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英 하이엔드 오디오 B&W 전격 인수, '사운드 생태계' 본격 구축

8년 만의 대형 M&A 재개 프리미엄 오디오로 스마트,전장,TV, 삼각축 완성

최성호 기자

choisungho119@naver.com | 2025-05-07 09:17:31

▲삼성전자 자회사 하만, 美 마시모 오디오 로고/사진=연합뉴스 제공

 

[소셜밸류=최성호 기자] 삼성전자가 세계적인 고급 오디오 브랜드 Bowers & Wilkins(바워스 앤 윌킨스, 이하 B&W)를 전격 인수했다. 2017년 하만(Harman) 이후 8년 만에 단행된 대형 인수이다. 프리미엄 사운드 경쟁력을 확보하며 모바일, 가전, 전장 등 삼성전자 전 계열 제품군의 품질 고도화를 노린다.


업계는 이번 인수가 애플·소니 중심의 글로벌 소비자 경험 플랫폼 경쟁에 본격 가세하는 신호탄으로 평가하고 있다.

프리미엄 오디오의 '끝판왕' B&W…왜 지금 인수했나

B&W는 1966년 영국에서 창립된 하이엔드 오디오 제조사로, 고음질 홈시어터, 스피커, 헤드폰 시장에서 전 세계 마니아층을 확보한 브랜드다. 롤스로이스, BMW 등 최고급 자동차 브랜드의 오디오 파트너로도 잘 알려져 있으며, 장인의 손길과 음향 기술력이 집약된 제품으로 명성을 쌓아왔다.

삼성전자가 이 브랜드에 주목한 이유는 프리미엄 이미지 확보와 생태계 차별화다. 특히 애플이 ‘비츠(Beats)’ 인수로 에어팟, 맥북, 아이폰에 일관된 사운드 아이덴티티를 구축한 것처럼, 삼성도 B&W를 통한 오디오 중심의 제품 통합 전략을 추진하려는 포석이다.

하만 + B&W = 글로벌 사운드 포트폴리오 완성

이번 인수로 삼성전자는 JBL, 하만카돈, AKG(하만 산하 브랜드)에 이어 B&W까지 보유하게 되며 저가부터 초고가까지 아우르는 오디오 라인업을 확보하게 됐다. 하만이 전장 및 생활가전 중심의 오디오 기술 기반이었다면, B&W는 진정한 하이파이 음향의 정점이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태블릿, 노트북은 물론 TV·사운드바·스마트 가전·전장 디스플레이까지 아우르는 통합 사운드 생태계 구축의 기술적 밑그림을 완성하게 됐다. 향후 프리미엄 TV와 8K 콘텐츠, 마이크로 LED 등에서 B&W의 브랜드 로고가 붙은 사운드 시스템이 등장할 가능성도 크다.

시장과 주가 영향…‘음향’이 기업가치를 바꾼다


이번 인수는 단순히 하나의 브랜드를 편입한 차원을 넘어, 삼성전자의 고부가 전략과 맞물린다. 고급 사운드는 스마트폰·TV·전장 등 모든 제품의 사용자 경험(UX) 가치를 끌어올리는 핵심 요소이며, 브랜드 충성도 및 가격 경쟁력 강화에 직결된다.

실제로 애플은 오디오와 소프트웨어 플랫폼 통합을 통해 에어팟·홈팟·맥북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있으며, 이는 사용자 락인(lock-in) 효과를 만들어낸 핵심 중 하나다. 삼성 역시 B&W를 통해 제품 간 연결성과 브랜드 충성도를 동시에 확보하는 전략을 꾀하는 셈이다.

투자자들도 긍정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3~2024년 M&A 공백기를 지나며 보수적 재무 전략을 유지해 왔으나, B&W 인수를 시작으로 기술 중심 M&A 재개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성장 기대감이 반영되고 있다.

 

▲하만 CES 2025 전시/사진=연합뉴스 제공
경쟁사 반응과 산업 판도 변화

애플은 최근 고성능 오디오 제품군을 확장하고 있으며, 소니는 독자적인 무선 오디오 기술로 프리미엄 시장을 지켜내고 있다. LG전자는 메리디안과 협업을 지속 중이며, 중국 업체들도 오디오 품질을 끌어올리기 위한 기술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B&W 인수는 ‘음향의 종결자’를 등에 업은 반격의 시작으로 해석된다. 특히 차량용 디스플레이, 스마트 TV, 모바일 기기에 일괄된 사운드 품질을 구현할 경우, 브랜드 일관성과 소비자 신뢰도 모두에서 삼성의 경쟁력이 급격히 강화될 수 있다.

단순 인수를 넘어선 플랫폼 통합의 시동

B&W는 단순한 고급 브랜드가 아니다. 삼성의 AI, IoT, 클라우드 전략과 결합할 경우 AI 음성 인식·공간음향·스마트홈 컨트롤 허브로 진화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갤럭시 버즈 시리즈와의 연계나 스마트TV 음향보정 알고리즘 개발 등 시너지 확장이 예상된다.

향후 B&W의 브랜드는 독립적으로 유지하면서도 삼성전자의 디지털 제품에 ‘공동 개발’ 또는 ‘브랜드 탑재’ 방식으로 유연하게 연동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삼성 프리미엄 생태계’의 품격을 음향으로 증명하는 단계적 접근이다.

삼성전자의 이번 인수는 글로벌 소비자 전자 산업의 새로운 경쟁 포인트가 ‘사운드’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B&W라는 상징성을 등에 업은 삼성전자는 이제 '듣는 경험'까지 통합한 브랜드 전략으로 한 차원 높은 사용자 경험 전쟁에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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