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리-SSG, 오프라인으로 확장하는 플랫폼 전략…체험형 페스타 ‘눈길’
컬리·SSG, 체험형 행사로 플랫폼 한계 보완
‘클릭’ 넘어 ‘보고·맛보고·써보는’ 경험 경쟁
중소 기업 브랜드 ‘데뷔 무대’로 자리매김
한시은 기자
sehan24@naver.com | 2025-12-23 11:29:10
[소셜밸류=한시은 기자] 이커머스 기업들이 소비자 참여형 오프라인 행사를 통해 장기 성장 동력 확보에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온라인 플랫폼 기반의 가격 경쟁력과 편의성은 강점이지만, 오감 체험과 감정적 몰입이 부족한 한계를 보완해 소비자에게 ‘믿을 수 있는’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23일 팝업스토어 전문 기업 스위트스팟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오픈한 팝업스토어 수는 3077개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09% 증가한 수치로, 오프라인 경험을 중심으로 한 브랜드 마케팅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 컬리 오프라인 페스타, 거래액·방문객 성과 가시화
컬리는 오프라인 행사인 ‘컬리푸드페스타’와 ‘컬리뷰티페스타’를 잇달아 열며 체험형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2023년 ‘컬리푸드페스타’를 시작으로 이듬해 ‘컬리뷰티페스타’까지 영역을 확장했고, 현재까지 총 5차례 진행했다.
이 기간 행사에는 F&B·뷰티·리빙 등 670여 개 브랜드가 참여했고, 누적 방문객 수는 11만여 명을 기록했다. 온라인에서 검증된 큐레이션 역량을 오프라인 체험으로 확장해 브랜드 신뢰도를 높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올해 열린 ‘컬리뷰티페스타 2025’에서는 참여 브랜드의 거래 성과가 두드러졌다. 처음 페스타에 참여한 신규 브랜드의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평균 10배 증가했고, 지난해부터 연속 참여한 브랜드는 약 9배 성장했다.
오프라인 행사와 연계한 온라인 전략도 성과를 냈다. ‘컬리뷰티페스타 2024’ 기간 동시에 진행한 온라인 기획전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하며 연계 전략의 효과를 입증했다는 분석이다.
컬리가 행사 관람객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직접 구매해 사용하기 부담스러웠던 브랜드를 체험할 수 있어 좋았다’ ‘오프라인에서 접하기 어려운 브랜드를 자유롭게 경험할 수 있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 SSG닷컴 ‘미지엄’, 2030·신규 고객 유입 효과 확인
SSG닷컴은 올해 첫 오프라인 페스타 ‘미지엄(美지엄)’을 열고 체험형 커머스로의 전환에 시동을 걸었다. 미지엄은 SSG닷컴이 엄선한 그로서리와 뷰티 브랜드 100여 개 상품을 한데 모은 팝업스토어로, ‘보고·맛보고·써보는’ 오감형 체험 공간으로 꾸며졌다.
이 행사는 오프라인 체험이 온라인 구매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고객들이 마음에 드는 제품을 QR코드로 스캔해 SSG닷컴 앱에서 즉각 주문할 수 있도록 했고, 장보기 지원금과 할인 쿠폰을 즉시 제공해 구매 전환을 유도했다.
시식 행사와 함께 쿠킹 토크쇼, 버스킹 공연 등 다양한 콘텐츠도 마련해 관람객의 체류 시간을 늘렸다. 그 결과 이번 행사를 통해 2030 세대와의 접점 확대는 물론 신규 고객 유입 효과를 동시에 거뒀다는 평가다.
티켓 구매 고객 가운데 2030 세대 비중은 65%에 달했고, 신규 고객과 6~12개월 내 구매 이력이 없는 고객 비중도 50%를 넘어섰다. 행사 기간 SSG닷컴의 순 방문자(UV)는 전년 대비 10% 증가했다.
◆ 체험 욕구 자극한 팝업 마케팅
이커머스 업체들이 소비자 참여형 오프라인 행사를 잇달아 여는 배경에는 전통적인 광고 매체 효과 둔화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바이럴 확산이 자리하고 있다. 글로벌 IT 기업 메타는 최근 인스타그램 마케팅 트렌드로 ‘숏폼 콘텐츠’와 ‘팝업스토어’를 제시한 바 있다.
실제로 팝업스토어에 대한 소비자 관심도는 꾸준히 높아지는 추세다. 네이버에 따르면 ‘팝업스토어’ 관련 검색량은 2022년 이후 지속 증가하고 있고, 팝업 정보만을 전문적으로 소개하는 SNS 계정도 다수 등장했다.
현장을 찾은 방문객들이 행사 참여 과정을 SNS에 공유하면서 오프라인 브랜드 경험이 온라인 콘텐츠로 확산되고, 잠재 고객에게 자연스럽게 노출되는 ‘온·오프라인 시너지’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유행에 민감한 젊은 소비층을 중심으로 단순 정보 탐색을 넘어 ‘직접 가보고 경험하고 싶다’는 체험 욕구가 자극되면서 팝업스토어가 소비자의 자발적 참여와 확산을 이끄는 핵심 접점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평가다.
◆ 중소 브랜드에 열린 판로…오프라인 행사의 힘
행사에 참여한 중소 브랜드 입점사들 사이에서는 실질적인 효과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소기업에 이 같은 오프라인 행사는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한다. 특히 단순 소비자 홍보를 넘어 유통사와의 접점을 넓히는 B2B 기회로도 작용하며 판로 확장을 위한 전략적 창구로 활용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행사에는 여러 이커머스 플랫폼 관계자들도 함께 참여한다”며 “행사를 계기로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브랜드가 업계에 새롭게 인식되면서, 타 플랫폼의 입점 제안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제품 경쟁력을 검증하는 테스트베드로도 기능한다. 고객과 직접 소통하며 향후 온라인 사업 방향을 점검하고, 신규 라인업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 파악 등 제품 기획과 입점 전략을 구체화할 수 있다.
실제 구매량과 부스 방문자 수 등 주요 성과 지표를 통해 시장 반응을 정량적으로 점검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아울러 단일 오프라인 행사에 마케팅 자원을 집중해 홍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어 분산된 채널 운영에 비해 효율적인 마케팅 수단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 페스타가 만든 변화…브랜드 데뷔부터 입점까지
SSG닷컴의 ‘미지엄’은 브랜드 신상품을 처음 선보이는 ‘데뷔 무대’ 역할도 하고 있다. 실제로 행사 참여 후 웰니스 과자 브랜드 ‘것플렉스’ 등 몇몇 브랜드는 SSG닷컴에 신규 입점을 결정했다. 또 대체 커피 브랜드 산스(SANS) 역시 홈카페 상품 개발과 입점을 앞두고 고객 반응을 확인하는 창구로 이번 행사를 활용했다.
컬리의 ‘컬리푸드페스타 2025’에서도 중소 브랜드의 참여 비중이 두드러졌다. 전체 109개 파트너사 가운데 45개가 중소 브랜드로, 이번 행사를 통해 오프라인 소비자와 처음 만났다.
행사에 참여한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컬리에 아직 입점하지 못한 신규 제품군을 현장에서 직접 알릴 수 있었다”며 “소비자 반응에 따라 입점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어 이러한 행사가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팝업스토어가 일회성 이벤트를 넘어 브랜드와 소비자가 상시적으로 소통하는 마케팅 채널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위트스팟 측은 “소비자들이 팝업스토어 방문을 맛집이나 카페 투어처럼 자연스러운 여가 활동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에 따라 브랜드들도 팝업을 선택이 아닌 필수 마케팅 채널로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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