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억 횡령사고 푸른저축은행…구혜원 푸른그룹 회장 리더십 위기
전직 임원이 99억1700만원 횡령 정황 공시...장기간 소액 반복적 횡령
거래소, 주식 매매거래 정지,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여부 검토
내부 통제 실패, 저축은행 업황 악화까지 겹치며 회사 경영 불확실성 급증
황동현 기자
robert30@naver.com | 2026-03-09 19:24:28
[소셜밸류=황동현 기자] 업계 내에서도 보수적이고 내실 있는 경영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던 푸른저축은행이 약 100억원 규모의 대형 횡령 사고에 휘말리며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이번 사고로 인해 주식 거래 정지는 물론, 코스닥 시장에서의 상장폐지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소액 주주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이에 20년 넘게 조직을 이끌어온 구혜원 회장의 리더십에 균열이 생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 꼬리가 길면 밟힌다…100억원 빼돌린 ‘간 큰’ 직원
9일 금융권과 수사당국에 따르면 푸른저축은행 본점 대출 담당 직원 A씨가 수년에 걸쳐 약 100억원에 달하는 회삿돈을 횡령한 사실이 내부 감사를 통해 드러났다.
조사 결과, A씨는 가공의 인물을 내세워 대출 서류를 조작하거나 고객이 상환한 원리금을 개인 계좌로 빼돌리는 수법을 사용했다. 특히 장기간에 걸쳐 소액을 반복적으로 횡령하며 회사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지난달 11일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했으며 이후 횡령 정황이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현재 해당 임원의 재산을 조회하는 등 횡령액 회수 절차를 진행 중이다.
◇ 상장폐지 실질심사 기로… "거래정지"
문제는 이번 횡령 규모가 회사의 자기자본 대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한국거래소 상장 규정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임직원이 자기자본의 3%(대규모 법인의 경우) 이상의 횡령·배임을 저지를 경우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푸른저축은행의 주식 거래는 즉시 정지된 상태로, 향후 거래소의 심사 결과에 따라 '상장 유지' 또는 '상장 폐지'가 결정된다.
시장 관계자는 "견실한 저축은행으로 평가받던 푸른저축은행에서 이런 사고가 터진 것은 업계 전체의 신뢰도에 치명타"라며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라도 거래 정지와 정밀 심사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푸른저축은행은 1971년 설립된 저축은행으로 1993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현재까지 저축은행 업권에서 유일한 상장사로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당시 부산저축은행, 솔로몬저축은행 등 다수 금융사가 영업정지와 함께 상장폐지되는 상황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인 재무 구조를 유지하며 상장 지위를 지켜냈다. 송명구 대표가 경영 지휘봉을 잡고 있다.
◇ 구혜원 회장의 ‘보수 경영’ 브랜드 치명상
이번 사태는 구혜원 푸른그룹 회장에게는 뼈아픈 실책이다. 구 회장은 고(故) 구평회 E1 명예회장의 막내딸로, 1999년 남편 고(故) 주진규 회장 별세 이후 푸른저축은행을 맡아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속에서도 상장 지위를 지켜낸 입지전적 인물이다. 지분은 구 회장이 14.74%, 구 회장이 최대주주인 푸른F&D가 16.2%를 보유하고 있으며 최대주주는 구 회장의 장남인 주신홍 푸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17.22%)다.
그간 구 회장은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보수적인 대출 포트폴리오와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경영 철학으로 내세워왔다. 특히 횡령 주체가 일반 직원이 아닌 ‘임원’급이라는 점에서 오너 일가의 인사 관리 시스템 전반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오너 일가의 책임 문제와 지배구조 이슈도 함께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금융당국, 내부통제 시스템 '현미경 조사'
금융감독원 역시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보고 즉각적인 정밀 검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특히 최근 금융권에서 잇따르는 횡령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내부통제 강화 가이드라인'이 현장에서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에 당혹해 하는 분위기다.
금융감독원은 푸른저축은행에 횡령 사건 관련 사실관계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금감원은 푸른저축은행 측에 자체 감사 진행을 요구한 상황이며 감사 결과에서 미비점이 발견되면 현장 검사를 나간다는 계획이다.
사건이 알려지자 온라인 종목 토론방 등에도 망연자실한 투자자들의 성토가 쏟아지고 있다. "회사의 공시만 믿고 투자했는데 내부 관리가 이 정도로 엉망일 줄 몰랐다", "상장폐지되는 것 아니냐", "오너 일가가 책임져야 한다" 등의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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