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오현 회장의 이유 있는 '성공신화'…SM그룹, HMM마저 품으며 글로벌 해운 큰손 떠오르나
HMM 지분 총 6.56% 가진 3대 주주...인수 의지 강해
사업적 시너지 효과↑…'미친 경영'의 성공신화 기대감
황동현 기자
robert30@naver.com | 2023-08-04 11:18:33
[소셜밸류=황동현 기자] 우오현 회장이 이끌고 있는 SM그룹이 국내 최대 해운선사인 HMM 인수 출사표를 던지며 또 한번의 도약을 앞두고 있다. 인수 성사시 계열사와의 사업적 시너지도 상당히 커 글로벌 해운산업에도 큰 파장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우 회장의 ‘미친 경영론’을 기저로 기업 성공신화를 계속 써내려갈지 주목되고 있다.
HMM 매각 주관사인 삼성증권은 오는 21일까지 예비입찰제안서를 받는다. 본입찰을 거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 연내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는 게 목표다. 이번 거래의 입찰 대상은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의 HMM 보통주 1억9879만156주, 40.6%의 지분이다. 전날 HMM 종가 1만7980원을 감안한 시장가치는 3조5742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산업은행이 보유한 영구 전환사채(CB) 4000억원과 신주인수권부사채(BW) 6000억원의 보통주 전환을 통해 새로 발행될 주식 2억주도 매각 대상에 포함됐다.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고려하면 HMM 매각가는 4조~5조원대 안팎에서 거론되고 있다. HMM의 총 발행주식수는 기존 4억8903만496주에서 2억주가 늘어 6억8903만496주로, 매각하기로 한 주식을 모두 인수한다면 지분 57.9%를 확보하게 된다. 다만 매각 측은 원매자의 인수부담 등을 고려해 일부만 사갈 수 있도록 선택권을 부여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국내 최대 해운선사인 HMM 인수전에 현재까지 LX, 하림, 동원, SM그룹, 글로벌세아 등 5개 그룹이 출사표를 던지며 치열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인수·합병(M&A)에 참여한 그룹별 자금 상황과 인수 후 사업적 시너지 효과, 산업계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쏠린다.
SM그룹은 SM상선을 통해 이미 컨테이너선 해운업을 펼치고 있어 HMM과 시너지를 기대하는 상황이다. 우 회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HMM 인수희망가를 4조5000억원으로 못박아 둔 상태다. 2조6800억원에 달하는 HMM의 미상환 영구채 인수 가능성은 차단한 만큼 HMM 거래의 실익을 따져볼 것으로 관측된다.
HMM 인수에 적극적인 SM그룹은 계열사 자금을 총동원할 경우 1조600억원가량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M그룹의 자금 여력은 냉정하게 보면 매각가를 소화하기 힘든 상황이다. 대부분의 자금을 차입으로 조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꺾이고 있는 해운업황은 또 다른 매각의 변수다. 지난해 HMM은 역대급 실적을 찍었지만 이미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 1분기 영업이익은 306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0.3% 감소한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HMM 잠정 영업익이 1조869억원으로 전년 대비 89% 급감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적이 크게 꺾인다면 추후 매각가 산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업적인 시너지 효과로 보면 SM그룹의 HMM 인수는 글로벌 해운산업에서 큰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우오현 SM그룹 회장은 수년에 걸쳐 HMM 지분을 모아왔다. SM그룹이 보유한 HMM 지분은 총 6.56%다.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에 이은 3대 주주다. 컨테이너선 사업보다 벌크선 사업이 중심인 SM그룹이 국내 1위, 세계 8위 컨테이너선사인 HMM을 인수하면 경쟁력이 배가된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SM그룹이 HMM 지분 매입 등 인수를 염두에 둔 행보를 지속해왔고, 의지도 강하다”고 말했다.
