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H지수 ELS' 내년 상반기 3조 손실···금융당국 은행·증권사 조사
기초자산 홍콩 H지수 반토막
금융당국, 판매 과정서 불완전 판매 유무 조사
황동현 기자
robert30@naver.com | 2023-11-26 12:01:47
[소셜밸류=황동현 기자] 5대은행을 중심으로 대규모로 팔려나간 홍콩 H지수 기초자산 주가연계증권(ELS)관련 원금 손실 규모가 내년 상반기 최소 3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실태파악과 함께 판매과정 등에서 문제가 있었는지 조사중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홍콩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에 대해 은행과 증권사를 대상으로 긴급실태 조사중이다.
지난 10월 기준 금감원에 접수된 홍콩 ELS 상품 관련 민원은 총 25건 중 17건이 65세 이상 고령자의 민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원금 손실 위험을 제대로 고지받지 못했다'는 취지의 민원과 분쟁이 앞으로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해당 상품 판매 규모가 가장 컸던 KB국민은행은 다음 달 1일까지 진행되고, 하나은행은 최근 이뤄진 정기 검사를 통해, 신한·우리·NH농협 등은 서면 조사를 받고 있다. 이외 증권사 중에서도 최대 판매사인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 등 5∼6곳도 조사 대상인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 따르면 5대 은행이 판매한 홍콩H지수 연계 ELS 중 약 8조4100억원이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돌아오며, 현재 상황이 유지되면 손실액만 3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들은 ELS를 사모·공모를 통해 펀드(ELF)와 신탁(ELT) 형태로 판매했는데, ELS는 기초자산으로 삼은 지수 등에 연계돼 투자수익이 결정된다.
ELS는 기초자산이 되는 지수나 개별 종목이 주가와 연계돼 수익 구조가 결정되는 파생상품이다. 보통 출시 후 1~3년이 지나면 만기일이 도래하고, 수익이 나면 6개월마다 조기 상환도 가능하다. 다만 손실 발생의 기준점이 되는 '녹인 구간(knock-in barrier)' 밑으로 떨어지면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
홍콩H지수는 홍콩증권거래소 상장 우량 중국 국영기업들로 구성돼 있지만, 미국의 중국 빅테크 규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중국 경기 침체 등으로 최근 크게 하락했다. 2021년 2월 19일 1만2106.77로 고점을 찍은 뒤 줄곧 하락해 지난 24일에는 6075.65까지 떨어지는 등 반 토막이 났다.
ELS의 만기가 통상 3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문제는 내년이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8월 말 기준)에 따르면, 은행을 통해 판매된 홍콩 H지수 연계 ELS 중 내년 상반기 만기 도래 물량은 KB국민은행이 4조7447억원, 신한은행 1조3329억원, 하나은행 7380억원, 농협은행 7330억원, SC제일은행 6187억원 등이다.
국민은행의 경우 '녹인(knock-in)형' 상품을 많이 팔았는데, 상반기 만기 도래분 대부분에서 녹인이 발생한 상황이다. 다만 녹인이 발생했다는 것은, 당장 원금 손실이 확정됐다는 뜻은 아니다. 만기 시점에서 최종 상환 기준선(예를들어 70%) 수준까지 회복되면 원금손실을 피할 수 있다.
녹인(손실구간)에 진입한 ELS 만기가 임박하면서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ELS 손실로 인한 사연들이 올라오고 있다. A씨는 74세 어머니가 노후 자금 전부를 예치했던 은행 직원으로부터 H지수 연계 ELS 가입을 권유받아 투자했는데 원금의 40% 이상 손실을 봤다는 소식에 건강을 잃었다며 답답함을 토로하는 글을 게시했다.
금융당국은 해당 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불완전 판매가 있었는지를 중점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LS 구조가 워낙 어려우면서도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고위험 상품이기에, '원금 손실 위험을 제대로 고지 받지 못했다'는 민원과 분쟁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고위험·고난도 ELS 상품의 가입자 상당수가 고령자인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은행권은 불완전 판매 등 위법 행위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2021년부터 금융소비자보호법뿐 아니라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표준영업행위 준칙 등이 시행되는 등 금융투자상품 판매 과정에서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규가 강화됐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또, ELS를 팔 때 판매 과정을 녹취하고 있으며, 특히 고령 투자자의 경우 투자성향 분석 과정까지 남겨 놓고 있다. 또 가입상품 위험등급, 원금손실 가능성 등에 대한 이해 여부도 고객으로부터 자필 또는 녹취를 받아 확인 과정을 거치고 있다.
주요은행들은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도 지난 6∼8월 대응팀을 구성하고 대고객 안내를 강화하는 한편, 대안 상품 연결 등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증권업계는 ELS 판매 경로의 약 80%가 '비대면 채널'로 이뤄져, 주로 창구 직원의 설명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완전 판매를 피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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