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사상 최대 26조 정유 4사 '유가 담합' 기소…"역대급 실적 이유 있었네"
HD현대오일뱅크·SK에너지 직접 담합 규모 14조2000억원
GS칼텍스·에쓰오일 가격 추종까지 포함해 26조원 추산
전량구매계약·조사 방해·산업부 허위보고 혐의도 수사
최연돈 기자
cancin@naver.com | 2026-07-06 15:42:32
[소셜밸류=최연돈 기자] 미국과 이란의 전쟁 직후 석유제품 가격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혐의를 받는 국내 정유 4사가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란 전쟁 와중에 이들 정유 4사가 석유가격을 담합한 규모가 26조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는 지난 1분기 합산 영업이익 5조9635억원을 기록했는데, 이같은 호실적에는 가격 담합도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6일 연합뉴스와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나희석 부장검사)는 HD현대오일뱅크,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등 정유 4개 법인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HD현대오일뱅크의 가격결정부서 부서장과 책임매니저, 법무실장, GS칼텍스 국내영업 부문장 등 임직원 4명도 함께 기소됐다.
검찰이 파악한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의 직접 담합 규모는 14조2000억원이다.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이 두 회사의 가격을 참고해 인상한 영향까지 합치면 약 26조원 규모의 경쟁제한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검찰은 추산했다. 이는 단일 담합 규모로는 국내 최고 기록이다.
검찰에 따르면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의 가격결정부서 책임자들은 미국·이란 전쟁 직후 석유제품 가격의 인상 시기와 규모를 협의한 혐의를 받는다.
HD현대오일뱅크 소속 직원들이 전쟁 전부터 SK에너지 임직원들과 가격 정보를 지속해서 주고받은 정황도 확인됐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은 당시 정유사들이 상당량의 원유를 비축하고 있었는데도 전쟁 발발 직후 석유제품 입금가를 이례적인 수준으로 올렸다고 판단했다.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가 가격을 먼저 결정했고, GS칼텍스와 에쓰오일 가격결정부서 직원들은 가격 인상을 따라갔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직원 대화방에는 “역시 전쟁으로 먹고사는 회사. 트럼프 만세”, “우리 올해 2조 벌 듯”이라는 대화도 오간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국내 정유 4사는 지난 1분기 5조9635억원의 합산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작년 1분기 4사의 합산 영업이익이 811억원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성장세다. 이번 실적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발 유가 급등으로 최대 실적을 기록한 2022년 2분기 7조5536억원 이후 역대 두 번째 분기 영업이익이다.
검찰은 이 같은 행위가 현행 공정거래법상 형사처벌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직접 담합 혐의로는 기소하지 않았다.
정유 4사가 자영주유소와 체결한 전량구매계약도 기소 대상에 포함됐다. 검찰은 정유사들이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자영주유소가 일방적으로 통보받은 가격에 석유제품 전량을 해당 정유사에서만 구매하도록 했다고 판단했다.
주유소가 다른 유통 경로에서 더 저렴한 제품을 구매하지 못하도록 하고, 계약을 위반하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의 불이익을 주는 구조를 유지한 혐의도 적용됐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과정에서 증거를 없애려 한 혐의도 확인됐다.
검찰은 HD현대오일뱅크와 GS칼텍스가 공정위 현장조사 정보를 미리 파악한 뒤 관련 자료 삭제를 지시한 정황을 포착해 회사 관계자들을 조사 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정유사 3곳이 산업통상부에 석유제품 공급가격을 실제 인상액보다 낮춰 보고한 사실도 조사됐다. 검찰은 산업부와 관련 자료를 공유해 후속 조치와 제도 개선을 지원할 계획이다.
정유사의 담합 의혹은 검찰 조사와 재판으로만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정부는 국제유가 상승 국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담합과 시장교란 행위에 대해 강경 대응 의지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월 5일 임시 국무회의에서 국제유가 급등과 관련해 "매점매석하거나 불합리한 폭리를 취하려는 시도에는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다음 날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담합 가격 조작은 대국민 중대범죄"라며 강력 대응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법무부도 같은 달 "최근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유가 상승을 빌미로 한 담합 등 불공정거래로 폭리를 취하려는 시장교란 행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대검찰청에 법과 원칙에 따른 엄정 대응을 지시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유가 담합을 "국민의 고통을 폭리의 기회로 삼으려는 반사회적 중대 범죄행위"라고 규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주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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