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손보, 추락한 ESG 등급 회복은 언제쯤···3조원대 매각가도 시험대 올라
KCGS ESG등급 A에서 B+로 추락
2022년 등급 하락 이후 회복 안되고 주춤
사회부문과 지배구조 등급서 두 단계씩 하락
황동현 기자
robert30@naver.com | 2024-01-05 09:34:54
[소셜밸류=황동현 기자] ESG 등급이 하락한 롯데손해보험이 지난해 평가에서도 현상유지에 그치면서 지속가능경영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롯데손해보험을 이끌고 있는 이은호 대표가 지속성장을 위한 체질 개선에 성공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2022년 롯데손해보험의 ESG 등급은 한 단계 하락했다. 사회부문과 지배구조에서 두 등급씩 떨어진 것이다. 향후 기업의 성장을 ESG 경영이 가를 것으로 보고 경쟁사들이 너나 없이 ESG 경영을 강화해 가는 시기인 만큼 충격은 적지 않았다. 게다가 2023년에도 크게 나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ESG기준원(KCGS)이 상장 987사, 비상장 62사를 대상으로 ESG 경영 수준을 평가한 ‘2023년도 ESG 등급'에서 롯데손해보험의 통합등급을 전년도와 같은 'B+'(양호)로 평가했다. 미래에셋생명, DB손해보험, 흥국화재 등도 같은 등급을 받았고 동양생명은 ‘B’(보통) 등급을 받았다. 국내 11개 상장 보험사 중 절반 이상인 6곳(삼성생명, 한화생명, 삼성화재, 현대해상, 한화손해보험, 코리안리)이 통합등급 ‘A’(우수)를 획득한 것에 비하면 실망스런 결과다.
KCGS는 국내 상장사들을 대상으로 ESG 수준을 평가한 결과를 매년 공표한다. ESG 등급은 ▲S(탁월) ▲A+(매우 우수) ▲A(우수) ▲B+(양호) ▲B(보통) ▲C(취약) ▲D(매우 취약) 등 총 7단계로 나뉜다.
KCGS는 롯데손해보험의 2022년도 ESG등급평가에서 사회부문(A+→B+)과 지배구조 부문(A+→B+) 등급에서 두 단계씩 떨어뜨렸다. KCGS는 ESG 등급이 부정적으로 떨어진 경우에 대해선 각 회사에 대한 코멘트를 자제한다는 입장인데, 다만 당시에는 "ESG 평가모형이 전면적으로 개정됨에 따라 등급이 하락한 기업이 다수 발생했다"고 설명했었다.
하지만 지난해 평가는 달랐다. 이에 지난해 ESG등급이 올라간 보험사도 있다. 코리안리는 환경, 사회, 지배구조 부문에서 모두 ‘A’ 등급을 받으며 통합등급 ‘A’를 획득했다. 이는 전년(B+)보다 한 단계 상승한 결과다.
코리안리는 환경경영을 선언하고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했다. 온실가스와 에너지를 측정하고 감축 목표도 설정했다. 탈석탄 선언 등 ESG 이슈에 대한 이사회 관리를 강화하고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을 위해 윤리·준법·리스크관리 등 업무체계를 정립했다.
이에 비해 롯데손해보험은 본업에 충실한 ESG 경영 차별화에 집중하고 있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셈이다. 지난 2019년 사모펀드 JKL파트너스가 인수하면서 투명경영을 위한 지배구조 개편과 함께 본업 경쟁력 강화를 통한 사회공헌을 ESG 경영의 핵심 전략으로 삼았다. 그 결과 ESG등급이 한때 상승하는 성과도 얻을 수 있었다.
지난 2021년 7월 롯데손보는 이사회 내 ESG위원회를 신설하며 본격적으로 ESG 경영 강화에 나섰고 이에 따라 이사회 산하 ESG위원회를 통해 회사의 환경·사회·지배구조 정책 결정에 대한 최고수준의 의사결정체계를 구축했다. 아울러 국내 손해보험업계 두 번째로 신설된 ESG위원회는 위원의 과반수 이상을 사외이사로 구성하고 위원장을 사외이사가 맡도록 해 독립성을 보장했다.
또한 롯데손보는 현 최고경영자(CEO)에게 차기 CEO 육성을 맡기기로 했다. 지배구조 내부규범에 최고경영자 후보자군 육성 항목을 추가해 현 CEO에게 차기 후보자 육성의 의무를 부여했다. 경영의 연속성 확보 등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ESG 경영을 강화했다는 평가다.
롯데손보 관계자는 "일찌감치 이사회 내 ESG위원회를 신설한 것은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환경보호와 본업을 통한 사회적 책임 이행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며 "지속적으로 강화해온 이사회 중심 경영을 바탕으로 ESG 경영의 전문성을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롯데손해보험의 '업(業)을 통한 사회공헌 활동'도 업계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2020년 11월 업계 최초로 소방관을 위한 'let:hero 소방관보험' 상품 출시가 대표적이다. 이 상품은 우리 일상 속 영웅인 소방공무원들을 위해 일반 보험상품과 동일하게 가입금액을 운영함으로써 가입금액을 제한하는 기존 보험업계 사회공헌 보험상품과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담았다.
