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 파리바게뜨·던킨도너츠·배스킨라빈스 왜 지탄의 대상이 되었나?
대단한 작품이라고 홍보하면서 사업을 개시한 '해피크루' 논란에 휩싸여
물과 소금만 먹으며 53일 동안 천막에서 단식투쟁 이어온 근로자도 있어
소민영 기자
somy@socialvalue.kr | 2022-05-24 14:51:38
[소셜밸류=소민영 기자] 제빵과 식품 전문그룹 SPC가 연일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그것도 주로 안 좋은 쪽이다. 유통과 서비스업을 영위하는 그룹이다 보니 깨끗한 이미지가 필요해 보이는데 그런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사건으로 얽혀 자주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우선 최근 자신들의 대단한 작품이라고 홍보하면서 사업을 개시한 '해피크루'(도보배달 플랫폼)가 시작부터 각종 논란에 휩싸였다.
이 플랫폼은 무엇보다도 ‘도보60′이란 플랫폼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업체 엠지플레잉 일감을 가로채거나 아이디어를 이용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아울러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의 배송 서비스 버전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도보60은 1㎞ 이내의 근거리 도보배송을 중개하는 서비스로 60대 이상 실버세대도 쉽게 배송할 수 있게 한다는 개념으로 2019년 출시됐다.
특히 '도보60'의 주요 배송 의뢰자는 SPC 그룹의 파리바게뜨, 배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등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SPC 매장들의 배송이 뚝 끊겨 수입이 크게 줄면서 울상이다. 도보60 배송원들은 SPC 도보배송 플랫폼 ‘해피크루’의 출시를 그 이유로 들고 있다.
그러면서 SPC 매장들이 조직적으로 그간 이용해 왔던 '도보60'을 끊고 ‘해피크루'에 배송을 맡기고 있다는 하소연을 하고 있다.
도보60 배송원들은 “SPC가 자사 가맹 점포들에게 다른 배송 플랫폼을 끊고 해피크루의 배송 서비스를 이용하라는 조직적인 지시와 종용을 한 게 아니냐”며 SPC의 도보60 배송 차단 의혹을 제기한 상태다.
그동안 증가해 오던 SPC 점포들의 도보60 이용률이 해피크루의 도보배송 서비스 출시와 맞물려 갑작스럽게 하락하거나 일부 지역에선 한 건도 들어오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24일 배송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서구 화곡역 인근 던킨도너츠 매장, 서울 서초구 반포역 인근 배스킨라빈스 매장 등 서울 곳곳에서 매주 100~150건 안팎으로 도보60에 의뢰하던 배송 물량이 갑자기 0건으로 급락했다.
만약 도보60 배송원들이 제기하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해피크루는 대기업 일감몰아주기의 배송 서비스 버전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SPC 관계자는 "시스템상 1개 점포당 한 곳의 도보 배달 업체만 등록 가능하고 업체 등록 및 변경은 가맹점이 선택한다"며 "가맹본부는 이를 강제 할 수 없다. 따라서 일감몰아주기로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해피크루는 지난 4월에 론칭돼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해피크루 홈페이지에 서울, 경기, 인천 등 각 지역에 해피크루 오픈 매장이라며 SPC관련 업체들이 나열되어 공지되고 있다.
또 지난 4월 6일에는 '해피크루 서울지역 오픈 매장 안내'라며 오픈매장에 대한 공지사항이 올라왔는데, 그중 도보60에서 0건을 기록한 서울 강서구 화곡역 인근 던킨도너츠 매장과 서울 서초구 반포역 인근 베스킨라빈스 매장의 이름이 올라와 있다.
이는 해피크루가 오픈과 동시에 함께하는 매장으로 파악되는데, 처음부터 많은 매장들이 섭외된 것을 보면 강제할 수 없다던 관계자의 이야기와는 다르게 일감 몰아주기로 볼 수밖에 없는 것으로 해석된다.
