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건설업, 김보현이 움직이자 대우건설이 달라졌다”

주택 편중 탈피·조직 혁신·글로벌 EPC 확장
‘미래를 바로잡는 CEO’로서의 전략적 전환
예를 들면 원자력 생태계 전반을 엮는 접근을 택해

최연돈 기자

cancin@naver.com | 2025-11-12 09:32:32

[소셜밸류=최연돈 기자] 대우건설 내부 공기가 달라지고 있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예전과는 분위기가 다르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김보현 대우건설 대표이사/사진=대우건설 제공 중심에는 김보현 대표이사 사장이 있다. 몇 년째 이어진 건설경기 침체 속에서도 김 사장은 조직 개편과 사업 체질 개선을 연달아 추진하며 대우건설의 ‘새판짜기’를 본격화하고 있다.

 

겉으로는 차분하지만, 내부에서는 상당히 과감한 조치들이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주택 매출 비중이 60%가 넘는 회사에서 새로운 성장축을 찾고, 사업 구조를 다변화하려는 움직임이 유독 또렷하다.

 

원전은 대표적인 예지만, 김 사장의 시야는 그 이상이다. 대우건설이 “건설사에 머물러 있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 그리고 글로벌 EPC 기업으로 올라서려는 장기 전략이 명확히 읽힌다.

 

김 사장이 취임 후 가장 먼저 손댄 것은 의사결정 체계였다. 기존 본부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핵심 사업 조직을 CEO 직속으로 끌어올리고 데이터 기반 AX(AI 전환) 조직을 신설했다. 안전·설계·시공·운영 등 단계별 관리도 고도화해 전사적 프로세스를 다시 세웠다. 겉보기엔 작은 변화처럼 보이지만, 대우건설 내부에서는 “수십 년간 굳어졌던 관행을 깬 결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기존에 고착화돼 있던 문제는 위기시에 드러나게 돼 있다. 주택사업의 호황기에 기대어 묻혀 있던 매출 구조는 시장이 식자 곧바로 취약성을 드러냈다. 주택 중심 구조는 실적이 좋을 때는 빠르게 커지지만, 침체기에는 흔들림이 크다. 김 사장이 가장 먼저 체질 개선에 매달린 것도 이 지점 때문이다. 그가 원전과 인프라, 글로벌 EPC로 눈을 돌린 배경에는 “대우건설이 더 이상 주택 사이클에만 휘둘려선 안 된다”는 뚜렷한 문제의식이 자리한다.

 

원전 사업 강화는 그 전략의 한 축이다.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프로젝트는 초대형 사업이자, 대우건설에는 글로벌 원전 건설사로 본격 도약하는 상징적 무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해당 프로젝트에서만 5조원 이상의 도급 실적이 예상돼 시장의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이는 김 사장 전략의 ‘전부’가 아니라 ‘시작점’에 가깝다.

 

김 사장은 원자력 생태계 전반을 엮는 접근을 택했다. 한전원자력연료와의 핵연료 협력, 한수원과의 혁신형 SMR 참여, 한전KPS와의 운영·정비 협력은 설계·시공을 넘어 원전 밸류체인 전체로 대우건설의 발을 넓힌 작업이다. 기존의 단일 공종 중심 사업에서 벗어나, 미래 인프라와 에너지 분야에서 대우건설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장기 포석으로 해석된다.

 

글로벌 EPC 시장 역시 김 사장이 주목하는 영역이다. 인도네시아, 아프리카, 중동 등 신흥국을 중심으로 인프라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가운데, 대우건설은 최근 다수 국가와 수주 협력 체계를 넓히고 있다. 대우건설의 내부에서는 “원전뿐 아니라 인프라·에너지·스마트건설까지 묶어 해외사업을 본격 확대하려는 준비”라는 말이 나온다.

 

증권가에서도 이러한 변화는 ‘대우건설 가치의 재정의’로 이어지고 있다. 키움·KB증권 등 주요 기관은 김 사장 취임 이후 대우건설이 전통 건설사의 이미지를 벗고 글로벌 에너지·인프라 기업으로 재포지셔닝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체코 원전과 SMR 시장 진입 가능성, 핵연료 밸류체인 확장은 “대우건설의 장기 밸류에이션을 다시 봐야 하는 국면”이라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김 사장의 경영 스타일은 ‘조용한 실행형’에 가깝다. 대규모 선언이나 화려한 캠페인보다, 조직의 틀을 바꾸고 시장을 읽어 미래 사업 기반을 실적으로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내부 임원들 사이에서는 “큰소리보다 실무에 강하고, 사업을 쪼개서 보지 않고 흐름 전체를 본다”는 평가도 있다.

 

대우건설은 지금 변곡점에 서 있다. 주택 중심의 건설사에서 글로벌 EPC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자, 동시에 경험 자체만으로도 기업의 미래를 좌우할 만한 중요한 도전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보현 사장이 택한 길을 잘 가느냐 여부에 따라 대우건설의 5년, 10년 후 모습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분명한 건 하나다. 대우건설은 이제 더 이상 ‘주택에 강했던 회사’로 머물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고, 김보현 사장은 그 변화의 최전선에서 조용하지만 확고한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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