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I, 실적악화에 작업대출로 기관경고까지 1위 위상 흔들...시험대 오른 김문석 대표

작업대출 연루 1년간 신사업 진출 금지
내부통제 개선 나섰지만 업계는 반신반의
1분기 순익 37억원 전년 동기 대비 96% 급락

황동현 기자

robert30@naver.com | 2023-07-06 10:12:30

[소셜밸류=황동현 기자] SBI저축은행이 실적과 건전성 관리에 적신호가 켜진 가운데 당국의 제재까지 이어지면서 비상이 걸렸다. 올해부터 SBI저축은행을 이끌고 있는 김문석 대표가 무난히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감독원은 '작업대출'을 벌인 SBI저축은행에 대해 기관경고와 함께 올 초 퇴직한 전임 CEO에 대해 주의적 경고, 연루 직원 16명에 대해 감봉, 견책, 주의 등의 무더기 징계를 내렸다. 

 

SBI저축은행은 취급금액이 많아 애큐온, 페퍼저축은행과 함께 '기관 경고' 제재를 받았고 OSB, OK저축은행은 기관주의를 받았다. 

 

▲SBI저축은행./사진=연합뉴스 제공

 

금감원은 여신심사 및 사후관리 업무 과정에서 저축은행들이 최소한의 주의만 기울였다면 작업대출을 막을 수 있었음에도 이를 소홀히 해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작업대출을 초래했다고 봤다. 작업대출 관련 저축은행들의 위법, 부당 행위를 엄중 조치한다는 방침이어서 중징계 가능성이 일찍부터 점쳐졌다. 


여기서 작업대출이란 대출모집인 등이 접근해 서류 조작을 통해 대출을 받도록 하거나 개인 차주를 사업자로 둔갑시켜 가계대출 규제를 피해 주담대를 받도록 하는 행위 등을 일컫는다.

 

주택담보대출은 개인이 담보물 가격의 70%(규제지역의 경우 40%)까지만 대출받을 수 있게 막아 놨는데 이를 작업대출 조직이 개입해 사업자대출로 90%까지 대출을 받아냈다. 자영업자 주담대의 경우 근로소득이 없는 자영업자 등의 사업자금 마련을 위해 정부가 정해놓은 한도로 브로커 등이 개입해 조절할 수 없는 것이다. 금감원이 사업자 주담대 금액이 큰 저축은행 5곳을 들여다본 결과, 2020~2021년 이렇게 서류 조작으로 나간 주담대 액수가 1조 2000억원에 달했다.


기관 제재는 ▲등록·인가 취소 ▲영업 정지 ▲시정명령 ▲기관 경고 ▲기관 주의로 분류되며, '기관 경고' 이상을 중징계로 분류된다. 기관 경고를 받은 금융사는 향후 1년간 금융당국의 인허가가 필요한 신사업에 진출할 수 없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사후증빙 관련 서류 등을 점검하는 내부프로세스를 지난 2~3월 구축했다"며 "관련 심사체계, 프로세스 등을 금감원 지적 내용을 바탕으로 개선해 반영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SBI저축은행의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이번 작업대출 징계 결정으로 평판 훼손 등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 등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SBI저축은행은 당장 이렇다 할 신사업 추진 계획이 없는 상황이지만 영업 활동이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7년 이후 개인신용대출 자산 확대를 바탕으로 저축은행 산업 내 1위의 시장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SBI저축은행은 수년간 업계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대손비용 등 수익성 악화로 고전하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부터 불어닥친 극심한 불황으로 올해 1분기 37억원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95.9%(864억원) 쪼그라든 실적을 기록했다. SBI저축은행은 앞서 지난해 328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바 있다. 

지난해부터 가파르게 상승한 기준금리와 부동산 가격 하락 등으로 경제 상황이 악화되고 대손충당 비용 또한 커진 점 등이 실적 악화의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김문석 SBI저축은행 대표/사진=SBI저축은행 제공


SBI저축은행에는 김문석 대표가 올해 2월 공식 취임했다. 김 대표는 삼성카드와 두산캐피탈 등을 거쳐 2010년 SBI저축은행에 합류해 재무를 제외한 인사·총무·전략·기획 등 핵심 분야 임원을 역임하며 회사의 성장과 혁신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앞서 저축은행 업계 대표 장수 CEO로 꼽히는 임진구 각자대표와 정진문 각자대표가 지난 7~8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SBI저축은행은 올해 단일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비우호적인 저축은행 영업환경 속에서 의사 결정 속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는 현재 국내 금융시장 전반이 여러 어려움으로 인해 녹록지 않은 경영 환경에 처해 있는 만큼 △건전하고 스마트한 경영환경 조성 △디지털 경쟁력 강화 △고객·주주·직원의 균형성장을 통한 시장지배력 향상 △업의 본질에 따른 핵심가치에 집중 등의 경영 방침을 제시했다.


그는 "어려운 상황을 정면 돌파할 태세를 갖추고, 과거의 관성을 과감히 버리며 혁신적인 방안을 강구하면서도 미래에 대해서도 준비하는 치밀함을 가져야 한다"고 직원들에게 말했다.

 

그럼에도 SBI저축은행의 수익성 악화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자수익이 전체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특성상 대출채권 대손비용이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매 분기마다 대출채권을 매각하고 있지만, 실물경기 침체가 심화할 경우 개인 신용등급이 낮은 차주의 대손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실적과 건전성 관리에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고 금융당국 징계로고객 신뢰 훼손 등 악재가 산적해 있어 업계 리더로서 김 대표가 위기돌파 능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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