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블화 폭락에 시름하는 기업들 "환차손에 돈 떼일 위험까지"

김완묵 기자

kwmm3074@hanmail.net | 2022-03-08 11:39:14

▲2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시내 외환거래소에서 행인들이 유로·달러화에 대한 루블화 환율을 표시하는 전광판 앞을 걸어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소셜밸류=김완묵 기자] 삼성전자, LG전자, 조선업계, 자동차업계, 항공업계 등 러시아와 거래를 하는 국내 기업들은 러시아의 외화채무 루블화 상환 허용에 따라  손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 정부가 자국 기업들에 채무 상환과 관련해 루블화로 처리해도 된다고 함에 따라 우리 기업들은 달러화로 받아야 하는 것에 비해 큰 손해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이후 루블화 폭락과 현지 해상 물류 차질이 발생하면서 러시아로의 수출 자체가 중단된 상태다. LG전자는 러시아 수출 물량이 거의 없고 대부분 현지 생산에 의존한다.

 

삼성전자는 모스크바 인근 칼루가 지역 공장에서 TV를, LG전자는 모스크바 외곽 루자 지역 공장에서 가전과 TV를 각각 생산하고 있다.

 

조선업체들은 주로 헤비테일(선수금을 적게 받고 인도 대금을 많이 받는 형태의 계약) 방식으로 장기 건조계약을 체결하는데 루블화로 계약금액을 지불하면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은 2020년 말 이후 러시아로부터 LNG 운반선 총 7척을 수주했고, 삼성중공업은 현지 즈베즈다 조선소와 장기 설비공급계약을 맺었다. 이들 조선업체와 러시아의 거래금액은 7조원이 넘는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루블화 가치 하락으로 손실이 예상된다"면서 "다만 건조금액의 상당액이 이미 상환된 상태고 또 러시아 정부가 발주했더라도 그 배를 용선하는 일본이나 캐나다 소속 해운업체가 발주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아 파급효과는 예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자동차 업계는 현지 판매 대금뿐 아니라 부품 등 납품 대금 결제가 모두 루블화로 이뤄지고 있어 이미 루블화 폭락으로 큰 손실을 본 상황이다.

 

한 부품업계 관계자는 "현지 업체들은 대부분 루블화로 납품 대금을 받아 국내로 송금해왔기 때문에 이미 환차손으로 인한 피해가 막심한 상황"이라며 "러시아 수출길까지 막혀 선적한 물량을 되돌려 오는 업체들도 많다"고 말했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도 "루블화 환율이 50% 이상 하락하면 수익성 측면에서는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되는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자동차가 판매돼도 루블화로 결제하기 때문에 잘 팔려도 문제고, 생산이 멈춰 물량 공급이 안 돼도 문제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항공업계는 러시아 정부나 기업을 상대로 받을 거래 대금이 많지 않아 당장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대한항공의 경우 러시아 현지에서 여행사를 통해 모스크바~인천 노선 항공권을 판매할 때 루블화로 대금을 받을 것으로 보이지만, 다음주까지 해당 노선 운항이 중단돼 거래 자체가 없는 상황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모스크바 공항의 급유 문제로 모스크바 화물 노선 운항도 일시 중단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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