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 美 선박 공동 건조 본격화… “한·미 조선 기술 협력 첫발”
최성호 기자
choisungho119@naver.com | 2025-07-23 10:57:09
[소셜밸류=최성호 기자] HD현대가 미국 해양 선박 전문기업 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Edison Chouest Offshore, ECO)와 손잡고 미국 현지 선박 공동 건조에 본격 착수했다.
HD현대는 23일, ECO 최고경영진과 기술진이 방한해 울산 조선소와 R&D센터를 방문하고, 미국 내 중형 컨테이너선 공동 건조 프로젝트의 세부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ECO 대표단은 22일부터 양일간 HD현대글로벌R&D센터와 HD현대중공업, HD현대미포조선 등을 방문해 선박 설계부터 자동화 생산공정, 디지털 운항 관제 시스템 등 HD현대의 조선 역량을 직접 점검했다.
앞서 양사는 지난 6월 전략적 파트너십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2028년까지 ECO의 미국 내 조선소에서 공동으로 중형 컨테이너선을 건조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방문은 해당 협력을 구체화하는 첫 실행 단계로 해석된다.
HD현대는 지난달에도 엔지니어 10여 명을 ECO 조선소에 파견해 생산성 개선을 위한 공정 컨설팅을 제공한 바 있으며, 이번에는 ECO 측 엔지니어 10여 명이 약 1주일간 한국에 머무르며 기술 워크숍에 참여할 예정이다.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은 ECO 대표단과의 회동에서 “HD현대는 미국 조선 산업의 재건 노력을 적극 지지하고 있으며, 이번 공동 건조는 한·미 조선 기술 협력의 훌륭한 선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CO는 미국 내에서 5개 조선소를 운영 중인 민간 조선 그룹으로, 해양지원선(OSV) 300여 척을 직접 건조해 운용하고 있는 OSV 분야의 세계적인 기업이다.
HD현대는 이번 협력을 통해 미국 내 생산 거점 확보뿐 아니라, 조선업 안보 민감 분야로 분류되는 항만 크레인 및 특수선 영역까지 협력 범위를 넓힌다는 구상이다.
HD현대는 세계 1위 민간 조선사로, 선박 자동화, 친환경 설계, 디지털 운항 기술 등에서 글로벌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ECO와의 협력은 HD현대가 미국의 ‘조선 자립화’ 정책 흐름에 발맞춰 현지 생산 기반 기술 수출형 모델을 정착시키는 첫 사례로 평가된다.
미국은 최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자국 생산 및 기술 자립을 강조하고 있으며, 조선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HD현대는 이번 협력을 통해 향후 미국 조달 우선권, IRA 세제 혜택, 특수선·군수선 사업 확장 기회를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 내 조선소는 노동 생산성, 자동화 설비, 기술인력 수준 등에서 한국과의 격차가 크다는 평가다. 현지 인프라의 한계와 노조, 규제 문제 등 행정적·정치적 리스크에 대한 대응 전략도 요구된다. 또한 글로벌 경쟁사 대비 기술 우위는 있지만, 현지화를 넘어선 시장 확대 전략 마련이 관건으로 지적된다.
현재 HD현대 외에는 미국 조선소와의 협력을 추진 중인 한국 조선사가 드문 가운데,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은 유럽과 국내 중심의 고부가가치 선박에 주력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 조선시장 진입 자체가 안보 이슈로 사실상 제한된 상태다. HD현대는 미국 현지 건조 + 기술 이전 + 전략산업 협력이라는 세 가지 조건을 충족시키며, 한·미 양국 조선업 협력의 ‘선도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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