또한 국가유공자 예우를 위해 보험료 할인도 제공하고 있다. 피보험자가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가보훈처에 등록된 국가유공자나 그 유족 또는 가족일 경우 신규 보험 가입시 영업보험료를 최초부터 일부 할인한다. 인수심사 시에도 최우선 심사 배정을 통해 신속하게 처리하고 있다. 이외에도 의료종사자 7개 직업군이 가입할 수 있는 보험상품 출시, 장애인을 위한 사회적 책임 노력의 일환으로 진행한 일자리 제공도 주목받고 있다. 앞으로도 롯데손해보험은 직업적 특수성으로 인해 민영보험의 사각지대에 처해 있는 사회 곳곳의 영웅들을 위한 보험상품과 혜택을 확대할 방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표적인 ESG 평가기관인 한국ESG기준원의 평가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아쉬움이 남는 대목다. 개선점을 찾아내고 보다 높은 수준의 지속가능경영 역량 확보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롯데손해보험이 지난해 이은호 사장을 선임한 배경에 흔들리고 있는 위상을 바로잡고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포석으로 보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이은호 사장은 취임 첫해 적자 전환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2021년 흑자에 이어 1년 만에 적자로 돌아서게 된 것이다. 장기보장성보험 비중을 늘리는 과정에서 사업비 지출이 증가한 것이 적자에 원인이 됐다. 이 사장은 롯데손해보험이 수년간 이익과 손실을 오가며 불안정한 상태를 보이고 있어 수익성을 증명해야 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롯데손해보험의 주력 상품은 퇴직연금이다. 롯데그룹에 편입돼 있던 시절 계열사의 퇴직연금을 독점적으로 위탁받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퇴직연금 절반가량이 롯데 계열사 물량이다. 그러나 퇴직연금은 올해 새롭게 도입된 IFRS17에서는 매력적인 상품이 아니다. 장기보장성보험을 많이 판매해야 보험영업이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JKL파트너스가 대주주가 된 이후 롯데손해보험은 보장성 보험 확대를 위해 판매조직과 사업비를 늘려왔다. 그 결과 원수보험료 내 장기보장성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9년 50%대에서 올 상반기 83%로 커졌다.
지난해 롯데손보의 실적은 개선됐지만 여전히 불안하다. 3분기 누적 순이익은 262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했다. 3분기 누적 보험영업이익은 454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43억원 늘었다. 고전하던 상반기에서 3분기에만 3865억원의 보험영업이익을 올린 덕분이다.
이 대표는 디지털 채널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 8월엔 고객들이 보험상품을 쉽고 간편하게 경험할 수 있는 ‘앨리스’를 출시했다. 플랫폼에선 ‘미니뇌심보험’, ‘키즈보험’ 등 건강보험부터 ‘캠핑차박보험’, ‘골프보험’ 등 미니보험까지 다양한 생활밀착형 보험서비스 16종을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다.
취임 이후 공 들여온 설계사 전용 신규디지털 플랫폼은 설계사들이 간편하게 보험 설계와 영업, 관리까지 가능하게 해 영업 일선의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시스템이다. 초보 설계사들도 실적이 높은 설계사의 전략을 공유 받아 영업할 수 있고 오프라인 지점보다 효율적인 설계사 관리도 가능해 비용도 줄일 수 있다.
또 다른 성장의 축인 ESG 경영도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한 상태다. 롯데손해보험의 ESG등급은 B+등급에 머무르고 있다.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지속가능 성장이 중요한 요소로 대두됨에 따라 친환경, 사회적 책임 이행, 지배구조 개선 등 비재무적 요소들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대표가 ESG 역량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대외적인 평가등급도 중요하지만, 업의 특성에 맞는 ESG 경영과 사회적 책임이행 등을 통해 본연의 ESG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롯데손해보험은 5년 만에 새 주인 찾기에도 나서고 있다. 최대 주주인 JKL파트너스가 최근 회사 매각을 위한 주관사를 JP모건으로 선정했다. 업계에선 롯데손해보험의 지분 77%를 보유한 JKL파트너스가 ‘롯데’ 브랜드 사용기간이 끝나는 내년 8월 이전에 매각 절차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JP모건은 KB금융지주-푸르덴셜생명 M&A(2020년), 신한금융지주-오렌지라이프 M&A(2019년)에서 성과를 낸 바 있는 만큼 이번 매각에도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매각에 나선 배경엔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262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되는 등 실적 개선이 있다. 장기 경영지표도 긍정적인 변화를 보여 3분기 보장성보험 신규월납액은 107억원으로 전분기(85억원) 대비 26% 늘었고 신계약 보험계약마진(CSM)도 3분기 말 연초 대비 31% 급증했다.
이에 롯데손보는 약 3조원의 매각가를 제시하고 본격적인 매각 절차를 밟는 중이다. JKL파트너스 계획대로 M&A가 진행된다면 2조원 이상의 차익을 거둘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롯데손보 매각은 아직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시장 의견보다 과도하게 높은 몸값 때문이다. 시가총액은 7700억원 수준에 불과하지만 매각 예상가는 2조7000억~3조원대로 높아서다.
또한 시장에서는 실적 집계가 금감원이 제시한 회계처리방식(전진법)이 아닌 소급법을 적용한 데 따른 효과라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전진법을 적용한 롯데손보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57억원이며, 이는 회사 발표 순이익보다 2686억원이나 적다. 이에 잠재적 원매자로 거론되는 금융사들은 아직 매수 의사를 명확히 밝히지 않는 상태다.
롯데손해보험 관계자는 “회계처리방식에 따른 평가는 일종의 착시효과로 올해도 똑같은 기준이 적용되기 때문에 그런 논란은 없어질 것”이라며 "내실을 착실히 다지고 있는 만큼 재무성과는 분명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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