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물가잡기에 총력...두 달 연속 기준금리 인상...계속 높여갈 듯

26일 기준금리를 1.75%로 0.25%포인트(p) 인상 단행
올해 성장률 예상치를 3.0%에서 2.7%로 낮추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1%에서 4.5%로 크게 높여

김완묵 기자

kwmm3074@hanmail.net | 2022-05-26 11:31:04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소셜밸류=김완묵 기자] 한국은행이 14년 9개월 만에 두 달 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해 물가잡기에 사력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26일 한국은행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날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현재 연 1.50%인 기준금리를 1.75%로 0.25%포인트(p) 인상했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앞으로 국내 경제는 글로벌 성장세 둔화로 수출 증가세가 낮아지겠지만 민간소비 개선에 힘입어 회복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대해서는 "지난 2월 전망치(3.0%)를 다소 하회하는 2%대 후반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소비자물가는 당분간 5%대의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며, 올해 상승률도 2월 전망치(3.1%)를 크게 상회하는 4%대 중반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한은은 이날 발표한 수정 경제 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예상치를 3.0%에서 2.7%로 낮추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경우 3.1%에서 4.5%로 크게 높여 잡았다.

 

금통위는 금리 인상 배경과 향후 방향에 대해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으나 국내경제가 회복세를 지속하고 물가가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앞으로 당분간 물가에 보다 중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물가 안정을 위한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금통위는 2020년 3월 16일 코로나19 충격으로 경기 침체가 예상되자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 낮추는 이른바 '빅컷'(1.25%→0.75%)에 나섰고, 같은 해 5월 28일 추가 인하(0.75%→0.50%)를 통해 2개월 만에 0.75%포인트나 금리를 빠르게 내렸다.

 

이후 무려 아홉 번의 동결을 거쳐 지난해 8월 26일 마침내 15개월 만에 0.2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며 이른바 '통화정책 정상화' 시작을 알렸다. 기준금리는 이후 같은 해 11월과 올해 1월, 4월에 이어 이날까지 최근 약 9개월 사이 0.25%포인트씩 다섯 차례, 모두 1.25%포인트 높아졌다. 특히 금통위가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올린 것은 2007년 7월과 8월에 이어 14년 9개월 만에 처음이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금통위에 앞서 "커진 물가 상승 압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차원에서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것"이라며 "중국의 락다운(봉쇄) 영향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보복소비 수요 증가, 추가경정예산(추경) 집행 등의 물가 자극 요인이 있기 때문에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 결정에는 미국의 추가 빅 스텝에 따른 한·미 기준금리 역전 가능성도 고려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3∼4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22년 만에 빅 스텝을 밟아 정책금리(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0.25∼0.50%에서 0.75∼1.00%로 0.50%포인트 인상했다. 연준은 6월 이후에도 두어 차례 빅 스템을 밟아 빠르게 금리 인상을 단행한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미국 기준금리는 두어 달 후에는 2%에 도달하게 된다.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 수준이 미국을 웃돌더라도 차이가 크지 않으면,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유출과 급격한 원화 가치 하락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더구나 미국 기준금리가 우리보다 높아지면 해외자금의 이탈과 원/달러 환율 급등, 이에 따른 물가 상승 가능성은 더 커진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의 경우 당초 기준금리 상단을 연말 3% 정도로 전망했는데,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 전망 등을 고려하면 3%대 중반까지 올라갈 것 같다"며 "한은도 여기에 대응해 상단을 높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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