정거래’ 의혹은 “상장 계획이 없다”는 발언이 투자자들을 속였다는 주장에 뿌리를 두고 있다.
초기 투자자들이 이 말을 믿고 지분을 매각한 뒤 폭등한 주가의 기회를 놓쳤다는 서사가 확산되면서, 대중의 분노는 방 의장을 ‘가해자’로 지목하는 여론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법정의 시각은 다르다.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피해자의 존재와 구체적인 재산상 손해가 명확히 입증돼야 한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의 가장 큰 쟁점으로 ‘피해자 특정의 어려움’을 꼽는다. 단순히 기회비용을 잃었다는 주장만으로는 법적 피해로 인정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매각 당시의 투자자들이 결과적으로 손해를 입은 집단인지, 그 처분 행위가 법적 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다.
결국 이번 사안은 단순히 방시혁 의장의 발언 진위 여부를 넘어 ‘누가 피해자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으로 이어지고 있다. K팝 산업의 성공을 이끌어온 상징적 인물이 대중의 분노 속에서 법의 잣대 앞에 서게 된 배경에는 시장과 여론, 그리고 법리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을 둘러싼 ‘사기적 부정거래’ 의혹의 핵심은 “상장 계획이 없다”는 말을 믿고 지분을 판 초기 투자자들이 막대한 기회비용을 잃었다는 주장이다. 여론은 그들을 ‘피해자’로, 방 의장을 ‘가해자’로 몰았다. 그러나 법적 정의의 잣대를 들이대면 이야기는 단순하지 않다.
‘피해자’로 지목된 그들, ‘전문 투자자’의 세계
무엇보다도 이번 논란의 중심에 선 투자자들은 개인 투자자가 아니라 벤처캐피탈(VC)과 사모펀드(PE) 같은 전문 투자기관이다.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을 운용하며, 투자와 회수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그들의 본업이다. 실제로 이번 거래를 통해 일부 투자사는 수천 퍼센트에 달하는 수익률을 올렸고, 하이브 투자를 “가장 성공적인 사례”라며 자사의 성과로 홍보하기도 했다. 법의 눈으로 볼 때 ‘수천 퍼센트 수익을 거둔 피해자’를 상정하는 것은 모순일 수밖에 없다.
그들은 하이브 주식을 왜 팔았나…알고 보니 내부 사정으로 팔아 넘긴 것
그렇다면 왜 이들은 상장을 불과 몇 달 앞두고 주식을 매각했을까. 검찰은 방시혁 의장의 기망 때문이라고 보지만, 각 투자사에는 저마다 절박한 내부 사정이 있었다. LB인베스트먼트의 경우 펀드 만기가 다가오고 있었고, 동시에 자체 상장을 준비 중이었다. 펀드 만기는 투자금 회수와 분배의 마감 시한이자, 상장에 필요한 투자 실적을 보여줄 증거였다. 불확실한 상장 대박을 기다리기보다 확실한 수익을 실현하는 것이 합리적이었다. 애초에 지분 매각 의사를 먼저 제시한 쪽도 LB인베스트먼트였다.
알펜루트자산운용은 더 긴박했다. 2019년 금융시장을 뒤흔든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의 여파로, 투자자 환매 요구가 쏟아지는 유동성 위기에 빠져 있었다. 하이브 지분 매각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였다. 미래 가능성에 베팅할 여유조차 없었다.
이처럼 초기 투자자들의 매각에는 방 의장의 발언과 무관한 ‘내부 동기’가 뚜렷했다. 펀드 만기, 상장 준비, 유동성 위기라는 냉정한 현실 속에서 내려진 비즈니스적 판단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을 단순히 ‘가해자와 피해자’의 구도로 해석하기엔 무리가 있다. 결국 이 논란은 전문 투자자들의 이해관계가 얽힌 복잡한 세계를 드러낸 사례이며, 법의 저울이 어디로 기울지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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