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현지화, 고부가' 투트랙으로 IRA·관세 파고 넘는다

반도체는 美테일러에 20조 투입, 가전은 美생산 확대
모바일은 친환경·프리미엄 강화 전략

최성호 기자

choisungho119@naver.com | 2025-04-21 09:16:21

▲해외 세일즈 마케팅을 끝내고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사진=연합뉴스 제공

 

[소셜밸류=최성호 기자] 삼성전자가 미국 시장에서의 불확실성 대응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자동차·배터리뿐 아니라 반도체와 전자제품 전반에 걸친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삼성은 현지 생산 확대와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 수출 전략을 병행하며 새로운 시장 질서에 적응하고 있다.


20조 투입한 美 테일러 공장, 첨단 생산기지로 격상 중

삼성전자는 2021년 11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달러(약 20조원) 규모의 신규 파운드리 공장 건설을 발표했다. 이는 미국 내 최대 수준의 한국 반도체 투자로, 2025년 하반기 가동이 목표다. 해당 공장은 3nm 이하 최첨단 반도체를 위탁생산하는 거점으로, AI·자동차·서버 칩 수요를 겨냥해 설계됐다.

이러한 투자는 단순한 생산 확대가 아닌 미국 정부의 반도체 자립 전략(CHIPS Act)에 대한 전략적 호응이다.

삼성은 이 공장을 통해 미국 고객사(퀄컴, 엔비디아, 테슬라 등)와의 관계를 강화하고, 보조금 수혜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 3월 삼성에게 CHIPS Act 예산 중 64억달러(약 8.5조원)를 지원하기로 결정하면서, 삼성은 미국 내 기술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하게 됐다.

이와 동시에 삼성전자는 반도체 소재·장비 협력사와 함께 현지 공급망을 형성하고 있으며, 미국 내 기술인력 양성도 지원 중이다. 다만, 현지 인건비·운영비 증가로 수익성이 다소 떨어질 가능성도 있어, 고부가 제품 중심 운영과 R&D 효율화가 필수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갤럭시 S24’에 친환경 기술 탑재…시장 점유율 방어

삼성전자는 올해 초 출시한 갤럭시 S24 시리즈에 AI 기능과 친환경 요소를 결합한 전략으로 북미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을 공략 중이다. 특히 '오션 모드'는 산호초 복원 프로젝트 ‘코랄 인 포커스’에 활용되어 스마트폰을 환경 보호 활동의 도구로 탈바꿈시킨 대표 사례로 평가된다.

해당 프로젝트는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 해양연구소, 비영리단체 Seatrees와 함께, 플로리다·발리·피지 등지에서 갤럭시 S24 울트라를 활용해 해양 생태계를 복원하는 캠페인이다.

1만여 개의 산호가 복원되고, 농구장 25개 면적의 산호초가 회복됐다는 성과는 ESG 관점에서도 의미 있는 접근이다.
 

▲'코랄 인 포커스'를 위해 산호초를 심는 모습/사진=삼성전자 제공
이러한 노력은 미국 소비자, 특히 MZ세대의 가치 소비 트렌드와 맞물려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삼성은 앞으로도 재활용 소재 활용, 부품 수리성 향상, 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지원 등을 강화해 북미 시장에서 애플과의 격차를 좁히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美 사우스캐롤라이나 공장 생산 확대…IRA 대응 및 물류 효율화

가전 부문은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뉴베리 지역에 위치한 현지 공장을 중심으로 공급망 재편이 이뤄지고 있다. 2018년부터 현지 생산을 확대해온 삼성은 2023년부터 IRA 대응 전략으로

에너지 고효율 제품 비중을 늘리고, ‘에너지스타(Energy Star)’ 인증 제품 라인업을 강화했다. 특히 세탁기, 건조기, 냉장고 등 미국 현지 수요가 높은 대형 가전에 대해서는 현지 부품 사용률을 높여 관세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있다.

앞서 미국 정부는 세탁기와 태양광 패널에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해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에 고율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이후 삼성은 미국에서 직접 생산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해 왔다.

삼성전자는 앞으로도 미국 내 유통망을 보완하고, 협력업체와 함께 지역 고용 및 공급망 안정성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현지 친화형 생태계를 강화할 방침이다.

‘국가별 협상 무관한 품목관세’가 장기 변수…美 기업도 타격

최근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자동차·부품에 대해 품목별 25% 관세를 재부과하면서, 한국뿐 아니라 GM·포드 등 미국 기업들도 복합적 부담에 직면했다.

자동차 생산은 다국적 부품의 조립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국경을 오갈 때마다 관세가 중복 부과되는 구조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자제품 공급망에도 유사한 우려가 제기된다.

삼성전자 역시 미국 수출에서 부품별 관세 누적, 물류비 상승, IRA 세제 조건 변화 등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단기적 수출 확대보다 장기적 ‘미국 내 자생적 공급망 확보’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다.

수익성보다 ‘시장 생존’ 중점…북미 매출 100조원 방어 관건

삼성전자의 북미 매출은 2023년 기준 약 99조원으로, 전체 매출(258조원)의 38%를 차지한다. 삼성은 북미 수출의 질적 전환과 지역 전략화를 통해 이 시장에서의 매출 규모를 유지하겠다는 목표다.

특히 AI 반도체·모바일·고효율 가전이 향후 수출의 핵심 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 내부에서는 "단기 수익성보다 미국 시장 내 영향력 유지와 공급망 재편 주도권 확보가 더 중요한 시기"라는 판단이 우세하다.

삼성의 대미 수출 전략은 이제 단순한 ‘판매’에서 벗어나, 정책과 환경, 공급망까지 아우르는 다층적 생존 전략으로 진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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