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인적분할, 왜 지금인가, ‘CDMO vs 바이오시밀러’ 길 갈라 더 키운다[2]

생산전문 ‘삼바’와 R&D·시밀러 ‘에피스홀딩스’로 분리
고객 신뢰 회복·투자 명확화·글로벌 경쟁력 강화 노림수

최성호 기자

choisungho119@naver.com | 2025-05-22 08:58:20

▲2024년 10월 인천시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 송도 2공장에서 의약품 위탁제조(CMO)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최성호기자

 

[소셜밸류=최성호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가 결국 칼을 빼 들었다.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DMO)과 바이오시밀러·신약개발을 완전히 분리해, 각기 다른 성격의 사업을 독립시킨다는 결정이다. 이는 단순한 기업 구조 조정이 아니다. 고객 신뢰 회복, 투자 명확화, 글로벌 시장에서의 지배력 확대를 겨냥한 ‘승부수’로 풀이된다.


삼바는 그동안 CDMO 사업(삼성바이오로직스)과 바이오시밀러·R&D 사업(삼성바이오에피스)을 모두 품고 있었다. 그러나 CDMO 고객사 입장에서는 삼바가 자신들과 경쟁할 수 있는 제품을 직접 개발(R&D)하는 구조가 부담이었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CDMO 파트너 선정에 앞서 “경쟁 사업이 병행되지 않는가”를 따지는 상황에서, 삼성의 현재 구조는 잠재적 갈등 요인이었다. 이번 인적분할로 고객사는 ‘생산만 하는 삼성’과 협력한다는 확실한 구조가 마련된다. 삼성으로서도 고객 기반을 넓히는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쥘 수 있게 된 셈이다.

‘지분 나누기’ 인적분할 방식

삼성은 인적분할을 선택했다. 쉽게 말해, 기존 주주가 분할 신설회사 지분을 같은 비율로 나눠 갖는 방식이다. 물적분할(자회사를 회사가 계속 소유)과 달리, 주주 권리가 신설회사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삼성에피스홀딩스 신설 지주회사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100% 자회사로 편입 분할 비율은 65.04% 대 34.96%로 산정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기존 주주는 두 회사의 주식을 각각 이 비율에 따라 나눠 갖는다.

분할의 핵심은 사업별 전문성과 집중력 제고다. 삼성바이오로직스(CDMO)는 기존 대형 생산공장 운영, 신규 공장 증설, 글로벌 거점 확대, 신약 생산 플랫폼(ADC, AAV, PFS 등) 투자를 더욱 가속할 수 있다.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앞세워 20개 이상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고, 장기적으로는 차세대 신약 모달리티 개발(RNA, 세포·유전자 치료 등)에 도전할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CDMO는 안정적 수익, 바이오시밀러는 고위험·고수익 R&D 성장성이라는 각기 다른 투자 성향을 선택할 수 있어 매력 포인트가 분명해진다.

그러나 단기 리스크도 있다. 주식 거래정지 9월 29일부터 10월 28일까지 약 한 달간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이 거래정지된다. 이 기간 동안 유동성 위축에 따른 단기 변동성 우려가 있다.

삼성에피스홀딩스 재상장 후 평가 불확실성: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불확실성이 큰 분야인 만큼, 신설 법인의 주가 흐름은 뚜렷한 방향성이 보일 때까지 변동성이 클 수 있다.

또한, 향후 삼성에피스홀딩스가 삼성물산·삼성생명 등 삼성 지배구조 개편과 연결될 가능성도 있어, 정치·시장 변수에 따라 전략이 달라질 여지는 남아 있다.

삼성은 이제 바이오 분야에서도 ‘선택과 집중’ 전략을 본격화했다. CDMO로 대표되는 **제약사들의 '생산 파트너'와, 바이오시밀러를 주축으로 하는 ‘성장형 신약 개발 주체’를 분리해 각각의 전문성을 키우는 구조다.

삼성은 반도체에 이어 바이오에서도 글로벌 톱티어를 노린다. 이번 분할은 그 전략의 전환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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