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H지수 ELS' 5대은행 판매중단…집단소송 움직임도
금감원장 "H지수 ELS 연내 사실관계 확인…책임분담 기준 검토"
법무법인 LKB&파트너스 집단소송 준비
황동현 기자
robert30@naver.com | 2023-12-01 16:50:37
[소셜밸류=황동현 기자] 홍콩H지수 급락으로 인해 원금 손실 가능성이 커지자 5대 은행들이 모두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 '책임론'을 꺼내든 가운데 일부 가입자들은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당국의 조사결과가 향후 사태추이에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KB국민은행은 30일부터 홍콩H지수가 편입된 주가연계신탁(ELT)과 주가연계펀드(ELF) 판매를 잠정 중단한다고 이날 밝혔다. 은행권은 홍콩H지수 ELS를 ELT와 ELF의 형태로 판매해 왔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가 계속되는 상황 등을 고려해 홍콩H지수 연계 ELS 판매를 이날부터 중단했다"라고 밝혔다.
하나은행도 홍콩 H지수 편입 ELS 판매를 다음 달 4일부터 잠정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이로써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이 모두 홍콩H지수 연계 ELS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앞서 신한·우리은행은 지난해 말부터 홍콩H지수 ELS 판매를 중단했으며, NH농협은행은 지난달부터 ELS 판매를 전면 중단했다.
ELS는 기초 자산으로 삼은 주가 지수에 따라 수익 구조가 결정되는 파생 상품으로 은행은 ELS를 사모·공모를 통해 펀드(ELF)와 신탁(ELT) 형태로 판매한다. H지수 급락으로 홍콩H지수 ELS에서 원금손실이 발생하기 시작하자 은행들이 판매중단 결정을 내린 것이다.
홍콩H지수는 홍콩증권거래소 상장 우량 중국 국영기업들로 구성돼 있지만, 미국의 중국 빅테크 규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중국 경기 침체 등으로 최근 크게 하락했다. 2021년 2월 19일 1만2106.77로 고점을 찍은 뒤 줄곧 하락해 근래 절반 수준인 6000선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에 홍콩H지수 연계 ELS는 주가 하락 폭만큼의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5대은행을 중심으로 대규모로 팔려나간 홍콩 H지수 기초자산 주가연계증권(ELS)관련 원금 손실 규모가 내년 상반기 최소 3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H지수 연계 ELS는 총 8조4100억원이다. 은행별로는 KB국민은행이 4조7726억원으로 가장 많고 NH농협은행(1조4833억원), 신한은행(1조3766억원), 하나은행(7526억원), 우리은행(249억원) 순이다.
금융당국은 실태파악과 함께 판매과정 등에서 문제가 있었는지 조사중이다. 지난 10월 기준 금감원에 접수된 홍콩 ELS 상품 관련 민원은 총 25건 중 17건이 65세 이상 고령자의 민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원금 손실 위험을 제대로 고지받지 못했다'는 취지의 민원과 분쟁이 앞으로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틀전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와의 간담회 직후 기자들에게 "연내 기초 사실관계를 좀 파악하려고 노력 중인데, 일부 민원이나 분쟁 조정 예상 상황들이 있다"라며 "고위험·고난도 상품이 은행 창구에서 고령자들에게 특정 시기에 몰려서 판매됐다는 것만으로 적합성 원칙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의구심을 품어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여러 가지 경우에 따라 책임분담의 정도는 다를 수 있다"라며, "여유자금이니 크게 불려달라는 목적을 갖고 온 고객인지, 날리면 안되는 노후 생계자금인데 ELS를 권유했는지 등 다양한 경우의 수를 보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조직개편과 관련해 이 같은 분쟁조정 등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금융소비자보호처 기능도 강화할 뜻도 비췄다.
ELS 사태로 또 다른 악재에 직면한 은행들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현재 은행별로 T/F를 꾸리고 있고 주기적인 시황설명자료 제공과 함께 담당 직원들을 통해 대고객 안내를 강화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ELS 상품 가입자들의 사연들이 끊이지 않고 올라오고 있고 네이버 카페나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만들어 사례들을 공유하고 있다. 일부는 소송을 준비중이다. 법무법인 LKB&파트너스는 가입자들을 모아 단체소송을 준비중이다. '불완전판매 여부', 금융소비자보호법상 '적합성의 원칙'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ELS 투자가 처음이 아니고 반복적으로 거래한 경우, 불완전판매가 인정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감독원 현장점검결과가 향후 사태추이에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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