해피크루에 대해서는 '아이디어 베끼기'란 비판도 나온다. '도보60'과 아이디어나 수익 메커니즘이 거의 같아서다. 배송업계 관계자는 “해피크루 서비스는 도보60 서비스의 로직과 서비스 패턴이 거의 유사하다”고 평가했다.
국회에선 대기업의 스타트업 아이디어 베끼기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이에 대해 SPC측은 "단순히 도보배달이라는 카테고리로 묶는다면 유사하다고 볼 수 있지만, '해피크루'는 매장 근처 배달원 중 매장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배달 수행률이 높은 배달원 1명에게 먼저 콜이 가는 구조"라며 "배달을 처음 전달하는 구조부터 다른 형태로 된 만큼 아이디어 베끼기가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런가 하면 지난 19일 서울 양재동 SPC 사옥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임종린(38)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파리바게뜨지회장이 동료 조합원 부축을 받으며 53일 동안 이어온 단식 투쟁을 끝냈다.
하지만 그는 “53일차에 단식을 중단하지만 살아서 끝까지 싸워야겠다는 마음으로 단식을 접는다”고 말했다. 회사와 쟁점 사항에 대해 합의를 한 상태에서 단식을 중단하는 게 아니라 쟁점은 여전하다는 소리다.
그는 물과 소금만 먹으며 53일 동안 천막에서 단식 투쟁을 이어온 상황으로 노조 탈퇴 회유 등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사과와 원상회복을 요구하고 있다.
그는 “회사와 10여 차례 만남을 통해 (내가) 쓰러지면 이슈도 사그라들 것이라며 (회사가) 버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래서 살아 끝까지 싸우려 한다”고 말했다.
갈등의 뿌리는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임 지회장은 2017년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불법파견을 세상에 알린 사람이다. 고용노동부 근로감독이 이뤄질 당시 파리바게뜨지회를 만들고 문제해결 촉구 투쟁에 나섰다.
그해 노동부는 파리바게뜨가 제빵기사를 불법파견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체불임금 지급과 직접고용을 지시했다. 이에 SPC는 더불어민주당·정의당 등이 참여한 가운데 제빵기사를 직접 고용하는 대신 자회사(피비파트너즈)를 통해 고용하고, 이들의 임금을 3년 안에 본사 제빵기사 수준으로 맞추기로 ‘사회적 합의’를 했다.
하지만 그는 5년 가까이 회사와 실질적인 ‘단체교섭’조차 할 수 없었다고 말한다. 파리바게뜨지회가 설립된 이후 협력업체 중간관리자를 중심으로 설립된 노조(현 한국노총 산하 피비파트너즈노조)가 조합원 수가 더 많다는 이유로 교섭대표노조가 됐기 때문이다.
한국노총 노조가 조합원 수를 늘려 4000명에 이르는 사이 700명이 넘었던 파리바게뜨지회 조합원은 200여 명대로 쪼그라들었다. 이렇게 된 배경엔 회사의 부당노동행위가 있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관리자들은 ‘그 노조에 있으면 승진하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파리바게뜨지회를 탈퇴하고 한국노총 노조에 가입하라고 회유한 것으로 알려진다. 실제 지난해 5월 파리바게뜨지회 조합원들은 승진에서 대거 누락됐다. 중앙노동위원회는 노조 탈퇴 회유와 승진 차별을 부당노동행위로 인정해 시정할 것을 명령한 바 있다.
임 지회장의 단식 중단 소식이 알려지자 회사는 “시간을 갖고 천천히 대화하자”고 노조에 전했다고 한다. 단식은 중단됐지만 시민들의 ‘연대’는 계속되고 있다. 대기업의 비인간적인 대우에 분노하는 시민들은 ‘#SPC_불매’ 해시태그를 붙이고 있다.
그런가 하면 여성·인권·노동단체 등 70여 곳은 파리바게뜨·던킨도너츠·배스킨라빈스 같은 SPC 계열사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 매장 앞 1인 시위 등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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