금융사 입장에선 대규모 실적을 쌓을 기회이기도 하지만 결국은 차주의 상환능력과 사업경쟁력 등을 최우선으로 따질 것으로 보인다. 해운업황이 하향 주기에 접어드는 시기이다 보니 사업이 더 나빠져도 돈을 갚을 수 있다는 확신이 필요하고 이를 뒷바침 할 수 있는 사업경쟁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SM그룹의 해운 계열사는 SM상선, 대한해운, 대한상선, 창명해운, 대한해운LNG 등이 있다. 이 중에서도 특히 SM상선과의 합병에 따른 노선 확대가 관건이다. SM상선은 현재 중국과 일본,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을 거치는 노선이 주력이다. HMM은 미주와 유럽 노선이 주력이라 서로 보완이 된다. 기업집단 순위 19위의 HMM을 인수하면 재계 내 지위가 크게 상승할 수 있다는 점에 SM그룹은 기대를 걸고 있다.
SM그룹의 빠른 성장 뒤에는 우오현 회장의 탁월한 사업감각이 자리 잡고 있다. 우 회장은 전남 고흥군 풍양면의 소농(小農)의 집안에서 8남매 중 일곱째로 태어났다. 등록금이 없어 대학에 가지 못하고 1978년까지 양계장을 운영하다 삼라건설을 세우고 건설사업에 뛰어들었다.
1990년대 아파트 건설 호황기와 함께 급성장한 삼라건설은 향후 SM그룹의 모체가 됐다. 삼라는 삼라만상(森羅萬象·우주에 있는 온갖 사물과 현상)에서 따온 회사명이라고 한다. ‘우주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우 회장의 뜻이 담겨 있다. 출발은 좋았으며 창업시기가 무엇보다 적절했다고 한다. 그 무렵 노태우 정부가 ‘주택 200만 호 건설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특히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우 회장의 기지가 발휘됐는데, 삼라건설이 유동성 위기를 맞은 건설사들의 수도권 택지를 헐값에 인수하면서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후 2000년대부터 본격적인 M&A에 나선 우 회장은 티케이케미칼, SM상선, 남선알미늄, 우방, SM중공업, SM스틸, 대한해운, 대한상선, 울산방송, SM생명과학 등 거의 모든 사업 분야에 진출하면서 ‘M&A의 귀재’로 불리게 된다.
SM그룹 하면 일반 국민들에게는 낯선 회사 이름이다. 우 회장의 이름 역시 대중들의 귀에 그리 익숙하지는 않다. 하지만 SM그룹의 내실을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건전지업계 2위 업체 벡셀, 강남성모병원을 지은 진덕산업이 SM그룹의 계열사다.대구지역의 최고 건설회사인 C&우방(현 SM우방)을 인수한 곳도 SM그룹이다.
이렇듯 우 회장은 양계사업부터 시작해 오늘날의 SM그룹이 있기까지 성공신화를 써 온 ‘인간 승리의 산증인’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듯하다. 우 회장은 평소엔 좀처럼 화를 내지 않지만 화를 참지 못하는 이유가 단 한 가지 있다고 한다. 임직원이 일에 몰두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을 때라든지, 사장이라면 직원의 나이, 가족관계까지 모두 알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할 경우, 또는 직원이라면 공장에 부품이 어디에 있는지 등을 기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일에 미치면 누구든 할 수 있다고 하는 ‘미친 경영론’에 대한 확신이 있어서라고 한다.
우 회장은 평소 현대그룹 故(고) 정주영 명예회장을 존경하는 인물이라고 말한다. 그는 “정주영 회장이 학벌이 있나, 뭐가 있나. 그런데 소 한 마리 끌고 와서 굴지의 대기업을 만들지 않았나. 일에 미쳤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정 회장은 일에 미쳤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말하곤 한다.
SM그룹의 이런 확장전략에 대해 우려의 시각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무리한 팽창이 화를 자초할 수 있다는 얘기다. ‘승자의 저주’를 걱정하는 목소리인 것이다. 주로 법정관리에 들어간 회사를 인수합병(M&A)해 몸집을 키웠으며, 인수합병 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다소 공격적인 전략으로 회사들을 키워냈다. 현재는 모든 기업들이 정상화되어 그룹 매출에 기여하고 있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SM그룹과 하림그룹은 두 회장이 같은 곳에서 시작해 전혀 다른 길을 걸었지만, 이제는 다시 HMM을 두고 경쟁하는 사이가 됐다”라며 “향후 인수전이 어떻게 흐를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흥행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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