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순살아파트'에 대보·DL건설 등 대거 연루···두 얼굴의 건설사들

국토부, 파주 운정 등 15개 아파트 이름·시공사 공개
윤 대통령 “이권 카르텔, 반드시 깨부숴야"
정부, "관련자 수사 고발, 인사조치"

황동현 기자

robert30@naver.com | 2023-08-02 09:14:55

[소셜밸류=황동현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주 아파트 지하주차장 공사 과정에서 넣어야 할 철근을 빼돌린 시공사에 대보·DL건설 등 중견 건설사들이 대거 포함되면서 허울뿐인 '건설강국'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순살 아파트', '통뼈 아파트' 등의 신조어들이 등장하며 이제 대한민국에서 고객을 기만한 건설사들의 부실 하자 시공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이번 사태의 배경으로 '이권 카르텔'이 지목되고 있는 가운데 신뢰회복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정부는 전날 무량판 구조 지하주차장에서 ‘철근 누락’이 확인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주 15개 아파트 단지명과 시공사 등을 공개하고 사태 원인으로 공공과 민간을 아우르는 ‘건설현장 이권 카르텔’을 지목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15개 단지 가운데 파주 운정과 남양주 별내, 아산 탕정, 음성 금석(A2 임대), 공주 월송(A4 임대) 등 5곳은 주민이 이미 입주를 마쳤다. 이밖에 수서 역세권(A-3BL 분양), 수원 당수(A3 분양), 충남도청 이전 신도시(RH11 임대) 등 3곳은 입주 중, 오산 세교2(A6 임대)1곳은 입주 예정, 파주 운정3(A23 분양), 양산 사송(A-2 분양), 양주 회천(A15 임대), 광주 선운2(A2 임대), 양산 사송(A-8BL 임대), 인천 가정2(A-1BL 임대) 등 6곳은 공사 중이다.

 

이들 단지를 시공했거나, 시공 중인 건설사는 대보건설·DL건설·양우종합건설·동문건설·삼환기업·이수건설·한신공영·에이스건설 등 중견 건설사들이 다수를 차지하면서 소비자들에게 큰 실망을 안겼다.

 

이한준 엘에이치 사장은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단순히 시공사의 설계사, 감리사의 문제는 아닌 건설 시스템의 구조상 문제라고 판단한다”라며 “감독기관이자 발주청인 엘에이치가 전반적인 과정을 통제하지 못한 1차적 책임이 있다”라고 말했다.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동의 한 아파트는 무량판 방식 기둥 302개 중 무려 126개에서 철근이 누락된 것으로 국토교통부 조사 결과 드러났다. 정부는 민간 건설사가 발주해 무량판 구조로 지하주차장이 설계된 293개 아파트에 대해서도 철근이 제대로 설치되어 있는지 전수조사를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1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지금 입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의 무량판 공법 지하주차장은 모두 우리 정부 출범 전에 설계 오류, 부실시공, 부실 감리가 이뤄졌다"라며, "근본 원인으로 건설 산업의 이권 카르텔이 지적되고 있는 만큼국민 안전을 도외시한 이권 카르텔은 반드시 깨부숴야 한다"라고 말했다.

 

문제의 무량판 시공이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 무렵부터 보편화했다고 판단하고, 전임 정부를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정부는 책임을 물어야 되는 모든 관계자들에 대해서 수사 고발과 법적인 모든 책임과 인사조치를 물어나간다는 계획이다.

철근 누락 원인을 보면 대부분 설계, 시공, 감리 등 기본적인 과정에서 발생한 것들이었다. 설계 도면을 잘못 그리고, 다른 층의 엉뚱한 설계 도면으로 시공한 것 등이 원인으로 밝혀졌다.  고의로 철근을 빼돌렸는지 여부가 앞으로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시민단체에서는 '이권 카르텔'로 LH 퇴직자의 전관 특혜를 부실 공사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했다. LH는 유관 기관에 취업해 일하고 있는 전관 명단을 제출받아 수주 과정에 문제가 있었는지 등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지난 정부 때 전현직 직원의 투기문제로 국민을 한차례 실망시킨 만큼 비위행위를 조치하고 제도적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공공분양 아파트의 설계, 시공, 감리 등 전반에 걸친 업무시스템을 점검하고, 건설이권 카르텔의 비정상적 관행을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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