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 높은 아이 골라서 낳는다…일론 머스크도 썼다는 유전자 아기 선별 서비스

배아 유전체 분석해 1,200개 질병 예측…일론 머스크도 고객 명단에
우생학 논란·사회 불평등 우려 속 과학적 신뢰성도 도마 위

최성호 기자

choisungho119@naver.com | 2025-07-19 10:41:54

▲인간배아/사진=연합뉴스 자료/최성호기자

 

[소셜밸류=최성호 기자] "섹스는 즐거움을 위한 것이고, 아기는 배아 스크리닝으로"  미국 실리콘밸리의 난임 스타트업 ‘오키드헬스(Orchid Health)’가 제시한 이 선언이 거센 윤리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유전체 분석 기술로 '더 나은' 아기를 선택할 수 있다는 이 서비스는 인간 배아의 선별적 출산을 조장한다는 비판 속에 ‘현대판 우생학’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오키드헬스는 시험관 시술(IVF) 과정에서 얻은 배아를 대상으로 유전체를 정밀 분석해, 향후 발병 가능성이 있는 1,200여 가지 질병을 예측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조현병, 알츠하이머, 비만 등 복합질환까지 포괄하며, 이 질병들은 ‘점수화’되어 예비 부모에게 제공된다.
 

창업자 누르 시디키는 “질병을 피할 수 있는 유전적 축복의 세대를 만들고 있다”며, 이를 “인간의 선택 가능한 진화”로 묘사했다. 특히 그는 “섹스는 즐거움을 위한 것, 아기는 과학의 영역”이라는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오키드헬스의 서비스는 배아 1개당 2,500달러, IVF 1회당 평균 2만 달러에 달해 사실상 ‘부자만의 선택지’가 되고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와의 사이에서 4명의 자녀를 낳은 전 뉴럴링크 임원 시본 질리스도 고객 명단에 포함돼 있다.
 

공식적으로는 “지능 선별은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일부 고객에게는 비공식적으로 지능 관련 데이터도 제공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미국임신협회는 “이건 단순한 예측이 아니라 인간 배아의 미래를 실질적으로 ‘조작’하는 행위”라고 강하게 경고했다. 

 

MIT 생명윤리학 교수 앨리슨 브룩스는 “우리는 ‘왜 선택되었는지’와 ‘왜 제외되었는지’를 아는 사회로 가고 있다”며, “이 서비스는 건강을 넘어 사회적 불평등을 고착화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우수한 유전자를 보유한 아이만 태어나게 하고, 그렇지 못한 아이는 배제되는 선택 구조가 “현대판 우생학”이라는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과거 유럽과 미국에서 이뤄졌던 ‘인종·지능 선별’의 역사와 닮아 있다는 비판이다.

과학계에서도 이 서비스의 기술적 정확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이 적지 않다. 스탠퍼드대 유전학 교수 스베틀라나 야첸코는 “배아에서 채취한 단 5개의 세포로 전체 유전체를 시퀀싱한다는 것은 기술적으로 오류 확률이 매우 높다”며, “질병 유전자가 없다는 판단은 러시안룰렛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유전자-질병 상관관계의 복잡성과 다인자 질환의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현재의 유전체 스크리닝은 예측 도구로는 미흡하며 오히려 잘못된 확신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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