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한국앤컴퍼니, '하도급 갑질·총수 리스크'에 무너진 신뢰…기업 책임 실종
조현범 회장 유죄 여파에 ESG 평가도 하락
협력사 신뢰·시장 평판 ‘이중 위기’
최연돈 기자
cancin@naver.com | 2025-07-28 09:43:25
[소셜밸류=최연돈 기자] 한국타이어의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하도급 대금 지연 지급 기업으로 4회 연속 제재 대상에 포함되며, 기업의 공정성·책임경영·지배구조 측면에서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여기에 조현범 회장의 횡령·배임 유죄 확정과 ESG 등급 하락까지 겹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쌓아온 브랜드 신뢰마저 위협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반복되는 ‘하도급 대금 지연’, 제도 개선 의지 실종
공정위는 이달 하도급 대금 지급 실태를 공개하며 한국앤컴퍼니를 “지급지연율 최악 기업”으로 꼽았다. 한국앤컴퍼니의 하도급대금 법정 기한 초과 지급 비율은 평균(0.13%) 대비 월등히 높은 8.98%에 달했으며, 이는 국내 88개 기업집단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실제로 2024년 상반기엔 12.88%, 하반기엔 9.85%를 기록하는 등 상습적인 지연 관행이 확인됐다. 공정위는 “공시제도 도입 이후 반기 기준 4연속 지급 지연 1위”라며 “지속적 위반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개선 조치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계약서 미발행·구두계약 등 법적 절차를 무시한 ‘관행적 갑질’도 여전해 협력사의 피해와 불안정한 공급망 구조를 심화시키고 있다.
◆ ESG 평가도 '강등'…조현범 리스크에 지배구조 신뢰 흔들
기업의 비재무적 경영 평가에서도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앤컴퍼니는 최근 ESG 평가기관으로부터 종합등급 B+, 지배구조(G) 등급 C로 하향 조정됐다. 하향 원인은 조현범 회장의 횡령·배임 유죄 확정 판결이다.
조 회장은 2023년 횡령·배임 혐의로 1심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데 이어, 2024년 항소심에서는 유죄가 확정돼 구속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로 인해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 및 윤리성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급락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환경·사회 부문(E/S)에서도 평가가 저조하다. 한국앤컴퍼니는 국내외 사업장에서 재생에너지 사용 실적이 전무하고, 산업재해율도 전년 대비 1.29에서 2.15로 급등해 안전관리 부문에서 부실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 시스템은 갖췄지만 작동 안 해…“공시용 ESG 그칠 우려”
형식적인 ESG 위원회, 공급망 가이드, 자가진단 제도 등은 존재하지만 실제 실행력은 부족하다는 평가가 잇따른다. 하도급 대금 지급 시스템 개선, 협력사 보호제도 마련 등 구체적인 실행계획 없이 형식만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급망 투명성이 강화되는 글로벌 ESG 트렌드를 감안할 때, 한국앤컴퍼니의 현재 구조는 국내외 투자자와 기관의 ESG 스크리닝 기준에서 탈락할 우려가 크다.
◆ “정의롭지 않은 성장, 브랜드 가치는 무너진다”
업계 관계자는 “하도급 대금 지연은 단순한 회계 문제가 아니라 협력사 생존과 직결되는 윤리 문제”라며 “한국앤컴퍼니는 글로벌 브랜드 위상에 걸맞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앤컴퍼니는 향후 인공지능 기술 도입, 전기차·항공우주용 고성능 타이어 개발 등 신사업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그러나 공급망 불공정 이슈와 지배구조 리스크가 지속된다면 그 어떤 기술적 성과도 시장의 신뢰 회복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기술보다 ‘신뢰’, 실적보다 ‘책임’이 먼저라는 원칙을 되새겨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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