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안서도 못 보고 시공사 선정하나”...막오른 여의도 한양 재건축 '꿍꿍이' 논란

KB부동산신탁-재건축운영위, 제안서 받아 놓고 200쪽 분량 별도 홍보물 제작 지시
소유주들“제안서 미공개는 코미디…당연한 권리 침해”분통

소민영 기자

somy@socialvalue.kr | 2023-09-25 11:10:11

▲여의도 한양 재건축에서 현대건설이 제안한 ‘디에이치 여의도퍼스트’ 조감도(위)와 포스코이앤씨의 투시도/사진=업계 제공

 

[소셜밸류=소민영 기자] “집이 한두 푼 하는 것도 아닌데, 제안서가 아닌 홍보물을 보라고 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제안서를 꼼꼼하게 정독을 해도 아쉬울 판에 갑자기 200쪽짜리 홍보물이라니 어이가 없다.”(여의도 한양아파트 소유주 A씨)

 

“재건축을 경험해본 지인에게 사업제안서를 별도로 요청해야지만 온라인으로 볼 수 있다고 했더니 ‘코미디’라고 하더라. 국민적 관심사가 쏠리는 사업장에서 왜 이런 비상식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여의도 한양아파트 소유주 B씨)

 

여의도 한양아파트가 여의도 재건축 단지 중 가장 빠른 속도를 보이며 업계 관심을 받고 있는 가운데, KB부동산신탁이 보이는 어이없는 처사에 소유주들의 지탄이 쏟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25일 여의도 한양아파트 사업시행자를 맡은 KB부동산신탁에 따르면 지난 20일 진행한 시공사 선정 입찰에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가 참여의향서를 제출했다. 

 

두 건설사 모두 수주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가운데, 돌연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 운영위원회와 KB부동산신탁이 시공사가 제출한 사업참여 제안서 배포를 막으려 한다는 주장이 소유주들 사이에 제기됐다.

 

복수의 소유주들에 따르면,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 운영위원회는 최근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 양사에 “소유주 배포를 위한 200쪽 이내의 홍보물 700매를 제작해 위원회에 제출하라”고 통보했다. 

 

동시에 시공사가 제출한 사업참여 제안서는 소유주들에게 배포하지 않을 것이며, 소유주가 요청하는 경우에 한해서만 전자적 방식으로 게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신탁사로 선정된 KB부동산신탁도 제출한 사업참여 제안서는 소유주들에게 배포하지 않고, 위원회에 제출된 홍보물로 대체할 예정이라고 확인했다. 

 

일각에서는 운영위원회와 KB부동산신탁의 이와 같은 결정을 두고 특정 건설사를 밀어주려는 의도를 지적했다. 즉 '꿍꿍이'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포스코이앤씨가 제출한 사업참여 제안서 분량과 운영위원회가 지시한 홍보물의 분량이 각각 200쪽으로 동일하기 때문이다. 운영위원회가 제한한 제작물 분량(200쪽)대로 포스코이앤씨가 200쪽짜리 사업제안서를 제작해 제출한 반면, 현대건설이 제출한 사업참여 제안서는 500쪽에 달했다.

 

사업참여 제안서는 입찰에 참여하는 시공사가 해당 사업장에 대한 수주 의지를 나타내기 때문에 통상 소유주에게 그대로 제공된다. 

 

이 때문에 양사의 사업참여 제안서 배포는 막으며 200쪽 이내의 홍보물만 배포하라는 지침은 상대적으로 부실한 포스코이앤씨 제안서의 단점을 숨기고 현대건설 제안서의 내용은 축소시킬 수 있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더욱이 소유주가 참고해야 할 가장 중요한 자료를 왜곡시키고 판단을 흐리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포스코이앤씨(오티에르)와 현대건설(디에이치) 제안서 비교/사진=소유주 제공

 

아울러 이와 같은 결정에 KB부동산신탁의 어설픈 사업운영능력도 다시금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실제 KB부동산신탁은 지난 6월에도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 시공자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내며, 제한 자격으로 ‘소송 등이 진행 중인 자’를 내걸어 논란이 된 바 있다. 

 

수주 실적이 많은 건설사일수록 소송 진행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보통은 소송 진행 여부로 입찰을 제한하지 않는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소송 등이 진행 중’이라는 문구는 특정 회사를 배제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다는 비판이 계속되자, KB부동산신탁은 “이에 대한 비판을 받아들인다”는 입장을 밝히며 시공사 입찰 일정을 연기하기도 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재건축이나 재개발 사업 시 조합원이나 소유주에게 사업참여 제안서를 배포해 비교하도록 하는 일은 상식적으로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6월 시공사 선정 입찰 공고를 취소시킨 전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말도 안 되는 주장을 앞세우는 것을 보면, KB부동산신탁의 도시정비에 관한 이해도가 현저히 낮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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