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이제는 여름에도 딸기 맛보세요”…‘에스피아그리’ 스마트팜, 사계절 재배 도전
AI 환경제어·로봇 수확·다단 재배로 여름 딸기 현실화
박대성 대표 “기술 넘어 규모·품종·유통까지 수직화"
한국형 글로벌 청과기업 목표 위한 첫 단계 '딸기 재배'
소민영 기자
somy@socialvalue.kr | 2025-10-17 13:54:40
[소셜밸류=소민영 기자] 겨울에만 맛볼 수 있던 딸기를 이제는 한여름에도 달콤하게 즐길 수 있는 시대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충남 서산의 스마트팜 ‘에스피아그리(SP AGRI)’가 사계절 딸기 재배를 목표로 최첨단 설비와 인공지능(AI) 기술을 총동원하며 도전에 나섰다.
딸기는 더위에 약하고 고온 환경에서는 당도가 떨어져 6월 이후로는 재배가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스미후루 코리아를 이끄는 박대성 대표는 이 한계를 정면으로 돌파하고 있다.
박대성 대표가 충청남도 서산 일대에 조성한 스마트팜 ‘에스피아그리’는 냉·난방 공조, LED 보광, 다단 재배, AI 환경제어, 로봇 수확 등 모든 첨단 농업 기술을 집약했다. 박 대표가 유통업에서 쌓은 경험과 자본을 농업에 접목해, 내년 추가 증설을 시작으로 2028년까지 대규모 확장을 목표로 한다.
박 대표는 “스마트팜의 진짜 경쟁력은 기술이 아니라 규모·품종·유통의 수직화에 있다”며 “딸기의 사계절화를 통해 국내 농업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정밀 제어로 최적의 생육 환경 조성
에스피아그리의 재배동에 들어서면, 먼저 3700평의 공간을 가득 메운 2단 재배 베드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일부 실험동에서는 5단 구조까지 시도해 면적 대비 생산량을 극대화하고 있다.
LED 보광은 두 가지 타입을 병행해 어떤 파장이 생육에 더 적합한지를 비교 중이며, 3중 차광 스크린을 통해 일사량을 퍼센트 단위로 정밀 조절한다. 온·습도, CO₂, 환기, 냉·난방은 글로벌 환경제어 시스템 ‘프리바(Priva)’가 자동으로 관리하고 있다.
비가 오면 창문이 닫히고, 일출과 일몰에 맞춰 스크린이 자동 개폐된다. ‘온실이 반자율주행으로 움직인다’는 표현이 과장이 아니다. 현장에서는 사람이 해야 할 섬세한 작업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공정은 AI와 기계가 대신 수행하고 있다.
여름을 견디는 품종, ‘피치베리’부터 ‘금실’까지
현재 에스피아그리는 한국·일본·유럽계 10여 종의 딸기 품종을 동시에 시험 재배 중이다. 고온·장일 환경에서도 수확량과 당도, 산도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품종을 찾기 위해서다. 금실, 유럽 프리미엄 계통, 복숭아 향을 내는 ‘토쿤(피치베리)’, 흰딸기 등 다양한 품종이 하우스 안에서 자라고 있다. 기존 겨울 한정 품종에서 벗어나, 중립성·사계성 품종 중심으로 여름 수확에 도전하고 있다.
AI 로봇이 밤새 수확…메타파머스의 ‘옴니파머’
이 스마트팜의 또 다른 주역은 농업 로봇 기업 메타파머스(Metafarmers)이다. 이들은 사람의 눈과 손, 판단을 대신하는 자율주행 수확 로봇 ‘옴니파머(OmniFarmer)’를 개발해 현장에 투입했다.
옴니파머는 밤 11시부터 아침 7시까지 레일을 따라 자율주행하며 딸기의 숙도와 상태를 스캔하고, 자동으로 수확·선별을 수행한다. 로봇이 촬영한 영상 데이터는 과실 크기, 색, 결점 정보를 분석해 등급을 분류하고,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생산량 예측과 재배 의사결정까지 지원한다.
이규화 메타파머스 대표는 “레일별 숙도 맵을 만들고, 과실·런너·잎 수를 실시간 카운팅해 재배 효율을 높이고 있다”며 “자동 선별·이송 시스템이 완성되면 인건비 40~50% 절감과 품질 균일화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향후에는 꽃 수정, 병해충 예찰, 벌 대체 수분(진동 수분) 등 기능을 추가해 완전 자율 농장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유통–재배–품종’을 잇는 수직 통합 모델
박 대표는 스마트팜을 단순한 농장으로 보지 않는다. 그가 구상하는 것은 ‘품종 도입–육묘–생산–유통–수출’이 하나로 연결된 통합형 시스템이다.
스미후루 코리아와 에스피프레시가 구축해온 유통 인프라를 기반으로, 에스피아그리는 품종 라이선스 도입과 조직배양, 생산, 유통, 수출까지 이어지는 수직화 밸류체인을 구현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현재 서산 거점을 시작으로 전국에 스마트팜 조성을 목표로 장기적으로는 라즈베리·블랙베리 등 베리류를 추가해 ‘연중 베리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고, 국내외 시장을 동시에 공략할 계획이다.
에스피아그리는 내년부터 ‘여름 딸기’를 본격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내년 생산량 200~250톤을 목표로 향후 지속적으로 규모를 확대에 나선다. 2028년까지 6만 평 규모로 확장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그는 “여름에도 딸기가 볼 수 있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사계절 내내 즐길 수 있는 과일로 자리 잡게 할 것”이라며 “연중 딸기 공급을 통해 시장을 새롭게 만들고, 나아가 라즈베리·블랙베리의 국산화와 수출까지 연결해 한국형 글로벌 청과기업 모델을 실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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