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패션 리커머스 경쟁 본격화…순환형 소비 시장 확대
무신사-현대-롯데, 중고거래로 ‘지속가능 소비’ 실험
중고 패션, MZ세대 중심 새 소비 문화로 부상
순환형 소비 생태계 구축, 환경·ESG 흐름 맞물려
한시은 기자
sehan24@naver.com | 2025-11-10 11:21:38
[소셜밸류=한시은 기자] 10일 업계에 따르면, 패션 유통업계가 ‘리세일(중고거래)’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삼고 있다. 무신사는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중고 패션 거래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고, 현대·롯데백화점은 자체 리워드 프로그램을 통해 순환형 패션 문화를 만들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의 배경에는 국내 중고거래 시장의 고성장이 있다는 판단이다. 중고거래는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유통 채널로 꼽힌다. 고물가로 소비 위축이 이어지는 가운데,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중고 시장으로 몰리면서 전체 소비시장에서의 비중이 빠르게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여기에 환경오염과 폐기물 문제 등 지속가능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면서 중고거래는 합리소비를 넘어 ‘가치소비’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실제로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중고거래 시장 규모는 2021년 약 24조원에서 2023년 35조원으로 확대됐다. 올해는 약 43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온라인 리세일 시장 확대의 선두 주자로 꼽힌다. 무신사가 운영하는 중고 패션 거래 서비스 ‘무신사 유즈드’의 지난달 거래액은 전월 대비 3배 이상(약 234%) 늘었다.
무신사에 따르면, 같은 기간 검수를 통과해 판매 가능한 상품 수가 67% 증가했고, 판매를 신청한 회원 수 역시 2.5배 가까이 확대됐다. 특히 구매 고객의 1인당 평균 결제 금액은 약 2만7600원이고, 판매가 대비 평균 할인율이 70%를 웃돌아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무신사 유즈드는 소비자가 중고 의류를 판매를 신청하면 무료 수거·검수·사진 촬영·상품 등록·배송 등을 모든 절차를 일괄 대행하는 ‘C2B2C’ 방식을 적용했다. 복잡한 판매 과정을 간소화한 덕에 판매자가 늘고, 합리적 가격대의 상품을 찾는 구매자도 함께 증가하며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평가다.
백화점 업계도 리세일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7월 중고 패션 보상 프로그램 ‘바이백’ 서비스를 정식 도입했다. 고객이 보유한 패션 상품을 되팔면 해당 상품 중고시세에 해당하는 금액을 현대백화점그룹 통합 멤버십 H포인트로 지급하는 서비스다.
취급 브랜드는 현대백화점과 더현대닷컴에 입점한 프리미엄 패션 브랜드 130여 개다. 시범 운영 기간(5~6월) 동안 1000여 명의 소비자가 참여했고, 지난달까지 누적 매입 의류는 약 9000벌에 달했다.
이 가운데 2회 이상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이 30%를 넘었고, H포인트로 동일 브랜드 상품을 다시 구매한 비중도 45% 이상으로 나타났다. 현대백화점은 백화점 점포 내 서비스 접점 공간을 활용한 상시 중고 상품 매입센터 운영을 추진해 오프라인에서도 고객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리세일 서비스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패션업계의 의류 생산과 폐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 문제가 커지는 만큼, 자원순환형 소비 구조로 전환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7월 중고 패션 제품을 포인트로 보상하는 ‘그린 리워드 서비스’를 도입했다. 고객이 입던 옷을 롯데백화점 애플리케이션에서 신청하면 택배로 수거해 검수를 거친 뒤, 제품 상태와 브랜드에 따라 최소 5000원에서 최대 28만 L.POINT를 지급한다.
참여 브랜드는 총 151개에 달한다. ‘준지’와 ‘띠어리’ 등 컨템포러리 브랜드를 비롯해 ‘아크테릭스’ ‘타이틀리스트’ 등 스포츠 브랜드, ‘지용킴’ ‘포스트아카이브팩션’ 등 MZ세대가 선호하는 디자이너 브랜드까지 폭넓게 포함됐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리세일 문화와 친환경 소비에 대한 관심이 MZ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며 “이러한 서비스는 유통업계의 자원 순환 모델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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