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기업은행은 차라리 해체해 분리 매각하면...안일한 경영에 사고 잇따라

윤종원 은행장, 기업은행 위한 근본적 결단 내려야 할 때 지적도

소민영 기자

somy@socialvalue.kr | 2022-08-31 11:23:54

▲윤종원 기업은행장/사진=기업은행 제공

 

[소셜밸류=소민영 기자] 기업은행(은행장 윤종원, 62)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에도 펀드 부실판매 의혹이다. 디스커버리펀드 불완전판매를 놓고 고객과 갈등을 벌이고 있는 기업은행이 비슷한 일로 또다시 곤욕을 치를 처지에 내몰린 것이다. 

 

이러자 업계에서는 정통 경제 관료로서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까지 지낸 윤종원 은행장이 기업은행을 위한 근본적인 결단을 내려야 할 시기가 도래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따르면 기업은행 자산관리 부문의 전초기지인 반포자이WM센터가 대규모 펀드 부실판매 의혹에 휩싸였다. 5년 전 판매해 만기를 앞둔 해외 상장지수 추종 상품이 대규모 손실을 본 데다 불완전 판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디스커버리펀드나 라임펀드의 불완전 판매를 둘러싼 갈등이 아직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또 다른 사고가 터져 나온 셈이다. 이런 가운데 기업은행에 대한 존재가치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은행으로서 갖춰야 할 최소한의 자격도 갖추지 못한 채 '무능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경영행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행 반포자이WM센터는 지난 2017년 시카고옵션거래시장의 VIX(변동성지수, Volatility Index)와 연계되는 5년 만기의 펀드 상품을 판매했으며 오는 9~10월 만기가 도래하면서 정산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 규모는 62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 18일 기준 펀드의 수익률은 '-87.9%'에 불과하다. 62억원에 육박하던 원금이 10억원도 채 남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VIX는 미국 뉴욕증시 3대 지수 중 하나인 S&P500의 향후 30일간 변동성에 대해 투자자 혹은 시장 기대심리를 수치화한 지표다. 통상 VIX와 S&P500은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기업은행이 판매한 펀드는 S&P500지수가 약세를 보여야 수익을 내는 일종의 '인버스 상품'으로 판단된다.

 

그렇지만 펀드가 운용되는 기간에 미국 증권시장은 역대 최고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며 최고치를 잇따라 경신하는 호황을 보였다. 기업은행이 판매한 펀드가 전혀 먹혀들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펀드 판매에 나선 것이 화근이다. 

 

실제로 2017년 2000포인트 초반이던 S&P500는 올 1월 4일에 4818포인트, 종가 기준 4796까지 치솟았다. 연초 대비 20% 가까이 하락한 지금도 4000포인트대를 넘나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은행이 판매한 펀드는 수익률이 급전직하로 곤두박질쳤고 대부분의 원금을 까먹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펀드에 고객의 자금을 맡긴 것도 의심스러운데, 업계에 따르면 소비자에게 이를 무리하게 권유해 판매한 것으로 전해진다.

 

기업은행은 디스커버리와 라임 등 부실 펀드를 취급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설명을 누락하는 등의 불완전 판매 정황으로 도마에 올랐는데, 비슷한 시기 판매한 이 펀드에서도 똑같은 불완전 판매 행태를 보인 것이다. 

 

은행 직원이 투자자 성향을 먼저 확인하지 않은 채 펀드가입 결정 후 '공격투자형' 등으로 사실과 다르게 작성하고, 미국 채권 등에 투자하는 안전한 상품이라고 강조하며 위험이나 원금손실 가능성의 설명도 누락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손실 사태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면서 소비자의 손해배상 요구가 이어지고 국정감사에서는 윤종원 은행장의 거취까지 거론하는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큰손' 투자자가 많은 반포 등 강남에서 기업은행의 이미지 실추도 당연한 수순으로 여겨진다. 

 

사실 기업은행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중소기업 특화 정책금융기관인 기업은행이 펀드 불완전 판매로 연이어 오명을 쓰는 것은 인프라와 사전 준비가 미흡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민간은행이 하는 일을 따라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시선이다.

 

공익을 위한 국책은행임에도 시중은행처럼 실적까지 챙기는 사업 형태를 보이면서 무리수가 등장하고 각종 사고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게다가 기업은행 직원들의 안일한 근무 태도는 매번 도마 위에 오른다. 

 

핀테크가 등장해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금융환경 속에서 기업은행이 과연 지속가능한 금융기관이 될지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쩌면 기업은행이 현재까지 보여준 경영 행태는 발을 붙일 곳이 거의 없다고 보는 게 옳을 듯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은행은 국책은행으로서 공공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면서도 다른 시중은행과 무리한 경쟁까지 하는 행태를 보였다"며 "이러한 구조가 직원에겐 실적 부담으로, 고객에겐 손실 위험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걱정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참에 중소기업을 위한 특수한 기능을 제외하고는 분리 매각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즉 중소기업 관련 은행 업무는 이와 비슷한 일을 하는 수출입은행이나 산업은행 등과의 합병을 추진하고 민간 은행과 경쟁이 안되는 사업은 억지로 영위하기보다는 차라리 철저히 민영화해 핀테크를 비롯해 다른 유능한 민간 금융사에 조직을 넘겨주는 것도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 사회가치 공유 언론-소셜밸류.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