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가 ‘990원 소주’ 꺼낸 선양…지방소주 생존 전략 통할까

주류 소비 감소·지역 기반 약화…지방 소주업계 입지 축소
한정 판매·슈퍼 전용 유통…인지도 확보 노린 마케팅 전략
세금 비중 높은 구조에 확산 한계…업계 “장기 유지 어려워”

한시은 기자

sehan24@naver.com | 2026-04-08 07:00:13

[소셜밸류=한시은 기자] 주류 소비 감소와 지역 기반 약화로 입지가 좁아진 지방 소주 업체가 초저가 전략을 앞세워 존재감 확보에 나섰다.

 

충청권 대표 주류기업인 선양소주가 시중 소주 대비 절반 가까운 수준인 ‘990원’ 초저가 카드를 꺼내 들며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선 것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선양소주는 최근 약 20년 전 수준 가격으로 책정한 ‘착한소주 990’을 서울·수도권을 포함한 전국 시장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경기 침체 속 소비자 부담을 낮추는 동시에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 6일 오전 서울 송파구 농수산물도매시장 가락몰 다농마트에서 열린 선양소주 ‘착한소주 990’ 전국 출시 행사에서 조웅래 선양소주 회장이 신제품 소개를 하고 있다./사진=선양소주 제공

 

조웅래 선양소주 회장은 “물가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누구나 편하게 한 잔 즐길 수 있도록 ‘착한소주’를 출시했다”며 “지역 기반 기업이 수도권 소비자에게 이름을 알리기 위해서는 이 정도 파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네 슈퍼 전용 상품인 ‘착한소주 990’은 한 박스(20병) 기준 1만9800원 수준으로, 현재 전국 평균 판매가(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 기준 1500원대) 대비 크게 낮은 가격이다. 총 990만병 한정 생산된다.

이번 신제품은 기존 녹색병 소주와 동일한 360㎖, 알코올 도수 16도 제품이다. 국내산 쌀·보리 증류원액을 더해 풍미를 강화했고, 여기에 선양소주가 자체 개발한 ‘산소숙성공법’을 적용해 부드러운 목넘김을 구현했다.

유통 전략도 차별화했다. 대형마트나 유흥채널을 제외하고, 한국수퍼체인유통사업협동조합(KVC) 소속 전국 1만여개 중소 슈퍼에만 공급하며 유통 단계를 최소화했다. 이를 통해 중간 마진을 줄이고 소비자 체감 가격을 낮췄다는 설명이다.

선양소주 관계자는 “원가 부담이 큰 상황에서 사실상 손해를 감수하고 민생 회복 취지로 진행하는 프로젝트다. 구조적으로는 팔수록 수익을 내기 어려운 제품”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웅래 회장이 직접 모델로 나서고 개인 SNS를 활용해 홍보를 진행하면서 마케팅 비용도 최소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소주 시장 양극화 심화…지방소주 생존 압박 커져

국내 소주 시장은 하이트진로 ‘참이슬’과 롯데칠성음료 ‘처음처럼’이 약 80% 점유율을 차지하는 과점 구조다. 나머지 20% 안팎을 지방 소주업체가 나눠 갖고 있다. 다만 지역 기반 소비 구조도 점차 흔들리고 있는 모습이다.

예컨대 부산에서는 토착 기업인 대선주조가 점유율 1위를 유지해왔으나 최근 하이트진로에 역전된 바 있다. 지방 소주업체는 충남·대전의 선양소주를 비롯해 충북의 충북소주, 광주ᐧ전남의 보해양조, 경남의 무학, 부산의 대선주조, 대구ᐧ경북의 금복주, 제주의 한라산 등이 자리하고 있다.

한국주류산업협회에 따르면 2010년 1분기 기준 국내 소주 시장 점유율은 하이트진로가 50.1%로 1위를 기록했고, 롯데주류(13.5%), 무학(9.0%), 금복주(8.5%), 대선주조(6.7%), 보해양조(5.7%), 선양소주(3.2%) 등이 뒤를 이었다.

다만 최근 주류 소비 감소가 이어지면서 업계 전반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국내 주류 총출고량은 2015년 380만㎘에서 2024년 315만㎘로 9년 새 약 17% 감소했다. 롯데칠성음료의 지난해 주류 부문 매출은 7500억원으로 전년 대비 7.5% 줄었고, 하이트진로 역시 2조5000억원으로 3.9% 감소했다.

지방 소주업체들의 실적 악화는 더욱 두드러진다. 금복주는 2015년 약 1400억원이던 매출이 2024년 571억원까지 줄었고, 선양소주 역시 같은 기간 매출이 603억원에서 480억원으로 감소했다. 특히 선양소주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25억원, 당기순손실 95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업계에서는 지역 기반 소비가 약화된 가운데 수도권 중심으로 소비 구조가 재편되면서 지방 소주업체들의 생존 압박이 커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젊은 층의 지방 이탈과 음주 감소 추세가 맞물리면서 신규 수요 유입이 제한된 점도 부담 요인으로 지목된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지역을 방문하면 해당 지역 소주를 찾는 ‘특산품 소비’ 성격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대형마트나 외식업체 등을 통해 전국 어디서나 다양한 소주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되면서 이런 지역적 차별성이 약화됐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1도 1주’ 체계로 유지되던 지방 소주 시장은 젊은 소비층 이탈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며 “지방 인구 감소와 함께 대학·취업 등으로 수도권에 유입된 젊은 층이 기존처럼 지역 소주를 소비하지 않으면서 매출이 지속 줄어들고, 수요 감소로 투자 여력이 줄어들면서 연구개발(R&D)과 제품 경쟁력에서도 격차가 벌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 브랜드 홍보 효과는 ‘확실’…초저가 소주 확산 ‘물음표’

선양소주의 이번 행보는 브랜드 인지도 확보를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제품 자체 수익보다는 마케팅 효과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소비자 관심을 끌어낸 것만으로도 상당한 홍보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광고비로 환산할 경우 비용 상쇄가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소주 가격 인하 흐름이 확산되거나 초저가 제품이 업계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다만 업계는 이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소주 가격 구조는 제조 원가에 마진을 포함한 기본 가격에 주세 72%, 교육세 30%, 부가가치세 10%가 순차 적용된다.

예컨대 제조 원가를 100원으로 가정하면, 주세 72원과 교육세(주세의 30%) 21.6원이 더해져 193.6원이고, 여기에 부가세(19.36원)까지 붙으면서 출고가는 212.96원으로 두 배 이상 상승한다.

이처럼 원가보다 세금 비중이 큰 구조 탓에 소주는 판매량 확대를 통해 수익을 확보하는 박리다매형 사업이다. 반대로 출고가를 낮출 경우 세금 부담은 그대로 유지되는 만큼 수익성에 미치는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주류업계는 가격 인하 요인보다 원가 상승 등 인상 요인이 더 많은 상황”이라며 “이 같은 저가 제품을 장기간 유지하기는 현실적으로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선양소주의 경우 어려운 시장 환경 속에서 일종의 ‘고통 분담’ 차원에서 파격적인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일시적인 파급 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후발 업체들이 이를 그대로 따라갈 경우 차별화 없이 아류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또 “선점 효과 없이 유사 전략을 펼쳐 시장을 흔들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고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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