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삼성전자 반도체, 위기 속 전열 재정비…“하반기 HBM·파운드리 반등에 승부 건다”

2분기 실적 SK하이닉스와 격차…HBM·EUV·AI 고객 다변화로 승부수

이덕형 기자

ceo119@naver.com | 2025-06-26 09:05:53

▲삼성이 임원 대상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에게 전달한 크리스탈 패. 각자의 이름과 함께 '위기에 강하고 역전에 능하며 승부에 독한 삼성인'이라고 새겨져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이덕형 기자

 

[소셜밸류=이덕형 기자] 반도체 ‘초격차’의 상징이던 삼성전자가 위기다. 2025년 2분기, SK하이닉스가 영업이익 9조원 돌파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은 2조원대 초반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에서 승부가 갈렸다”며, 삼성전자가 하반기 HBM·파운드리 반등을 위해 전방위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 SK하이닉스와의 실적 격차…D램 중심 구조의 한계

2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2분기 영업이익은 약 2조2천억 원 안팎으로 전망된다. 범용 D램 가격이 반등했지만, 아직도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범용 메모리에 의존하고 있는 탓에 시장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다. 반면, HBM(고대역폭 메모리)을 중심으로 한 SK하이닉스의 실적은 메모리 슈퍼사이클을 방불케 한다.

특히 HBM3E 12단의 경우,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 공급망을 선점하며 전체 시장 점유율의 70%를 차지하고 있고, 삼성은 아직 AMD 중심의 한정된 공급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파운드리(위탁생산)와 시스템LSI 사업도 수율 문제와 고객 확보 부진으로 적자가 지속되고 있어 전반적인 실적 개선을 가로막고 있다.


◇"기술로 반전 꾀한다"…HBM4·패키징·EUV 미세공정 전방위 강화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부터 HBM4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3D 적층 기술에서 한계를 뛰어넘는 적층·열처리 기술 고도화, 그리고 전력 효율 최적화 패키징 기술이 삼성전자의 반등 키워드다. 지난 6월, 차세대 패키징 기술인 I-Cube4와 X-Cube를 탑재한 테스트 제품을 AI 고객사에 공급하면서 반격의 실마리를 잡았다.

또한, 5세대 EUV(극자외선) 공정 기반 3나노 파운드리 생산을 확대하고 있으며, 자체적인 AI 서버칩(이온/Ion) 개발도 물밑에서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하반기에는 HBM과 첨단 패키징에서 신뢰를 회복하고, 파운드리 대형 고객 확보도 가시화할 것”이라며, “단기 실적보다 중장기 체질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M&A·IR 강화·배당 확대 가능성도

삼성전자는 반도체 실적 부진이 전체 시가총액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주주 신뢰 회복을 위한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상반기부터 인공지능 반도체 스타트업 및 소재 기업에 대한 전략적 M&A 검토를 본격화했으며, 7월 예정된 2분기 실적 발표 IR에서는 향후 투자 로드맵을 구체화할 방침이다.

일각에선 하반기 배당 확대 카드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삼성전자는 자사주 매입보다 현금 보유율과 설비 투자 비중을 높여 보수적으로 운용하고 있으나, “성장 모멘텀을 주주와 공유해야 한다”는 투자자들의 압박도 커지고 있다.

◇하반기 AI 고객 확보가 관건…“엔비디아 공급망 뚫어야 실적 반등”

삼성전자의 하반기 성패는 단순히 기술 경쟁력이 아닌 AI 가속기 시장 고객 확보에 달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글로벌 AI 시장에서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엔비디아 공급망에 진입하지 못한다면, HBM에서 후발주자로 고착화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SK하이닉스가 2분기 HBM 시장 점유율 50%를 기록한 반면, 삼성전자는 30%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하반기에는 삼성도 AI 고객 확보를 위해 패키징 신뢰성 강화, 수율 개선, 가격 경쟁력 조정 등 다각적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며 “3분기 이후 수주 반등 여부가 주가와 실적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수비'는 끝났다…삼성의 반격은 시작됐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까지 수익 방어와 기술 기반 다지기에 집중했다면, 하반기에는 시장 탈환과 고객 확대에 초점을 맞춘다는 전략이다. HBM4 선점, 파운드리 회복, 첨단 패키징 우위 확보가 복합적으로 작용해야 SK하이닉스와의 격차를 좁힐 수 있다.

투자자들은 “삼성의 시간이 다시 돌아오려면, 더 빠른 기술 진화와 확실한 고객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2025년 하반기, 삼성전자가 반도체 ‘초격차’를 재입증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95년 언론사에서 기자로 직장 생활을 시작한 이후, 아직도 現業에 있는 이덕형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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