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 ESG인가 정치인가”…입법 폭주에 기업들 ‘위기의식’ 고조[상법개정 3부]

소액주주 보호 내세운 여당의 상법 개정…기업들 “정치가 경영을 압도하고 있다”

최성호 기자

choisungho119@naver.com | 2025-07-03 09:15:50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야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왼쪽)과 국민의힘 장동혁 의원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상법개정안 처리에 합의한 뒤 취재진에게 합의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최성호기자

 

[소셜밸류=최성호 기자] 상법 개정안을 둘러싼 논란이 단순한 제도개선 수준을 넘어 정치와 경영의 충돌로 번지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소액주주 권리 확대와 ESG 경영 강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기업들은 “정치적 구호에 기업경영의 현실이 짓눌리고 있다”며 위기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실제로 기업 현장에선 감사위원 분리선임, 다중대표소송제, 전자투표 의무화 등 핵심 조항이 단기적 주주권 강화는 가능하지만, 장기적 기업경영 안정성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ESG? 실제론 정치 이슈…“공정 프레임”의 이면

정부·여당은 이번 상법 개정이 ESG 경영과 국제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조치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은 이를 정치적 ‘공정경제’ 프레임 강화 수단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재벌개혁 이슈를 선점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반영된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견기업 CEO는 “공정경제라는 이름으로 법을 바꾸는 것은 좋지만, 기업의 내실은 안 보고 껍데기만 바꾸는 겁니다.”라고 말했다

한국의 ESG 평가는 실제로 유럽·미국 대비 법적 기준이 다소 느슨하지만, 시장 자율에 맡겨 점진적으로 보완되어 왔다. 그런데 이를 정치권이 강제입법으로 몰아붙이면서 ‘제도 불신’만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 현실은 ‘이사회 공백·리스크 관리 불능’

기업 입장에서 가장 우려되는 지점은 ‘현실성 없는 규범화’로 인한 혼란이다. 예를 들어 감사위원 분리선임이 의무화되면, 대주주가 감사위원에 사실상 관여할 수 없게 되며, 그 자리를 소액주주 연합이나 외부 세력이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해 이사회 내부정보 유출, 기밀 경영전략 노출, 경영 비밀 붕괴 등이 우려된다.

또한 다중대표소송제 도입으로 인해, 기업들은 자회사의 사업 결정 하나하나마다 법률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점검해야 하는 체제로 전환될 수밖에 없다. 법조계 한 인사는 “상법 개정안은 ESG를 가장한 준사법화”라며 “경영을 정치화하고 법률전쟁으로 몰아넣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기업 목소리는 배제…정치가 ‘선거용 입법’ 몰아붙이나

이번 개정 과정에서 기업계와의 충분한 협의 없이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특히 대한상공회의소, 한구경제인협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등은 수차례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지만, 여당은 “소액주주 보호가 우선”이라며 사실상 일축하는 입장을 유지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이 법이 통과되면 투자 유치도 어렵고, 해외 자본은 더 기민하게 움직일 수 있다”며 “정치논리에 밀려 기업의 숨통이 죄이고 있다”고 말했다.
 

◇ “기업의 자기방어 수단은 없어졌다”

결국 상법 개정으로 인해 기업들이 처한 가장 큰 문제는 ‘경영권 방어 장치의 소멸’이다. 과거에는 지배주주의 선임권, 내부 정보 활용권, 의결권 집중을 통해 경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소액지분을 가진 외부 세력도 기업의 핵심 의사결정에 개입할 수 있는 통로가 열린다.

이러한 구조에선 전략적 투자, 장기적 기술 개발, 고용 유지 같은 본질적 기업활동이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다.

◇입법 폭주, 그 끝은 어디인가

경제계는 이번 상법 개정이 하나의 시작점일 뿐이라고 본다. 내부거래 규제, 지주회사 요건 강화,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등도 연쇄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그럴 경우, 기업들은 한쪽에선 공정위, 한쪽에선 주주연합, 또 한쪽에선 법률소송에 시달리는 ‘삼중 압박 체제’에 빠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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