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개인정보 유출 1.7조 보상안 발표…“보여주기식 꼼수” 비판도

개인정보 유출 후 한 달 만에 보상책…3370만명 대상 지급
현금 대신 자사 서비스 쿠폰 4종…실사용률 두고 갑론을박
정치권·시민단체 “마케팅 성격 짙다”…이용자 감소세도 이어져

한시은 기자

sehan24@naver.com | 2025-12-30 10:55:53

[소셜밸류=한시은 기자]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일으킨 쿠팡이 약 한 달 만에 피해 보상안을 내놨다. 쿠팡은 고객 1인당 5만원 상당의 할인쿠폰을 지급하겠다고 밝히며 신뢰 회복에 나섰지만,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인가를 두고선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3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내년 1월 15일부터 개인정보 유출 통지를 받은 3370만 계정의 고객에게 순차적으로 피해 보상용 구매이용권을 지급한다. 대상에는 와우회원과 일반회원뿐 아니라 통지를 받은 뒤 탈퇴한 고객도 포함된다.

 

▲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통지를 받은 3370만 계정의 고객에게 로켓배송·로켓직구·판매자 로켓·마켓플레이스 쿠팡 전 상품(5000원), 쿠팡이츠(5000원), 쿠팡트래블 상품(2만원), 알럭스 상품(2만원) 등 고객당 총 5만원 상당의 1회 사용이 가능한 4가지 구매 이용권을 지급한다./사진=AI 생성 이미지 (Perplexity AI)

 

이번 보상 규모는 총 1조6850억원에 이른다. 국내에서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해 발표된 보상 가운데 최대 수준이다. 쿠팡Inc의 올해 3분기 순이익 3840억원과 비교하면 약 4배에 달한다. 쿠팡의 지난해 당기순이익(940억원)과 비교해도 18배다.


이번 보상 방식은 고객 1인당 5만원 규모의 이용권 지급이다. 다만 현금이 아니라 쿠팡 서비스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쿠폰 형태 4종으로, 구성은 △쿠팡 전 상품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알럭스 2만원이다.

이를 두고 총액은 크지만 체감 혜택은 적다는 평가도 나온다. 트래블과 알럭스의 이용 빈도가 쿠팡·쿠팡이츠보다 낮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용권 실사용률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알럭스는 프리미엄 명품 카테고리, 트래블은 숙박·항공권·놀이공원 입장권 등 여행 상품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서비스다.

또 모든 이용권이 현금 지급이 아닌 쿠팡 플랫폼 내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도 논란이다. 쿠폰을 쓰려면 추가 구매를 해야 하기에 쿠팡 소비를 유도하는 효과가 크고,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보상과 동시에 매출 확대를 노린 락인(Lock-in) 전략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다른 기업들의 보상 방식과 비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대형 해킹사고를 겪었던 SK텔레콤의 경우 요금 감면·데이터 제공·위약금 감면 등 서비스 비용 자체를 낮추는 보상책을 내놨다. 이와 비교해 쿠팡은 현금성 혜택이 약하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은 이번 보상안에 대해 피해 구제보다는 마케팅 성격에 가깝다는 지적을 제기한다.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은 “아무도 쓰지 않는 서비스에 쿠폰 끼워팔기, 눈 가리고 아웅”이라며 “책임은 회피하고 위기마저 장사에 이용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여파로 이용자 이탈 조짐, 이른바 ‘탈팡’ 현상도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쿠팡의 일간활성이용자수(DAU)는 1484만3787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10월 5일(1446만 명) 이후 약 2개월 만에 최저치다.

결제 규모 역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조승환 국민의힘 의원실이 6개 카드사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정보 유출 사태 이후 2주간(11월 30일~12월 13일) 쿠팡 결제 승인 건수는 4495만4173건으로, 전년 동기(4683만7121건) 대비 약 4.1%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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